
머무르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
(엑스포츠뉴스 이예진 기자) "좋아서 들었는데 알고 보니 AI였다."
불과 몇 달 전 숏폼과 유튜브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지던 AI 활용 음악이 이제 국내 주요 음원차트 최상위권까지 파고들었다. 실제 가수가 부르지 않은 노래가 인기 가수들과 나란히 경쟁하면서 AI 음악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14일 현재 머무르의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는 멜론 TOP100 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니 뮤직, 유튜브 뮤직에서도 무려 2위를 기록하며 주요 음원 플랫폼 최상위권까지 올라섰다.
지난 6월 공개된 뒤 서서히 입소문을 탄 이 곡은 이달 초만 해도 멜론 TOP100 20위권에 머물렀지만 이후 가파르게 순위를 끌어올렸다. 단순한 온라인 화제를 넘어 실제 음원 소비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는 어릴 적 꿈꾸던 모습과 현실의 간극, 어른이 되면서 하나둘 늘어난 고민을 담아낸 록 발라드풍의 곡이다. 무엇보다 감정을 호소력 있게 전달하는 목소리가 실제 가수의 것이 아니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머무르는 해당 곡의 보컬에 생성형 음악 AI인 수노(SUNO)를 활용했다. 다만 AI가 모든 과정을 자동으로 완성한 것은 아니다. 머무르가 직접 가사를 쓰고 기획과 전체 프로듀싱 방향을 맡았으며, AI를 음악을 구현하는 하나의 도구로 활용했다.
이 같은 제작 방식은 AI 음악을 둘러싼 논쟁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있다.
한쪽에서는 "노래가 좋으면 AI인지 아닌지가 중요한가", "AI인 줄 모르고 계속 들었다"며 음악 자체의 완성도와 감정 전달에 주목하고 있다. 반면 실제 가수가 존재하지 않는 음악이 주요 차트 상위권을 차지하는 현상을 두고 기존 가수와 창작자들의 자리를 AI가 대신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음악을 먼저 접한 뒤 뒤늦게 AI 보컬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점이 흥미롭다. 'AI 음악'이라는 간판 때문에 찾아듣는 것이 아니라, 일반 음악과 같은 방식으로 노래를 소비한 이후 제작 방식을 확인하는 순서가 된 것이다.
이는 최근 몇 달간 나타난 AI 음악 소비 방식과도 맞닿아 있다.
지난 5월 공개된 M.사스케(M.Sasuke)의 'GG EZ' 역시 틱톡,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쇼츠 등을 타고 빠르게 확산됐다. NCT WISH 시온·리쿠, 라이즈 쇼타로, 투어스 경민, 있지 예지, 아일릿 이로하 등 다수의 아이돌에 이어 방탄소년단(BTS) 정국까지 챌린지에 참여하며 화제를 모았다.
당시에도 온라인에서는 "가수를 찾아봤더니 AI였다", "AI 음악을 싫어하는데도 계속 듣게 된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AI 활용 여부보다 멜로디와 안무가 먼저 소비된 대표적인 사례였다.
음악 크리에이터 조선힙합 역시 AI를 활용한 여러 곡을 잇달아 선보이며 음원과 유튜브 차트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한 곡이 우연히 바이럴되는 것을 넘어 특정 창작자의 스타일을 찾아 듣는 소비까지 나타나면서 AI 음악 역시 하나의 '아티스트 브랜드'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리고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가 멜론 TOP100 3위, 유튜브 뮤직 2위까지 오르면서 AI 음악의 위치도 다시 달라졌다. 숏폼에서 잠시 소비되는 이색 콘텐츠가 아닌, 일반 대중음악과 같은 차트에서 최상위권을 놓고 경쟁하는 단계까지 올라온 것이다.
물론 성적과 별개로 풀어야 할 문제는 여전히 많다. 생성형 AI가 어떤 음악을 학습했는지, 그 과정에서 원저작자의 권리는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AI를 활용한 결과물에서 인간 창작자의 몫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 등에 대한 논의는 현재진행형이다.
실제 가수의 목소리를 본뜬 AI 커버라면 저작권뿐 아니라 음성권과 퍼블리시티권 등의 문제도 뒤따른다. AI 활용 사실을 밝히는 것만으로 복잡한 권리 관계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대중의 귀는 제도보다 먼저 움직이고 있다. 몇 달 전만 해도 "AI인데 생각보다 좋다"는 반응 자체가 화제였다면, 이제는 AI 보컬을 활용한 노래가 멜론 최상위권까지 올라온 뒤에야 그 제작 방식을 알게 되는 경우도 생겼다.
AI 음악을 받아들일 것인지를 두고 호불호는 여전히 갈린다. 다만 'AI 음악도 대중이 실제로 듣는가'라는 질문에는 이미 차트가 하나의 답을 내놓고 있다. 이제 남은 질문은 AI가 음악을 만들 수 있느냐가 아니라, 어디까지 대중음악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느냐에 가까워지고 있다.
사진=머무르, 유튜브
이예진 기자 leeyj012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