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잠실, 김근한 기자) 두산 베어스 레전드 '천재 유격수' 김재호가 잠실야구장과 작별하면서 후배들에게 특명을 남겼다. 가을야구 무대에서 만나는 '잠실 라이벌' LG 트윈스를 꺾어달라는 당부였다.
김재호는 지난 12일 잠실야구장 홈 최종전 잠실야구장 은퇴식 행사에 참석했다. 2010년대 왕조 시절을 대표해 1루에 선 그는 잠실야구장에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김재호는 "이곳에서 작별 인사를 했었는데 시간이 참 빠른 것 같다"며 말문을 열었다. 김재호는 "저는 10년 가까이 백업으로 기다렸고, 서른을 앞두고서야 주전 유격수가 되었다. 이곳에서 두 번의 골든글러브 수상과 세 번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고 했다. 그는 "힘들고 포기했던 순간과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기쁨의 순간 모두 이곳에서 함께했다. 제 21년 동안 한 팀, 한 자리. 내야 깊숙한 곳에서 던진 제 공이 수천 번 닿던 곳이 바로 이곳"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고마웠다, 잠실"이라고 마무리했다.
잠실야구장 은퇴식 행사 뒤 만난 김재호는 "재밌었다. 올해 마지막이라고 생각을 하면 안 하면서 야구장을 찾다가 오늘은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이 드니까 실감이 좀 나더라"고 했다. 그는 "기억하고 싶어서 야구장 사진도 찍었다. 잊혀질까 봐 기억에 남기려고"라며 웃었다.
이날 행사에서 그라운드를 밟는 순간, 예상치 못한 감정이 찾아왔다. 김재호는 "내 은퇴식 때는 하나도 안 떨렸는데 오늘은 다리가 떨리더라"고 고갤 끄덕였다. 그는 "아직은 실감은 안 나지만 잘 떠나보낼 수 있겠다는 용기가 생겼다. 그전까지는 에이 아닐 거야 했는데, 오늘은 이게 진짜 마지막이니까 만원 관중 팬들 앞에서 팬의 입장으로 이제는 떠나보낼 수 있겠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올 시즌 자신의 진정한 후계자로 팀에 합류한 내야수 박찬호의 활약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찬호가 너무 잘해줬고, 침체되어 있던 팀 분위기를 찬호가 와서 많이 살렸다. 그런 에너지들을 후배들한테 전달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직접 몸으로 잘 보여줬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3루수 자리로 이동해 올 시즌 실책이 잦았던 안재석을 향해서는 따뜻한 믿음을 전했다. 김재호는 "(안)재석이는 지금 경험하는 거고, 3루를 처음 보는 거다. 경험을 쌓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여유가 생기면 지금과는 다른 안재석이 돼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자신의 경험도 꺼냈다. 김재호는 "나 또한 제대하고 와서 100경기 이상 나갔을 때 실책이 많았고 위축이 됐다. 근데 1년이 지나면서 확실히 달라지는 나의 모습을 봤다"며 "재석이도 경험하지 못했던 포지션에 1년을 보냈기 때문에 올해보다 내년이 더 좋을 거고, 내년보다 후년이 좋을 거다. 걱정은 하나도 없다. 앞으로 수비 잘하는 안재석을 보게 될 거다"라고 격려했다.
운명처럼 성사된 와일드카드 결정전 LG와의 잠실 라이벌전 언급에서는 목소리가 커졌다. 김재호는 "내가 있는 동안 가을야구에서 LG를 상대로 한 번도 져본 적이 없다(웃음). 그 부분을 후배들이 계속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두산은 LG와 역대 포스트시즌에서 6차례 만나 시리즈 4승2패를 기록했다. 두산은 1990년대 열린 두 차례 포스트시즌 맞대결 패배 뒤 2000년대부터 성사된 네 차례 포스트시즌에서 모두 승리를 거뒀다.
김재호는 "정규시즌에서는 LG에 다소 약했지만, 종이 한 장 차이였다고 생각한다.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많이 후반에 조금의 힘이 떨어지면서 놓쳤다. 후반에 조금만 집중을 하면 충분히 할 만한 상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번 와일드카드 전에선 꼭 좋은 결과를 내길 바란다. 진짜 마지막 잠실야구장 경기는 우리 팀이 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잠실야구장의 마지막 불이 꺼지고, 김재호가 남긴 말은 후배들의 어깨 위에 얹혔다. 벼랑 끝 와일드카드 결정전 상대는 LG다. 개장 45년 역사의 마지막이 될 잠실야구장에서 최후의 라이벌전 승자가 누가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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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한 기자 forevertoss8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