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한국과학기술원(KAIST) 대학원생이자 실력파 아마추어 러너로 이름을 알렸던 유지원 씨가 서울 도심 마라톤 대회 도중 쓰러진 뒤 끝내 숨졌다.
연구실과 러닝 코스를 오가며 자신의 한계에 도전했던 20대 러너의 갑작스러운 비보가 전해지면서 러닝 동호인들을 중심으로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레이스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전 8시49분께 '2026 서울레이스' 하프코스에 참가한 유 씨는 20.6km 지점에서 갑자기 쓰러졌다.
하프마라톤 공식 거리는 21.0975km다. 결승선까지 약 500m만을 남겨둔 지점이었다.
현장에서는 곧바로 응급조치가 이뤄졌다. 대회 관계자가 119에 신고했고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가 진행된 뒤 유 씨는 구급차를 통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러나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숨졌다. 현재까지 정확한 사망 원인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서울레이스 조직위원회는 이튿날인 12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참가자 사망 사실을 알렸다.
조직위는 "2026 서울레이스에 함께해 주신 참가자 여러분께 황망한 소식을 전해드린다. 현장 응급조치 후 119구급차로 의료기관에 이송해 치료를 받았으나 안타깝게도 유명을 달리하셨다"고 밝혔다.
이어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갑작스러운 슬픔을 마주하신 유가족께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한다. 관련 사항을 면밀히 살피고 필요한 후속 조치를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사망자가 유지원 씨로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은 더욱 커졌다.
유 씨는 KAIST 대학원에서 인공지능(AI) 반도체 관련 연구를 진행하면서 꾸준히 훈련을 이어온 아마추어 러너였다.
SNS와 러닝 관련 콘텐츠를 통해 자신의 훈련과 대회 경험을 공유하면서 러닝 동호인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었다.
유 씨는 2022년 러닝을 시작했고 지난해 여름부터 본격적으로 기록 단축에 도전했다.
오전 9시께 연구실에 출근해 연구와 수업을 소화하고, 저녁에는 약 2시간 동안 달렸다. 훈련을 마치고도 일이 남아 있으면 다시 연구실로 돌아가는 생활을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기록도 빠르게 좋아졌다. 지난 3월 서울마라톤 풀코스에서는 2시간56분32초를 기록했다. 42.195km를 3시간 안에 완주하는 서브3를 달성했다.
엘리트 선수가 아닌 아마추어 여성 러너에게는 상당한 수준의 기록이다.
지난 4월 군산새만금마라톤에서는 10km 마스터즈 여자부 우승까지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프마라톤 개인 기록도 1시간22분대를 보유한 것으로 전해지는 등 짧은 기간 동안 빠르게 성장하며 러닝계에서 주목받았다.
그랬던 만큼 갑작스러운 소식은 많은 이들에게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비보가 됐다.
유 씨의 SNS와 과거 출연한 러닝 콘텐츠에는 지인과 동료 러너, 그를 지켜봤던 이들의 추모 글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다른 대회에서 빠르게 달리는 모습을 보고 응원했는데 너무 마음이 아프다", "아름다운 러너이자 소중한 인재였다", "그곳에서는 아프지 말고 마음껏 달리길 바란다", "열심히 살아온 사람이 한순간에 떠났다는 사실이 너무 허망하다"는 애도의 메시지가 잇따랐다.
사진=SNS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