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확인되지 않은 '대표팀 불화설'이 선수들을 향한 집단적인 악성 댓글과 인신공격으로 번지자 대한축구협회가 결국 직접 나섰다.
최근 김민재, 황인범, 황희찬 등 '96라인'은 물론 이강인에게까지 공격이 확산되고, 선수들의 해외 소속팀 공식 SNS까지 찾아가 퇴출과 은퇴를 요구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다.
대한축구협회는 13일 "한국 축구를 사랑하고 응원해 주시는 팬 여러분께 드리는 글"이라고 공식 입장문을 발표했다.
협회는 "최근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들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정보와 추측성 주장이 확산되고, 일부 선수들을 향한 도를 넘은 비난과 인신공격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선수들의 경기력과 대표팀 운영에 대한 팬 여러분의 다양한 의견과 비판을 존중한다"면서도 "사실 확인 없이 유포되는 억측과 악의적인 비방으로 선수들이 과도한 비난에 노출되는 상황에는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대표팀을 둘러싼 상황은 실제로 심각한 수준까지 번졌다.
발단은 지난 6일 우즈베키스탄전 이후 불거진 '96라인 은퇴설'이었다.
김민재와 황인범, 황희찬이 경기 종료 뒤 함께 그라운드에 남아 이야기를 나누고 사진을 촬영한 모습이 포착됐고, 이후 세 선수가 대표팀 은퇴 가능성을 고민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손흥민의 장기 주장 체제를 둘러싼 대표팀 내부의 의견 차이가 있었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논란은 순식간에 '파벌설'과 '왕따설'로 번졌다.
선수들 사이에서 실제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온라인에서 주장되는 여러 의혹이 사실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일부 온라인 이용자들은 의혹을 사실처럼 단정하기 시작하면서 선수들을 향한 악성 비난을 쏟아냈다.
대표팀 훈련 영상을 짜깁기해 선수들의 시선과 웃는 모습을 근거로 '손흥민을 왕따시켰다'는 자막을 붙인 영상까지 등장했다.
한 영상에는 김민재가 마치 직접 '흥민이 형이 안 나가면 몰아내자'는 말을 한 것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는 제목까지 붙었다.
문제의 콘텐츠는 조회수 160만회를 넘어서는 등 빠르게 확산됐다.
또한 김민재가 소속된 바이에른 뮌헨 공식 SNS에는 "김민재 은퇴해라", "김민재 퇴출", "KIM OUT" 등 대표팀 논란과 관련한 비난 댓글이 이어졌다.
이강인에게도 불똥이 튀었다. 일부 온라인 게시물과 유튜브에서는 이강인이 '96라인'과 함께 손흥민을 따돌리는 데 가담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주장이 제기됐다.
이강인의 SNS에는 "너도 96라인이냐", "네가 주도한 것이냐", "대표팀에서 나가라", "선배한테 잘해라" 등의 악성 댓글이 쏟아졌다.
결국 이강인 측도 먼저 칼을 빼들었다. 소속사 더블랙레이블은 이날 "현재 거론되고 있는 일련의 내용들은 이강인과 무관하며 사실무근"이라며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게시물과 댓글에 대해 자료를 수집하고 있으며 사안에 따라 필요한 법적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몇 시간 뒤 대한축구협회까지 공식 입장을 내놨다.
협회는 "일부 훈련 장면이나 일상적인 모습을 단편적으로 해석해 선수단 내부의 불화를 기정사실화하거나, 사실과 다른 이른바 '증권가 루머'를 유포하는 행위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딥페이크 영상 등을 통해 선수를 조롱하고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가 벌어지고 있다"면서 "선수 개인의 소셜미디어와 소속팀 계정에까지 찾아가 인신공격을 하거나 퇴출을 요구하는 등 비난의 수위가 도를 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대한축구협회의 지식재산권에 해당하는 영상과 사진을 무단으로 이용해 허위·왜곡 정보를 유포하고, 이를 통해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엄정히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모든 선수는 존중받아야 할 소중한 구성원"이라는 협회는 "선수마다 생각과 의견이 다를 수 있으며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며 팀을 위한 최선의 방향을 찾아가는 과정은 건강한 조직을 만들어 가는 데 필요한 부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단편적인 해석이나 추측만으로 선수단 내부를 재단하고 갈등을 확대하는 일은 지양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대표팀이 하나의 팀으로서 경기와 대회에 나서기 위해서는 구성원 간의 소통과 신뢰가 중요하다"면서 "대한축구협회는 이번 상황으로 팬 여러분께 걱정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앞으로 선수단이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에 더욱 만전을 기하겠다"고 약속했다.
다음은 대한축구협회 입장문 전문.
한국 축구를 사랑하고 응원해 주시는 팬 여러분께 드리는 글
최근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들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정보와 추측성 주장이 확산되고, 일부 선수들을 향한 도를 넘은 비난과 인신공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한축구협회는 선수들의 경기력과 대표팀 운영에 대한 팬 여러분의 다양한 의견과 비판을 존중합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 없이 유포되는 억측과 악의적인 비방으로 선수들이 과도한 비난에 노출되는 상황에 대해서는 깊은 우려를 표하며, 자제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일부 훈련 장면이나 일상적인 모습을 단편적으로 해석해 선수단 내부의 불화를 기정사실화하거나, 사실과 다른 이른바 ‘증권가 루머’를 유포하는 행위, 딥페이크 영상 등을 통해 선수를 조롱하고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나아가 선수 개인의 소셜미디어와 소속팀 계정에까지 찾아가 인신공격을 하거나 퇴출을 요구하는 등 비난의 수위가 도를 넘고 있습니다.
이러한 행위는 정당한 비판의 범위를 넘어 선수 개인에게 심각한 정신적 부담을 줄 수 있으며, 대한민국 축구 전체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아울러 대한축구협회의 지식재산권에 해당하는 영상과 사진을 무단으로 이용해 허위·왜곡 정보를 유포하고, 이를 통해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엄정히 대응하겠습니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모든 선수는 존중받아야 할 소중한 구성원입니다.
선수마다 생각과 의견이 다를 수 있으며,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며 팀을 위한 최선의 방향을 찾아가는 과정은 건강한 조직을 만들어 가는 데 필요한 부분입니다.
이러한 과정에 대한 단편적인 해석이나 추측만으로 선수단 내부를 재단하고 갈등을 확대하는 일은 지양되어야 합니다.
대표팀이 하나의 팀으로서 경기와 대회에 나서기 위해서는 구성원 간의 소통과 신뢰가 중요합니다.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팀이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하며, 대한축구협회는 선수단이 경기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을 다해야 합니다. 협회는 이러한 역할과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대한축구협회는 이번 상황으로 팬 여러분께 걱정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앞으로 선수단이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에 더욱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또한 선수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한편, 팬 여러분의 다양한 의견과 비판에도 더욱 겸허한 자세로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 대한축구협회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