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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웠다, 잠실"…잠실야구장 44년史 마침표, 김재호→정재훈→김형석→박철순 '베어스 DNA' 영원히 새겼다 [잠실 현장]

기사입력 2026.10.13 06:00



(엑스포츠뉴스 잠실, 김근한 기자) 잠실야구장이 44년 역사에 마침표를 찍었다. 마지막은 눈물과 박수, 그리고 레전드들의 고별사로 채워졌다.

두산 베어스는 1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롯데 자이언츠와의 2026 신한 SOL KBO리그 정규시즌 홈 최종전을 치렀다. 경기는 4-7로 졌다. 그러나 경기가 끝난 뒤 잠실야구장 은퇴식 행사가 시작됐다.

경기 직후 선수단이 1루 선상에 도열했다. 김원형 감독과 양의지, 정수빈, 이영하가 차례로 마이크를 잡고 팬들에게 인사와 가을야구를 향한 출사표를 전했다. 그라운드를 가득 메운 팬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불꽃놀이가 잠실 하늘을 수놓으며 본행사의 막을 올렸다.



'Our Time, Our Memories'. 장내가 암전되고 메인 영상이 송출됐다. 두산의 역사를 시대별로 거슬러 올라가는 여정이었다.

첫 번째는 2010년대였다. '2010s THE DYNASTY' 영상이 흐른 뒤 1루에서 김재호가 등장했다. 그는 "이곳에서 작별 인사를 했었는데 시간이 참 빠른 것 같다"며 말문을 열었다. 김재호는 "저는 10년 가까이 백업으로 기다렸고, 서른을 앞두고서야 주전 유격수가 되었다. 이곳에서 두 번의 골든글러브 수상과 세 번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고 했다. 그는 "힘들고 포기했던 순간과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기쁨의 순간 모두 이곳에서 함께했다. 제 21년 동안 한 팀, 한 자리. 내야 깊숙한 곳에서 던진 제 공이 수천 번 닿던 곳이 바로 이곳"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고마웠다, 잠실"이라고 마무리했다.



두 번째는 2000년대였다. '2000s THE HUSTLE' 영상 뒤 2루에서 정재훈이 등장했다. 그는 "넓은 잠실 그라운드는 든든함이 있었다. 마무리라는 보직이 때론 스트레스를 받기 마련이지만 불펜 문을 열고 나가던 그 순간, 매 경기 마지막 아웃 카운트 하나를 잡았을 때의 그 순간은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는다"고 했다. 정재훈은 "이제는 후배들이 더 큰 목표를 가지고 성장해 갈 수 있도록 보탬이 되고자 한다"며 "나와 모든 동료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어 고마웠다, 잠실"이라고 전했다.



세 번째는 1990년대였다. '1990s THE MIRACLE' 영상 뒤 3루에서 김형석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최다안타왕에 올랐던 해, 95년 한국시리즈 우승의 순간 모두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고 했다. 김형석은 "잠실은 말 그대로 집이었던 것 같다. 경기에 출전하기 위해 준비했던 그 수많은 시간들이 제 삶 그 자체였다"며 "이곳이 사라진다고 생각하진 않겠다. 제 후배들의 더 좋은 터전으로 돌아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고마웠다, 잠실"이라고 했다.



마지막은 1980년대, 베어스의 시작이었다. '1980s THE ORIGIN' 영상 뒤 홈플레이트에서 박철순이 등장했다. 그는 "제가 뛰던 그때가 벌써 40여 년 전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곳은 그때와 별로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며 웃었다. 박철순은 "다치고 구르고 울고 웃던 모든 순간들이 꽤 오래된 기억들일 텐데, 이곳에 서니 마치 그때의 생생한 순간들이 눈앞에 떠오르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더 좋은 환경을 위한 잠시만의 이별이라 생각한다. 그동안 고마웠다, 잠실"이라고 작별을 고했다.



레전드 4인방의 고별사가 끝나자 홈플레이트 전달식이 이어졌다. 박철순·김형석·정재훈·김재호가 함께 바닥에서 홈플레이트를 들어 올려 양의지에게 건넸다. 선수단과 팬들이 함께 새 구장으로 이전을 선포하는 의식이었다.

이후 잠시 잠실야구장의 마지막 순간을 느끼는 침묵의 시간이 흘렀다. 이어 '봄여름가을겨울' 김종진이 그라운드에 올라 'BRAVO MY LIFE'를 열창했다. 선수단과 팬들이 함께 노래를 들으며 44년의 기억을 되새겼다. 선수단과 팬들의 단체 사진 촬영이 끝난 뒤 에필로그 영상이 흐르며 행사는 마무리됐다. 오늘까지 이 그라운드를 함께 만들어 온 모든 이름들이 화면을 채웠다.

잠실야구장은 올 시즌을 끝으로 철거되고 같은 자리에 신축 돔구장이 들어선다. 레전드들과 선수단이 떠났고, 팬들도 집으로 돌아갔다. 44년간 찬란했던 잠실의 불빛이 영원히 꺼졌다.



사진=잠실, 김한준 기자

김근한 기자 forevertoss8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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