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안세영을 늦게 만나야 성적이 좋다"는 말이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
배드민턴 여자단식 1위 안세영(삼성생명)이 이달 중순 열리는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덴마크 오픈(슈퍼 750) 1회전에서 올림픽 메달을 두 번이나 딴 인도의 슈퍼스타 푸살라 벵카타 신두(세계 10위)를 만나게 됐다.
안세영이 입장에선 32강인 첫 판 치고는 굉장히 강한 상대를 만나게 된 셈인데, 신두와 비교할 정도는 아니다. 신두는 안세영과 10번 붙어 모두 패할 정도로 약해서다.
지난달 29일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하계아시안게임에서 사상 최초로 아시안게임 여자단식 2연패 및 2회 우승을 차지한 안세영은 다음날 귀국, 제주로 내려간 뒤 소속팀인 삼성생명의 전국체전 여자단체전 우승에 힘을 보탰다.
이 와중에 4~6일 3경기를 치러 모두 승리를 챙겼다.
안세영은 10일 짐을 챙겨 덴마크로 떠난다. 덴마크는 유럽 최고의 배드민턴 강국으로, 2022 도쿄 올림픽과 2024 파리 올림픽에서 남자단식 2연패를 달성한 빅토르 악셀센(은퇴)의 조국이기도 하다.
그런 덴마크에서 안세영은 올해 개인전 9번째 우승을 노리는 것이다.
다만 대진운이 좋다고 할 순 없다. 신두는 덴마크 오픈 8명의 시드 배정자(세계 1~9위·4위 천위페이 불참)를 제외하곤 세계랭킹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랭킹만 보면 8강 혹은 4강에서 만날 만한 선수를 1회전에서 이겨야 하는 셈이 됐다.
하지만 운이 없는 쪽은 사실 안세영이 아니라 신두다. 179cm의 큰 키에 파워 넘치는 샷으로 중국, 일본 강자들을 곧잘 이기던 신두도 안세영 앞에선 꼼짝 못해서다.
신두는 안세영과 2019년 덴마크 오픈부터 지금까지 총 10번 싸웠는데 모두 졌다. 신두가 전성기를 달리고 있을 때도 안세영은 이기질 못한 것이다.
특히 10번의 패배 중 한 게임(세트)을 따낸 경기가 2023년 UAE 두바이에서 열렸던 아시아선수권 단 한 번으로, 나머지 9차례는 모두 0-2 완패였다.
다른 선수에게 곧잘 통하던 신두의 스매시가 안세영의 질식 수비 앞에선 무력화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신두는 수비가 좋질 않아 안세영의 컴퓨터 샷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다.
오죽하면 가장 최근 대결인 지난 6월 인도네시아 오픈(슈퍼 1000) 대결 직후 인도 기자들이 안세영을 붙잡고 "신두에게 한 번 져 줄 수 없는가"라고 물어볼 정도였다. 안세영은 "절대 안 된다"며 단호히 거절했다.
안세영은 신두를 이길 경우, 카루파테반 렛사나(말레이시아·28위)-린네 크리스토페르센(덴마크·13위) 승자와 붙는다.
16강도 이기면 이번 대회 6번 시드를 받은 일본의 배드민턴 아이돌 미야자키 도모카를 만난 가능성이 있다. 물론 미야자키는 첫 판에서 2016 리우 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인 같은 일본 대표팀 대선배 오쿠하라 노조미(11위)부터 넘어야 한다.
4강에선 4번 시드 라차녹 인타논(태국·5위) 혹은 한웨(중국·8위)와 결승행을 다툴 것으로 보이는데 모두 안세영이 무난히 이길 수 있는 상대들이다.
결국 안세영을 늦게 만나야 성적이 좋다는 '진리'가 이번 덴마크 오픈 조추첨에서도 드러난 셈이다.
신두 입장에선 하필이면 10전 전패 안세영이 '걸려' 한 판 뛰고 대회를 접을 운명에 처했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 연합뉴스 / BWF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