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울산, 김환 기자) 로베르토 모레노 감독이 경기력에 대해 해명했다.
모레노 감독은 상대 전술에 대처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면서도 손흥민이 고립됐다는 지적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또한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공격과 수비에 가담했다며 데이터 지표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로베르토 모레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2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베네수엘라와의 하나은행 초청 국가대표팀 친선경기에서 득점 없이 0-0으로 비겼다.
이날 한국은 주장 손흥민을 비롯해 이강인, 김민재 등 대표팀 핵심 멤버들 대다수를 선발로 기용했다. 부상을 털어내고 돌아온 황인범도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경기에서 우루과이에 1-4 참패를 당한 만큼 베네수엘라를 상대로 승리를 따내 분위기를 반전시키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명단 구성이었다.
그러나 모레노호의 경기력은 우루과이전보다 나아지지 않았다.
한국은 전반전 내내 베네수엘라의 공세를 막느라 제대로 된 공격을 펼치지 못했다. 이강인은 수비에 가담하기 위해 내려오느라 공격 전환 상황에서 번뜩일 기회가 없었고, 최전방에 고립된 손흥민은 역습 기회가 와도 금세 공을 빼앗기기 일쑤였다.
후반전 들어 경기력을 개선했던 에콰도르전이나 우루과이전과 달리 이번 경기에서는 후반전에도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었다. 교체로 투입된 선수들도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송범근의 선방쇼와 김민재, 이한범 등 수비진의 고군분투가 아니었다면 한국이 패배해도 이상하지 않았을 정도로 베네수엘라에 밀렸던 경기였다.
9~10월 A매치 4경기와 11월 A매치 2경기까지 지휘하기로 계약을 맺은 모레노 감독은 어느덧 임기의 절반을 채웠으나, 현재까지 뚜렷하게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고 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 참석한 모레노 감독은 "어려운 경기였다. 팬들에게 승리를 가져다 주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해 아쉽다"며 "새로운 코치진이 새로운 팀에 새 콘셉트를 입히는 게 쉬운 일은 아니"라고 했다.
이어 "수비적으로 보면 우루과이전보다 더 나았지만, 공격 면에서는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며 "기회를 더 많이 만들었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해 아쉽다. 전반전에는 상대가 기이한 형태로 경기를 운영했다. 앞에 6명을 두고 후방에 4명을 배치했다. 전반전에 전술을 수정하기 쉽지 않았다. 하프타임에 수정하고 후반전에 경기력이 나아졌지만, 승리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또 "경기가 남았기 때문에 보완하면서 수정해야 한다. 다음 경기를 위해서는 회복이 중요한 시기"라고 덧붙였다.
에콰도르전, 우루과이전과 비교해 나아진 부분이 무엇인지 묻자 모레노 감독은 "수비적인 부분이 보완됐다. 우루과이전에서는 전환 상황에서 어려운 모습을 보였다. 오늘은 우루과이전보다 대응이 좋았다"며 "팀적으로 더 많이 뛰었다. 우리가 준비한 방식이었다. 11명이 다함께 공격하고 수비하는 방식은 유지됐다. 하지만 분석이 더 필요하다. 공격하는 입장에서 공간을 찾는 게 쉽지 않았다. 축구에서 나올 수 있는 경기였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코치진이 분석을 통해 보완해야 한다. 시간이 없는 건 사실이다. 3경기를 하는 동안 6번 훈련했다. 변화를 주는 것보다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짚었다.
손흥민이 고립된 것 같다는 지적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손흥민이 고립됐다는 의견에는 개인적으로 동의하기 어렵다"며 "손흥민의 퍼포먼스는 좋았다.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역할을 잘 이해했다. 공간이 나올 때마다 잘 활용하려고 했다. 그래서 동의하지 못하겠다. 경기를 분석하고 부족한 부분을 찾아야 한다. 가능하다면 다음 기자회견 때 더 자세한 분석과 설명을 공유하겠다"고 했다.
김민재가 경기 후 방송사 인터뷰에서 수비수들이 불쌍하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는 "김민재는 대표팀에서 상징적인 선수이고 중요한 선수다. 뒤에서 팀을 이끌고, 싸우고, 용기를 불어넣는 선수"라며 "그렇기 때문에 무승부라는 결과는 김민재 선수에게 충분하지 않다.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다. 다만 내가 경기를 분석하지 않은 상황에서 평가하고 판단하기에는 성급하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전원 수비 가담이 잘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모레노 감독은 "공격은 물론이고 수비적으로 11명 다 뛰었다. 피지컬 데이터가 말해준다"며 "뛰는 것보다는 전술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다.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았고, 그런 부분이 선수들에게 피로를 줬다. 데이터로 보면 선수들이 안 뛴 게 아니다. 수비와 공격 모두 다같이 뛰었다"고 바라봤다.
끝으로 모레노 감독은 4-4-2 포메이션을 기반으로 한 전술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는 의견에는 "팬들의 비판은 전적으로 존중한다"면서도 "다만 한 가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4-4-2가 아니라 공격할 때 백스리로 빌드업하고, 수비할 때는 백파이브를 시도했다는 점"이라고 했다.
계속해서 "상대 구조에 따라 적응해야 했다. 상대가 위험을 감수하면서 경기를 했기 때문에 우리도 어쩔 수 없었다"며 "경기를 이성적으로 냉정하게 분석하고 다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나는 지금 건물을 짓고 있는 것이다. 한 경기 결과가 좋지 않다고 건물을 갈아엎는 게 아니라, 문과 창문을 바라보면서 나쁜 부분들을 조정하는 게 낫다. 건물을 무너뜨리고 세우는 것은 어렵다. 시스템을 바꿔서 경기력이 나아진다면 감수할 것이다. 하지만 축구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보완하고 성장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