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정식 종목 채택 전부터 논란에 휩싸였던 버추얼 태권도가 아시안게임에서 미숙한 운영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정식 메달 종목으로 채택된 버추얼 태권도는 2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종합체육관에서 역사적인 첫 아시안게임 경기를 치렀다.
버추얼 태권도는 기존 겨루기와 다른 방식으로 진행된다. 선수들은 가상현실(VR) 헤드셋을 쓰고 머리와 몸, 다리 등에 동작 추적 장치를 착용한다.
실제 상대를 가격하는 대신 자신의 움직임을 화면 속 아바타에 전달해 가상공간에서 승부를 벌인다. 라운드당 최대 60초의 3전 2승제로 진행되며 상대의 체력 게이지를 먼저 모두 소진시키거나, 제한 시간이 끝났을 때 더 많은 체력을 남긴 선수가 라운드를 가져간다.
다만 직접적인 신체 접촉은 없다.
이 때문에 정식 종목 채택 전부터 거센 논란이 뒤따랐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대회를 앞두고 버추얼 태권도의 아시안게임 데뷔를 조명하면서 세계태권도연맹(WT)이 이를 "무술의 새로운 지평"으로 평가하는 반면, 일각에서는 "단지 비디오 게임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온다고 전했다.
당시 팬들은 "신체 접촉이 없는 격투 스포츠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 "공격만 있고 방어는 없는 e스포츠다", "축구 게임이 실제 축구를 대신할 수 없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일부 팬들은 "무술을 망치는 짓", "무술에 대한 모욕", "수영도 물에서 하지 않는 게 더 안전할 것"이라며 수위 높은 표현까지 했다.
논란 속에서 막상 첫 경기가 열리자 관중 반응은 예상보다 뜨거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들이 허공을 향해 발차기를 날릴 때마다 대형 화면 속 캐릭터도 똑같이 공격했고, 경기장을 찾은 일본의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들은 아바타의 움직임에 큰 소리로 환호했다.
문제는 미숙한 경기 운영이었다. 가상공간에서 펼쳐지는 최첨단 종목을 표방했지만 정작 현실의 장비가 말을 듣지 않았다.
당초 16강부터 준결승까지 경기는 10분 간격으로 촘촘하게 편성됐고 결승은 오전 11시30분에 시작할 예정이었는데 첫 경기부터 장비 점검 때문에 약 10분 늦게 시작됐다.
이후에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됐다. 모하마드 알라다르비(요르단)와 리타 바키셰바(카자흐스탄)의 16강전에서는 선수 다리에 부착한 센서 장비가 흘러내렸다.
린샤오후이(홍콩)-카시시 말리크(인도)의 경기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 장비를 다시 부착하고 점검하는 동안 경기는 중단됐다.
진행이 중단될 때마다 장내 아나운서가 관중의 박수와 함성을 유도하며 시간을 메워야 했다.
한국 대표 안향식(용인대)도 피해를 봤다. 쩌우 응옥 뚜옛 상(베트남)과의 16강 2라운드 도중 다리에 장착한 센서가 빠졌고, 일부 공격 움직임이 제대로 인식되지 않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경기를 준비해온 선수 입장에서는 흐름이 끊길 수밖에 없는 변수였다. 결국 안향식은 먼제 체력 게이지가 소진돼 패배했다.
지연 사태는 결승전까지 이어졌다. 오전 11시30분으로 예정됐던 결승은 무려 47분 늦어진 오후 12시17분에야 시작됐다. 그리고 단 5분만에 끝났다.
과연 대회 전 충분히 장비 점검을 했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버추얼 태권도는 체급에 따라 선수를 나눌 필요가 없고 성별과 나이의 장벽을 낮출 수 있으며 직접적인 타격이 없어 부상 위험도 상대적으로 적다는 장점이 있다.
또 비디오 게임에 익숙한 젊은 세대를 태권도로 끌어들이겠다는 목적도 있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태권도라고 부를 수 있느냐"는 근본적인 질문에 제대로 답하기도 전에 센서가 빠지고 장비가 작동하지 않는 등 기계 오작동으로 인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고민해 봐야 한다.
사진=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