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6-10-02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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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1등 아니면 실패인가? 메달 따고도 '나라 잃은 표정' 보인 선수들 [나고야 현장]

기사입력 2026.10.02 00:36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유도 여자 57kg급 동메달을 따낸 북한 여자 유도 국가대표 김현아. 사진 김한준 기자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유도 여자 57kg급 동메달을 따낸 북한 여자 유도 국가대표 김현아. 사진 김한준 기자


(엑스포츠뉴스 일본 나고야, 김지수 기자)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가 된 기쁨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북한 유도 국가대표들에게는 1등 아니면 전혀 의미가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북한 여자 유도 국가대표 김현아는 1일 일본 나고야의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유도 여자 57kg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카자흐스탄의 다나 압디로바를 이겼다.

김현아는 이번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전까지 자신의 체급에서 세계랭킹 37위를 기록 중이었다. 올해 아시아선수권에서 일본의 고미야마 미나를 반칙승으로 꺾은 데 이어 결승에서 몽골 테르비시 아리운자야를 제압아호 우승을 차지한 숨은 강자 중 한명이었다.

북한은 폐쇄적인 사회 탓에 국제대회 출전이 적어 실제 실력에 비해 세계랭킹이 낮은, 저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었다. 김현아 역시 실제 세계랭킹보다 월등히 높은 기량을 갖춘 선수라는 분석이 많았다. 

김현아는 실제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빼어난 기량을 뽐냈다. 만약 준결승을 통과했다면 해당 체급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한국의 허미미와 역대급 '남북대결'이 성사될 수도 있었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유도 여자 57kg급 동메달을 따낸 북한 여자 유도 국가대표 김현아. 사진 김한준 기자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유도 여자 57kg급 동메달을 따낸 북한 여자 유도 국가대표 김현아. 사진 김한준 기자


하지만 김현아는 동메달에 전혀 만족하지 않는 기색이 역력했다. 동메달 결정전 종료 후 믹스트존에서 한국 언론은 물론 의례적으로 소화하는 대회 조직위원회 미디어 담당관들과의 인터뷰도 모두 고사했다. 시상식에서도 내내 굳은 얼굴이었다. 

김현아는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하는 대회 메달리스트들의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단답으로 일관했다. 이마저도 한국 언론은 질문하지 않은 채 조총련(재일본조선인총련합회)계 언론 조선신보 기자가 소감 등을 물었지만, 제대로 된 답변을 듣기 어려웠다.

김현아는 "많이 아쉽다. 다음에는 무조건 1등을 하겠다"며 "나는 기술이 다양하지 못한 것 같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나도 1등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관중석에서 응원을 보내준 조총련계 관중들 관련 질문에 대해서는 "조선청년 사람들의 기대에 보답하기 위해 조금이라도 더 힘을 내려고 했다"고 짧게 소감을 전했다.

63㎏급 은메달을 따낸 김지혜 역시 김현아와 비슷했다. 결승전 패배 직후 아쉬움이 가득할 수밖에 없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나라 잃은 표정으로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김지혜는 다만 결승전 종료 후 대회 조직위원회 공식 미디어 담당관 인터뷰는 거절했지만, 조총련계 조선신보 기자가 신분을 밝히고 질문하자 짧게나마 소감을 전했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유도 여자 57kg급 동메달을 따낸 북한 여자 유도 국가대표 김현아. 사진 김한준 기자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유도 여자 57kg급 동메달을 따낸 북한 여자 유도 국가대표 김현아. 사진 김한준 기자


김지혜는 "이번에는 졌지만 다음에는 잘해서 1등을 하겠다"며 "결승전 전까지는 대담하게 경기를 했는데 결승에서 소시하게 했다. 경기 중 대담하게 전술을 바꾸지 못하고 한 가지로 하다 보니 패하게 됐다"고 짧게 소회를 전했다.

하계 올림픽에 미치지는 못하더라도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가 되는 건 체육인들에 여전히 큰 영광으로 꼽힌다. 결승전에서 패해 당장은 아쉽더라도 시상식에서는 최대한 밝은 얼굴로 선의의 경재을 펼쳤던 선수들과 웃으며 대회를 마감하는 건 이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이 됐다. 아시아 '1등'이 아니라고 자책하는 모습은 이제는 더는 보기 어려워졌다. 

그러나 북한은 여전히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아니라면 선수들이 기쁨을 표출하는 모습을 보기 어려워졌다. 지난 9월 24일 한국의 여서정에게 밀려 기계체조 여자 도마 은메달을 따낸 북한의 안창옥은 시상식 내내 지켜보는 사람이 무안할 정도로 굳은 표정을 보이기도 했다.

북한이 일본에서 개최되는 국제 스포츠 대회에 선수단을 파견한 건 1985년 고베 유니버시아드 이후 41년 만이다. 정치적으로 워낙 관계가 냉랭한 탓에 북한은 자국 선수들이 일본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에 출전시키는 걸 막아왔다.  

북한 선수들은 정치적인 문제를 의식해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유독 금메달을 딴 경우가 아니라면 안색이 좋지 못하다. 1등 지상주의를 강조하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다. 

사진=일본 나고야, 김한준 기자 / 연합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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