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양정웅 기자) 4년 전 방출자 신분으로 부산으로 향했던 베테랑 투수가 롯데 자이언츠 마운드에서 없어서 안 될 역할을 했다.
김태혁(개명 전 김상수)이 21년 프로 생활을 마치고 이제 '선수'라는 타이틀을 뗀다. 그는 후배들의 선전을 응원했다.
김태혁은 지난달 29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2026 신한 SOL Bank KBO 리그 정규시즌 홈경기를 앞두고 팬들 앞에서 은퇴 선언을 했다.
김태혁은 신일고 졸업 후 2006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지명 2라운드 전체 15순위로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했다. 2008년 1군에 데뷔한 그는 2009년 말 장원삼 트레이드에 엮여 넥센 히어로즈로 이적했다.
상무 전역 후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1군에 자리 잡은 김태혁은 그해 21홀드를 올렸고, 2017년과 2018년에는 모두 두 자릿수 세이브를 기록했다. 특히 팀 이름이 키움으로 바뀐 2019년에는 KBO 최초로 단일시즌 40홀드의 주인공이 됐다.
이후 2021시즌 사인 앤드 트레이드로 SSG 랜더스로 이적한 김태혁은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하고 이듬해 시즌 막판 방출됐다. 이때 김태혁을 품은 것이 롯데였다.
현역 연장에 성공한 김태혁은 2023년 67경기에서 4승 2패 1세이브 18홀드 평균자책점 3.12로 호성적을 기록했다. 이듬해에는 74경기에 나와 8승 4패 1세이브 17홀드 평균자책점 4.15로 롯데 투수진의 허리를 든든하게 지켰다.
지난해 45경기에 등판하면서 통산 700경기 등판을 채웠던 김태혁은 올 시즌을 앞두고 FA 계약(1년 총액 3억원)과 개명을 통해 새 출발에 나섰다. 그러나 퓨처스리그에서만 21경기에 나왔을 뿐 1군 콜업은 없었다. 결국 지난달 15일 구단을 통해 은퇴 소식을 전했다.
29일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김태혁은 "오랜만에 선수들 얼굴도 보고, 팬분들도 보고 하니까 그래도 기분이 나쁘진 않은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시즌 전 FA 계약까지 했던 김태혁은 왜 은퇴를 결심했을까. 그는 "2군에 있으면서 선수들과 많은 대화도 하고, 나만의 시간을 보내면서 '내가 경쟁력이 떨어진 걸 인정해야 되나, 안 해야 되나'는 문제를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어 "주위에 있는 사람들한테도 물어보고 냉정하게 나를 평가하면서 3~4년 전에 했던 말, 후배들이 언젠가 나를 경쟁에서 이겼을 때는 은퇴를 해야 된다, 그때가 올해가 아닌가라고 생각해서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롯데에서 4년을 돌아본 김태혁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쉬운 게 너무 많다"고 고백했다. 그는 "조금은 슬프게 떠나는 것 같아서 후배들과 팀에 미안한 감정이 있다. 반대로 팬들께는 감사한 점도 많았다"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서로 윈윈이었다고 생각한다. 구단에서 내게 기회를 주셨고, 내가 그 기회를 잘 잡았다고 생각한다. 서로 좋았던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태혁은 그동안 꾸준히 구단 문화에 대해 언급했다. 지난 2024년 1월에는 "체계적이고 이길 수 있는 시스템, 선수들만의 팀워크, 이겨야 한다는 동기부여 등 여러 가지가 쌓여야 한다"고 강하게 말했다.
본인의 바람대로 팀은 나아지고 있을까. 김태혁은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단언했다. 그는 "조직이 변하는 데는 분명 시간이 걸린다. 서서히 변할 거라고 믿고 있고, 1~2년 뒤에는 어린 선수들 중에서 충분히 좋은 리더가 나와서 팀을 이끌면서 좋아질 것이다"라고 얘기했다.
후배들과도 교류를 피하지 않는 김태혁은 "강해지기 위해서는 아픔도 느껴야 한다. 단단해지기 위한 과정이 있으니 힘들 때는 선배들과 얘기하면서 풀어가야 한다"고 조언을 전했다.
이어 "'그런 부분에 너무 아파하지 마라, 살다 보면 더 아픈 일들이 많다' 이런 얘기를 많이 해준다"며 "지금은 큰 일이지만 지나면 작은 일이다. 그런 부분에서 성숙해지길 바란다는 말도 해준다"고 밝혔다.
김태혁이 고등학교를 졸업한 2006년은 황금세대들이 대거 출현했다. 올 시즌 사실상 코치 역할을 한 김성현(SSG 랜더스)이나 이재원(한화 이글스)을 제외하면 이제 동기는 5명(류현진, 양의지, 김건국, 원종현, 최주환)만 남았다. 김태혁도 상당히 오랜 기간 야구를 한 셈이다.
이에 대해 김태혁은 "차라리 짧고 굵은 게 낫다"며 웃었다. 그는 "그 친구들이 너무 야구를 잘했고, 난 거기에 비하면 잘한 편은 아니라서 따라가려면 길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평소 계획을 세워서 나서는 편이라는 김태혁. 하지만 은퇴 후 진로에 대해서는 "당분간 무계획으로 있으려 한다"고 했다. 그는 "생각 정리도 하고, 내가 갈 길이나 방향성에 대해 나올 것 같다"고도 했다.
은퇴선수 단골 질문인 야구 예능 '불꽃야구' 출연 여부에 대해서는 "야구를 더 하고 싶은 마음이 있으면 도전할 것"이라며 가능성을 열었다.
다만 "몸이 안 되면 나갈 수는 없다. 몸이 되면 한 번 도전을 할 수 있을 것 같기는 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 롯데 자이언츠
양정웅 기자 orionbea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