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24년 만의 아시안게임 여자복식 금메달이 눈앞에 다가온 순간에도 백하나-이소희 조가 부상으로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상대를 집중 공략하지 않는 스포츠맨십을 보여주면서 박수를 받았다.
홍콩 매체 '홍콩01'은 29일(한국시간) "2026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복식 결승에서 한국 조가 품격을 보여줬다. 상대가 부상을 당했지만 곤경에 처한 틈을 타 이득을 취하려 하지 않았다"며 백하나-이소희 조의 행동을 집중 조명했다.
백하나-이소희 조는 이날 일본 아이치현 이치노미야시의 이치노미야 시립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하계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복식 결승에서 중국의 탄닝-류성수 조를 게임스코어 2-1(26-28 21-18 21-18)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세계랭킹 1위 탄닝-류성수 조와 2위 백하나-이소희 조가 만난 만큼 승부는 치열했다. 대회 전까지 상대전적에서도 중국 조가 11승7패로 근소하게 앞서 있었다.
1게임부터 명승부가 펼쳐졌다. 두 조는 무려 20차례나 동점을 주고받았고 긴 듀스 승부 끝에 탄닝-류성수 조가 28-26으로 먼저 웃었다. 그러나 백하나-이소희 조는 2게임을 21-18로 가져오면서 승부를 마지막 게임까지 끌고 갔다.
3게임 역시 쉽게 승부가 갈리지 않았다. 백하나-이소희 조가 5-2, 10-6으로 앞섰지만 중국 조가 10-10을 만든 뒤 15-12로 역전에 성공했다. 경기 막판에도 탄닝-류성수 조가 18-17로 앞서면서 한국은 금메달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18-18에서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부상을 안고 결승전에 출전했던 류성수가 다리에 경련을 일으켰다. 파트너 탄닝이 직접 류성수의 다리를 스트레칭했고, 짧은 치료 후 경기가 재개됐지만 류성수의 움직임은 눈에 띄게 둔해졌다. 류성수는 코트에 주저앉은 상태에서도 셔틀콕을 받아내며 경기를 이어갔다.
금메달까지 불과 3점만을 남겨둔 백하나-이소희 조 입장에서는 류성수를 집중적으로 공략한다면 승리에 한층 가까워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홍콩01'은 백하나-이소희 조가 상대의 부상을 이용하지 않았다고 주목했다.
매체는 "상대 선수 한 명이 다친 건 한국에 절호의 기회였지만 백하나-이소희 조는 류성수를 겨냥해 공격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의도적으로 최대한 부상을 당하지 않은 탄닝 쪽으로 셔틀콕을 보내는 듯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백하나-이소희 조의 행동을 두고 "스포츠 정신을 유감없이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백하나-이소희 조는 상대의 부상을 직접적인 약점으로 이용하지 않고도 승부를 끝냈다. 18-18에서 내리 3점을 따내 21-18로 마지막 게임을 가져오면서 1시간44분에 걸친 혈투를 금메달로 마무리했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두 선수는 상대를 먼저 챙겼다. 매체에 따르면 백하나와 이소희는 우승을 확정한 뒤 부상으로 고통받은 류성수에게 다가가 상태를 살폈다. '홍콩01'은 이를 두고 백하나-이소희 조가 "코트 안팎에서 모두 스포츠 정신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한편 백하나-이소희 조는 이날 승리로 지난 8월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세계선수권 결승전 승리를 포함해 탄닝-류성수 조에 2연승을 거두며 세계 1위 조를 상대로 처음으로 연승을 기록했다.
이번 금메달의 의미도 남달랐다. 백하나-이소희 조는 직전 아시안게임 여자복식 결승에서 중국의 천칭천-자이판 조에게 패해 은메달에 머물렀지만, 이번에는 중국 조를 넘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한국 배드민턴도 백하나-이소희 조의 우승으로 24년 만에 아시안게임 여자복식 금메달을 되찾았다. 무엇보다 금메달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도 부상당한 상대를 집중 공략하지 않은 모습이 해외 매체의 주목을 받으면서 두 사람의 우승은 더욱 빛났다.
사진=일본 이치노미야, 김한준 기자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