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인천, 이우진 기자) SSG 랜더스 이숭용 감독이 프로 데뷔 첫 선발승을 따낸 이로운(22)의 호투만큼이나 경기 후 보여준 태도에 의미를 부여했다.
한때 팀의 핵심 불펜이었던 이로운의 선발 전환은 단순한 임시방편이 아니었다. 이 감독은 이미 내년 시즌 선발진의 한 축으로 이로운을 구상하고 있다.
SSG는 10일 오후 6시 30분부터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한화 이글스와 2026 신한 SOL KBO리그 팀 간 15차전을 치르고 있다.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이 감독은 전날 두산 베어스전에서 눈부신 호투를 펼친 이로운의 이야기를 꺼냈다.
이로운은 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전에 선발 등판해 6⅔이닝 동안 단 2개의 안타만 내주고 사사구 없이 9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투구 수도 81구에 불과했다.
SSG는 박성한의 적시타로 뽑은 한 점을 끝까지 지켜 1-0으로 승리했고, 이로운은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선발승의 기쁨을 맛봤다. 지난 3일 키움 히어로즈를 상대로 데뷔 첫 선발 등판에 나선 데 이어 두 번째 선발 경기에서 승리를 챙겼다. 개인 한 경기 최다 이닝과 최다 탈삼진 기록도 한꺼번에 새로 썼다.
이로운에게 더욱 의미 있는 결과였다. 지난해 33홀드를 기록하며 SSG의 필승조로 활약했던 이로운은 올 시즌 불펜에서 극심한 부침을 겪었다. 지난달 중순까지 평균자책점 7.08에 그쳤고, 결국 퓨처스리그로 내려가 선발 전환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이 감독은 결과보다 그 과정에서 나타난 이로운의 변화를 주목했다.
그는 "본인이 마음고생도 했다. 참 기특했던 건 경기 후 인터뷰에서 기뻐하기보다 미안했다는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는 것"이라며 "그걸 보면서 이 친구가 점점 더 성숙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본인이 책임감을 갖고 좋지 못했던 퍼포먼스를 반성하는 모습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더 긍정적으로 본다"며 "어제 한 경기는 물론 너무 잘 던졌다. 이제 앞으로 어떤 활약을 보여주느냐가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로운의 선발 전환 역시 즉흥적인 결정은 아니었다.
이 감독은 "여러 가지로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다. 바로 결정한 게 아니고 프런트와도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었다"며 "나는 로운이를 선발감이라고 보고 있었다. 그래서 타이밍을 잡고 있었고, 올 시즌을 기준점으로 삼아서 내년에 선발로 쓸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상대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것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라며 "어제는 변화구 커맨드가 정말 잘됐고 수 싸움에서도 이겼다. 상대를 이긴다는 것보다 본인이 마운드에서 할 수 있는 것을 극대화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이로운의 성공적인 선발 전환은 SSG의 다음 시즌 마운드 구상과도 맞닿아 있다.
이 감독은 SSG 지휘봉을 잡은 뒤부터 꾸준히 국내 선발진 구축을 장기적인 목표로 삼았다. 그는 "내가 팀에 오면서 제일 먼저 생각했던 목표가 '국내 선발을 구축해야겠다'는 것이었다"며 "그게 아마 내년에 조금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후보군도 하나둘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올 시즌 사실상 처음으로 풀타임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한 좌완 김건우는 25경기에서 118⅓이닝을 던져 8승10패 평균자책점 6.08을 기록했다. 시즌 초반에는 좋은 흐름을 보였으나 이후 기복을 겪었고, 지난 8일 KT 위즈전에서 4이닝 3실점을 기록한 뒤 9일 휴식과 관리 차원에서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고졸 신인 김민준은 데뷔 첫해부터 선발진에서 가능성을 증명했다. 13경기 66⅔이닝을 소화하면서 6승2패 평균자책점 3.38을 기록했다. 시즌 초반 어깨 근육 미세 손상으로 출발이 늦었지만 1군에 올라온 뒤 빠르게 선발진에 안착했다.
최민준도 있다.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마운드에 힘을 보탠 최민준은 올 시즌 26경기에서 3승6패 평균자책점 4.75를 기록하고 있다. 선발진에 공백이 생길 때마다 대체 자원으로 나섰고, 긴 이닝을 책임질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 가치가 높은 투수다.
이 감독은 "건우도 올해 이렇게 해보면 내년에 좀 더 나아질 것이다. 김민준이라는 친구도 아프지만 관리를 잘해주면 자기 역할을 할 수 있고, 로운이까지 합류한다. 뒤에는 최민준도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재활 중인 베테랑 김광현의 복귀와 외국인 투수까지 더해진다면 선발진의 깊이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이 감독의 기대다.
이 감독은 "김광현이 돌아오고 아빌라에 더해 괜찮은 외국인 선수 한 명만 데리고 온다면 아마 내년에 상대 팀들이 우리를 조금 두려운 상대로 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지난해 리그 정상급 불펜투수로 활약했지만 올 시즌 깊은 부진을 경험했던 이로운. 시즌 막판 선택한 선발 전환이 새로운 가능성을 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로운의 변화는 올 시즌을 넘어 이숭용 감독이 그리고 있는 내년 SSG 마운드의 중요한 퍼즐 조각으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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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진 기자 wzyfoot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