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대한민국 국가대표 수비 기대주 이한범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본선 데뷔전부터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다만 팀은 난타전 끝에 승리를 놓쳤다.
브뤼허는 9일(한국시간) 벨기에 브뤼허의 얀 브레이덜 스타디온에서 열린 2026-2027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리그 페이즈 1차전에서 애스턴 빌라에 2-3으로 패했다.
이날 양 팀은 나란히 4-2-3-1 전형으로 경기에 나섰다.
홈팀 브뤼허는 얀 조머가 골문을 지켰다. 포백은 키리아니 사베, 이한범, 브랜던 메헬러, 호아킨 세이스로 구성됐다. 이한범은 메헬러와 중앙 수비수 조합을 이뤄 자신의 UCL 본선 데뷔전에 선발로 나섰다. 중원에서는 프레디 포츠와 한스 바나컨이 더블 볼란치를 구성했다. 그 앞에는 카를로스 포르스, 위고 베틀레센, 얀 비르힐리가 배치돼 공격을 지원했다. 최전방 원톱은 니콜로 트레솔디가 맡았다.
원정팀 빌라의 골키퍼는 일본 국가대표 자이온 스즈키였다. 수비진에는 애런 완-비사카, 빅토르 린델뢰프, 파우 토레스, 이안 마트센이 자리했다. 중앙 미드필더는 부바카르 카마라와 주앙 고메스가 맡았고, 공격 2선에는 주장 존 맥긴과 에밀리아노 부엔디아, 조지 헤밍스가 배치됐다. 최전방에는 니콜라 잭슨이 선발 출전했다.
이날 경기는 시작부터 빠르게 전개됐다. 빌라는 전반 초반부터 오른쪽 측면을 활용해 브뤼허 수비진을 흔들었다. 전반 2분 페널티박스 안에서 부엔디아가 오른발로 때린 첫 슈팅은 골문 가까운 쪽을 살짝 벗어났다.
4분에는 맥긴이 오른쪽에서 프리킥을 올렸다. 이한범이 머리로 공을 걷어냈지만 빌라의 마트센이 페널티박스 바깥에서 다시 슈팅을 시도했고 수비벽에 맞고 나왔다.
선제골은 빌라가 가져갔다. 전반 11분 토레스가 중앙에서 직접 전진하며 브뤼허의 수비 라인을 흔들었다. 이후 측면에 있던 맥긴에게 공을 전달했고, 맥긴은 지체하지 않고 왼발 논스톱 슈팅을 시도했고, 공은 골문의 반대쪽 구석으로 휘어 들어갔다.
브뤼허도 곧바로 반격했다. 전반 19분 비르힐리가 왼쪽에서 안으로 밀어 넣은 크로스를, 정확한 타이밍에 문전으로 들어간 베틀레센이 왼발로 낮게 마무리해 1-1 동점을 만들었다.
하지만 동점 상황도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빌라는 전반 22분 다시 앞서갔다. 잭슨이 감각적인 뒤꿈치 패스로 고메스에게 공간을 열어줬고, 고메스가 내준 패스를 골문 가까운 곳으로 침투하던 부엔디아가 그대로 오른발로 마무리해 2-1을 만들었다.
브뤼허가 다시 추격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한범은 수비진의 핵심 역할을 맡았다. 전반 30분 빌라가 역습을 전개했고 헤밍스가 슈팅을 시도했지만 이한범이 몸으로 막아냈다.
그러나 전반 종료 직전 빌라가 다시 한 번 결정타를 날렸다. 전반 43분 토레스가 브뤼허 진영으로 공을 걷어냈고, 이 공이 상대 진영으로 곧바로 흘렀다. 잭슨이 이한범을 속도 싸움에서 이겨내 먼저 공에 도달했다. 잭슨은 이를 처리하기 위해 골문을 비우고 앞으로 나온 조머의 머리 위로 공을 넘긴 뒤 빈 골문을 향해 달려갔고, 결국 직접 마무리하며 3-1을 만들었다.
전반은 브뤼허가 1-3으로 뒤진 채 끝났다.
후반 초반 브뤼허가 조금씩 빌라를 몰아붙였다. 후반 10분 비르힐리가 왼쪽에서 전진한 뒤 니콜로 트레솔디와 연계했고, 다시 공을 받아 공격을 이어가려 했지만 스즈키가 빠르게 대응했다.
결국 후반 16분 브뤼허에 추격의 기회가 찾아왔다. 세이스의 크로스가 완-비사카의 팔에 맞았고, 처음에는 상황이 그대로 지나가는 듯했지만 비디오판독(VAR) 결과 완-비사카의 뻗은 팔이 공의 진행을 방해한 장면이 확인됐다. 트레솔디가 페널티킥 키커로 나섰고 골문 오른쪽 아래를 정확하게 찔렀다. 브뤼허가 2-3으로 따라붙었다.
추격골 이후 분위기는 크게 달라졌다. 브뤼허가 계속해서 공격 숫자를 늘렸고, 이한범 역시 수비뿐 아니라 후방에서 공격을 시작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브뤼허는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후반 추가시간 3분 이한범도 공격 전개에 가담했다. 오른쪽으로 정확하게 공을 연결했고, 이후 이어진 크로스를 트레솔디가 머리로 받아 골문을 겨냥했다. 하지만 헤더는 스즈키가 안정적으로 잡아냈다. 결국 애스턴 빌라가 3-2 승리를 지켜냈다.
이한범 개인의 기록만 놓고 보면 아쉬운 팀 결과 속에서도 눈에 띄는 수치가 많았다.
축구 통계 전문 매체 '풋몹'에 따르면 이한범은 90분을 뛰면서 터치 114회(양 팀 최다), 패스 성공률 94%(94/100), 파이널서드로 향한 패스 11회, 긴 패스 7회 시도 중 4회를 정확히 연결했다.
수비 지표 역시 준수했다. 걷어내기 6회(양 팀 최다), 차단 2회, 가로채기 2회, 태클 1회, 리커버리 4회를 기록했고, 상대 선수에게 단 한 번도 드리블 돌파를 당하지 않았다. 네 차례 공중볼 경합을 시도했고 모두 이겨 100% 성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풋몹'은 이한범에게 평점 6.6점을 부여했다.
이한범에게 이번 경기는 의미가 남다르다. 그는 FC서울에서 프로 무대에 데뷔한 뒤 2023년 덴마크 미트윌란으로 이적하며 유럽 무대에 진출했다. 미트윌란에서 챔피언스리그 예선을 경험했지만 본선 경기에 출전하지는 못했다.
이후 브뤼허로 이적한 그는 주전 중앙 수비수로 기회를 얻었고, 마침내 유럽 최고 수준의 클럽 대항전 본선에서 90분을 소화했다.
브뤼허는 이제 다음 경기에서 반등을 노려야 한다. 브뤼허의 다음 리그 페이즈 경기는 10월 14일 인터 밀란과의 맞대결이다.
사진=연합뉴스
윤준석 기자 jupremebd@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