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웨이브 '더 커뮤니티'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 번 보면 오래 남는 숨은 명작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유'는 나만 알기 아쉬운 콘텐츠를 찾아 이 콘텐츠를 봐야 이유를 짚어드립니다. [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 이유림 기자) 누군가를 떨어뜨리고 살아남는 것만이 서바이벌의 전부일까.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는 배신과 탈락을 앞세우기보다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부딪히고 공존하는 과정을 통해 인간 심리를 파고든다.
배신과 탈락, 갈등과 폭언. 흔히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떠올리면 극한의 경쟁 속에서 벌어지는 자극적인 장면부터 생각하기 쉽다. 살아남기 위해 누군가를 밀어내고, 때로는 상대를 향한 날 선 말과 행동이 오가는 만큼 강한 도파민을 선사하는 것이 서바이벌의 공식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서바이벌이 강한 자극만을 좇는 것은 아니다. 웨이브 오리지널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이하 '더 커뮤니티')는 경쟁의 틀 안에서 인간의 심리와 관계, 그리고 공존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기존 서바이벌과 다른 방향을 보여준다.
지난 2024년 공개된 '더 커뮤니티'는 정치, 젠더, 계급, 소수자 이슈 등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한 공간에서 생활하며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담는다.
극과 극의 이념을 가진 참가자들을 모아 한국 사회의 민감한 문제를 직접 마주하게 한다는 점에서 처음에는 어느 서바이벌보다 거센 갈등이 펼쳐질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프로그램 안에는 배신도 있고 탈락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것들이 프로그램의 최종 목적이 되지는 않는다. 누가 마지막까지 살아남느냐보다 참가자들이 어떤 판단을 내리고, 그 선택이 공동체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지켜보는 과정에 더 큰 의미가 담긴다.

웨이브 '더 커뮤니티'
특히 초반부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예상과 달리 '공존'을 향한 참가자들의 움직임이다.
주민들은 매일 주어지는 게임을 단순한 생존 경쟁이 아닌 하나의 국가를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받아들인다. 공동체의 공금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세율은 어느 정도로 정할 것인지, 규칙을 어긴 사람을 어디까지 처벌하고 또 용서할 것인지 끊임없이 논의한다.
결국 이들이 맞닥뜨리는 가장 본질적인 질문은 하나다. '나만 살아남으면 되는가, 아니면 모두가 함께 살아남아야 하는가.'
생존을 위해 개인의 욕망을 최대한 자극하는 기존 서바이벌의 룰과도 결이 다르다. '더 커뮤니티'는 오히려 참가자들이 자신의 욕망만을 좇지 못하도록 여러 장치를 마련한다.
게임의 모든 규칙이 처음부터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도 그중 하나다. 자신의 생존과 이익을 우선한다고 해도 다른 주민을 희생시키는 선택이 반드시 유리하다는 보장이 없다. 여기에 주민들이 직접 만든 공동체의 규칙까지 더해지면서 개인적인 선택에는 도덕적 책임이 뒤따른다.
때로는 게임의 허점을 이용해 다른 주민을 공격할 수 있는 권리를 없애고, 모두가 살아남는 길을 선택하기도 한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상대를 제거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서바이벌의 문법을 거꾸로 뒤집은 셈이다.
이 과정에서 참가자들은 서로 다른 이념을 숨기기보다 솔직하게 드러낸다. 당연히 충돌도 발생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갈등 자체가 아니라 그 이후다. 상대의 주장을 듣고 자신의 생각을 다시 들여다보며, 나와 다른 사람과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지 고민하는 과정이 나온다.
이러한 고뇌는 고스란히 시청자에게도 전달된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고 여겼던 참가자의 말이 어느 순간 납득되지 않기도 하고, 반대로 전혀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의 주장을 들으며 의외로 이해하게 되는 순간이 생기는 것이다.
내가 당연하다고 믿었던 것이 누군가에게는 전혀 다른 의미일 수 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체감한다. 단순히 참가자의 승패를 지켜보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 자신의 편견과 사고방식까지 돌아보게 만드는 지점이다.

웨이브 '더 커뮤니티'
특히 '더 커뮤니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불순분자'라는 개념이다.
프로그램 속 불순분자는 실제로 공동체에 해를 끼치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최대한 많은 사람이 살아남아야 한다는 공동체의 목표에 부합하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순분자'라는 정체성만으로 의심받고 배척당한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질문이 생긴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서 누군가를 '불순분자'로 규정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현대 사회 역시 존재하지 않는 위험에 대한 막연한 경계와 불신으로 타인과 거리를 두는 경우가 적지 않다. 낯선 사람의 호의를 의심하고, 혹시 모를 피해를 막기 위해 먼저 벽을 세운다. 물론 위험을 경계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서로를 지나치게 의심하고 배척하는 태도가 사회 전체에 또 다른 피로와 갈등을 만들어내는 것 역시 부정하기 어렵다.
특히 정치와 젠더 등 사회 곳곳에서 갈등과 혐오가 커지는 상황에서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과 대화하는 일은 더욱 어려워졌다. '더 커뮤니티'는 이러한 현실을 참가자들의 생활과 토론을 통해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결국 프로그램이 이야기하는 것은 누가 옳고 그른지를 가려내는 일이 아니다.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부딪히고, 대화하고, 때로는 자신의 생각을 다시 되짚어보면서 함께 살아갈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에 가깝다.
'틀림'으로 상대를 규정하기보다 '다름'을 인정하는 것, 그리고 그 차이를 이해하기 위해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 공동체를 유지하는 출발점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때문에 '더 커뮤니티'는 기존 두뇌 서바이벌의 복잡한 규칙이나 퍼즐형 게임에 피로감을 느꼈던 시청자에게도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다. 토론과 정치적 판단, 사회적 이슈를 중심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단순히 문제를 풀어내는 능력보다 사람과 관계를 관찰하는 재미가 크다.

웨이브 '더 커뮤니티'
'더 커뮤니티'는 경쟁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심리와 선택을 통해 시청자에게 질문을 남긴다. 누군가를 탈락시키는 것보다 함께 살아남는 것이 어려운 이유, 나와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는 것이 왜 힘든지, 그리고 우리가 만들어가는 공동체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승패를 넘어 사람의 본성과 관계, 선택을 들여다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더 커뮤니티'가 보여주는 서바이벌은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오래 남는 재미를 만들어낸다.
한편 '더 커뮤니티'는 약 2년 만에 오는 9월 4일 '더 커뮤니티2: 보이지 않는 손'으로 돌아온다.
서로 다른 자원을 가진 참가자들이 생존과 상금을 걸고 오직 거래를 통해 살아남아야 하는 사회 실험 서바이벌로, 시즌1보다 한층 치밀해진 생존 게임을 예고하고 있다.
시즌1에서 인간의 심리와 관계를 깊이 들여다봤던 만큼, 시즌2에서는 또 어떤 선택과 갈등을 통해 새로운 재미를 만들어낼지 관심이 모인다.
사진=웨이브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
이유림 기자 reason17@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