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잠실, 이우진 기자) "모든 공이 저랑 똑같은데 구속을 20km/h씩만 빼면 됩니다."
LG 트윈스의 '토종 에이스' 임찬규가 미국 메이저리그(MLB)를 대표하는 강속구 투수 제이콥 미저라우스키(밀워키 브루어스)를 향해 재치 넘치는 감탄을 쏟아냈다.
임찬규는 2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2026 신한 SOL KBO리그 팀 간 12차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2피안타 3사사구 4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면서 LG의 8-0 완승을 이끌었다.
시즌 12승째를 수확한 임찬규는 두산 베어스 최민석과 함께 다승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최근 4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달성했고, 2018년 7월 4일 이후 8년 넘게 이어졌던 NC전 무승의 악연까지 끊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임찬규는 자신이 좋아하는 메이저리그 투수에 대한 질문을 받자 과거 시카고 컵스 등에서 활약했던 카일 헨드릭스와 2023시즌을 끝으로 마운드를 떠난 잭 그레인키를 먼저 떠올렸다.
임찬규는 "최근은 잘 모르겠지만 잭 그레인키, 카일 헨드릭스 선수를 굉장히 좋아했다"며 "저는 그렇게 운영을 잘하고, 컨트롤이 좋은 투수들을 너무 좋아한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두 투수 모두 압도적인 구속보다는 제구와 완급 조절, 경기 운영 능력을 무기로 오랫동안 빅리그에서 살아남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빠른 공보다 다양한 구종과 타자와의 수 싸움으로 승부하는 임찬규가 이들에게 매력을 느낀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다고 강속구 투수에게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임찬규는 "메이슨 밀러(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선수나 빠른 공을 던지는 선수들도 너무 좋다"며 또 다른 이름을 꺼냈다. 바로 밀워키의 24세 우완 미저라우스키였다.
지난해 빅리그에 데뷔한 미저라우스키는 201cm의 큰 신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160km/h 이상의 강속구를 앞세워 단숨에 주목받았다. 최고 구속은 168.1km/h를 찍었다.
올 시즌에는 24경기에 선발 등판해 145이닝을 소화하면서 13승5패, 평균자책점 1.68, 216탈삼진을 기록하고 있다. 9이닝당 탈삼진이 13개를 넘을 정도로 압도적인 구위를 자랑한다.
특히 강력한 포심 패스트볼에 커터와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다양한 구종까지 갖췄다. 임찬규가 자신의 구종 구성과 비슷하다는 사실을 발견한 이유다.
임찬규는 "미저라우스키 같은 선수들이 던지는 걸 보면 '이거 뭐냐' 싶기도 하다. 던지는 걸 봤는데 구질이 저랑 똑같더라"라며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터도 던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정적인 차이를 재치 있게 짚었다.
임찬규는 "모든 공은 저랑 같은 공이지만 구속을 20km/h씩만 빼면 된다"면서 웃은 뒤 "그러면 딱 맞는다. 직구가 140km/h와 160km/h고, 커브는 그 선수가 130km/h대인데 저는 110km/h대다. 슬라이더도 그 선수는 140km/h 중후반대, 저는 130km/h 초반이다. 20km/h 정도씩만 빼면 되겠더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 미저라우스키 정도 공이면 커맨드가 굳이 중요하겠습니까?"라고 반문한 뒤 "그냥 네모 안에 꽂으면 되는 것 아닌가 싶다. 정말 멋있는 선수인 것 같다"고 감탄했다.
평균 140km/h 안팎의 직구와 정교한 커맨드, 완급 조절을 앞세워 KBO리그 정상급 선발투수로 활약하고 있는 임찬규와 평균 160km/h가 넘는 직구로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압도하고 있는 미저라우스키.
공의 속도는 달라도 다양한 구종을 활용해 타자와 승부한다는 점에서 임찬규에게 MLB 초신성의 강속구 투구는 흥미로운 비교 대상이었다.
공교롭게도 이날 임찬규가 NC 타선을 잠재운 방법은 미저라우스키와는 달랐다. 압도적인 구속 대신 상대 타자들의 성향을 읽고 적극적인 승부를 펼치면서 6이닝을 단 2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았다.
160km/h 강속구를 뿌리는 24세 투수를 향해 감탄을 아끼지 않은 임찬규지만, 자신도 정교한 커맨드와 노련한 경기 운영이라는 확실한 무기를 앞세워 KBO리그 정상급 선발투수로서의 경쟁력을 증명하고 있다.
사진=잠실, 이우진 기자 / 엑스포츠뉴스DB / 연합뉴스
이우진 기자 wzyfoot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