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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자칫 '만루 트라우마' 생길 뻔했는데, 1사 만루 위기서 병살 유도→9말 끝내기 그랜드슬램…"선수들은 잊길" 감독 바람 통했다 [광주 현장]

기사입력 2026.08.26 04:04 / 기사수정 2026.08.26 04:04



(엑스포츠뉴스 광주, 양정웅 기자) 자칫 팀 전체가 빠질 수도 있었던 '만루 트라우마'.

하지만 KIA 타이거즈가 홈에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면서 만루를 극복했다. 

KIA는 25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2026 신한 SOL Bank KBO 리그 정규시즌 홈경기에서 8-5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2연패에서 탈출한 KIA는 시즌 전적 61승 50패 2무(승률 0.550)가 됐다. 이로써 KIA는 3위 LG 트윈스와 0.5경기 차 4위를 유지했다. 

KIA는 직전 게임인 23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7-8로 패배했다. 단순한 1점 차 패배가 아니라, 다 이긴 경기를 예상치 못한 결말로 넘겨준 충격적인 게임이었다. 



이날 KIA는 선발 제임스 네일이 6이닝 5피안타(1피홈런) 3사사구 8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고, 2-2로 맞서던 6회 박재현의 2타점 3루타로 리드를 되찾았다. 이어 8회 김태군의 2점 홈런과 김선빈의 1타점 적시타가 나오면서 KIA는 7-2로 앞서고 있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따르면 9회말 시작 시점 기준 KIA의 승리 확률은 98.8%까지 올라갔다. 그러나 이것이 '0%'가 되는 건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았다. 

9회말 올라온 이태양이 1사 만루 위기에 몰렸고, 이에 KIA는 세이브 상황이 되자 이의리를 올렸다. 하지만 1사 만루에서 데이비슨에게 2타점 적시타를 허용했고, 후속타자 안치홍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다시 1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이의리는 여동욱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냈지만, 이어진 2사 만루에서 김재현에게 끝내기 만루 홈런을 얻어맞았다. KBO 역대 26번째 끝내기 만루 홈런이었고, 9회 3점 차 2사 만루 끝내기 그랜드슬램은 1995년 삼성 이동수, 2002년 롯데 김응국에 이어 역대 3번째였다. 



자칫 분위기가 바닥으로 가라앉을 수 있는 상황. 사령탑은 애써 이를 이겨내려 했다. 25일 취재진과 만난 이범호 KIA 감독은 "이런 게 한두 번도 아니라 충격 먹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농담을 전했다. 

이어 "(이)의리 올리는 타이밍에서 내가 미스했다. 좀 더 편한 상황에서 올렸으면 됐을 수도 있는데 타이밍이 그랬다"며 "(이)의리는 충분히 잘 던져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선수들은 진 경기를 잊어버리고 다음 경기를 했으면 좋겠다. 우리가 잘 체크해서 그런 부분 안 나오도록 준비하는 게 남은 경기에서 가장 중요하다. 실수 없게 다음 경기 치르도록 준비 잘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KIA는 경기가 잘 풀리지 않는 모습이 보였다. 1회와 3회 각각 1점씩 올렸으나, 출루한 주자에 비하면 적은 수였다. 여기에 4회까지 잘 던지던 선발 시라카와 케이쇼가 5회 5점을 내주면서 역전을 허용했다. 



그래도 KIA는 6회 공격에서 하주석의 2점 홈런으로 추격에 나섰다. 롯데의 득점 찬스를 불펜진이 막아낸 것도 KIA 쪽으로 분위기를 가져오는 데 한몫 했다. 

7회초 KIA는 김범수로 투수를 바꿨는데, 1사 후 손성빈의 좌익수 쪽 안타에 이어 황성빈의 내야안타가 나왔다. 여기에 나승엽이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골라내면서 롯데는 만루 기회를 잡았다. 그러자 KIA는 다시 한 번 성영탁으로 마운드 교체에 나섰다. 

초구 투심 패스트볼을 던진 성영탁은 다음 공으로 낮은 커터를 선택했다. 레이예스는 배트를 냈지만 1루수 쪽 땅볼이 됐다. 1루수 박상준이 홈으로 던져 3루 주자를 잡은 후, 다시 1루로 송구가 돌아오며 레이예스까지 아웃시켰다. 

이는 결국 역전으로 이어졌다. 9회말 KIA는 상대 마무리 김원중을 상대로 1사 후 나성범이 좌전안타로 나갔고, 2아웃에서는 김호령의 안타와 김태군의 볼넷으로 만루가 됐다. 



여기서 KIA는 변우혁 대신 이호연을 대타로 투입했다. 초구 포크볼에 헛스윙을 했지만, 볼 2개를 골라내 유리한 카운트를 만들었다. 

이어 4구째 포크볼이 가운데로 들어온 걸 놓치지 않고 받아쳤다. 타구는 높게 떠서 날아가 오른쪽으로 향했고, 우익수가 잡을 수 없는 담장 밖으로 넘어갔다. 역대 최초 9회말 2사 후 대타 역전 끝내기 만루홈런이었다. 

끝내기 만루홈런을 맞은 팀이 다음 경기에서 끝내기 만루홈런으로 승리한 건 KBO 45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KIA는 안 좋은 분위기를 남기지 않고 그랜드슬램으로 분위기를 일소했다. 



7회 만루 위기를 넘긴 성영탁은 "아무래도 끝내기 홈런이 팀에 조금 영향이 갔을 수도 있다"면서도 "중요한 만루 상황에 나도 뭔가 올라갈 때부터 '안타 맞으면 안 되는데'가 아니라 '오케이, 무조건 병살' 이렇게 생각을 해서 조금 더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만루홈런의 주인공 이호연도 "깊은 연패에 안 빠져서, 순위 싸움하고 있는데 저도 한 경기 보탬이 됐다는 게 정말 내 입장에서는 감사하다"며 얘기했다. 

이범호 감독은 "오늘 경기를 내줬다면 연패가 이어지는 상황이었는데 마지막까지 모든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줘 이길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사진=광주, 김한준 기자 / 엑스포츠뉴스 DB 

양정웅 기자 orionbea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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