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우진 기자) KBO리그에서 활약한 뒤 미국 메이저리그(MLB) 정상급 선발투수로 자리매김한 메릴 켈리(37·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상대 코칭스태프를 향해 '사인 훔치기' 의혹을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켈리는 "X소리 같은 짓", "수준 낮은 행동"이라는 거친 표현까지 동원하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미국 매체 '뉴욕 포스트'는 25일(한국시간) "애리조나 투수 켈리가 시카고 컵스 3루 코치 퀸틴 베리의 사인 훔치기를 주장하면서 양 팀의 감정이 격해졌다"고 보도했다.
사건은 이날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체이스 필드에서 열린 컵스와 애리조나의 2026 MLB 정규시즌 경기 도중 발생했다.
'뉴욕 포스트'에 따르면 켈리는 애리조나가 0-2로 끌려가던 5회초 좌타자 마이클 부시를 상대하던 중 투구판에서 발을 빼고 베리를 노려봤다. 베리가 자신의 투구 습관에서 구종을 알아낼 수 있는 단서를 찾아 타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고 의심했기 때문이다.
켈리는 경기 후 "우리는 그가 사인을 전달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특히 내가 좌타자에게 던지는 체인지업과 관련해 무언가를 알아낸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애리조나 코칭스태프도 즉각 반응했다. 투수 코치 브라이언 캐플런이 주심에게 항의하면서 베리 쪽을 가리켰고, 벤치 코치 브라이언 배니스터 역시 컵스 더그아웃을 향해 손가락질했다. 컵스 벤치에서도 이에 맞서면서 양 팀 사이에 고성이 오갔지만 벤치 클리어링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켈리의 분노는 경기 후에도 가라앉지 않았다.
켈리는 "사인을 훔치는 건 야구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일이다. 하지만 코치가 그렇게 하는 건 솔직히 개소리 같은 짓(bullshit)이라고 생각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2루 주자가 내 글러브 안의 그립을 보거나 타자가 내 글러브 움직임에서 무언가를 알아낸다면 정당한 플레이라고 생각한다. 선수들은 야구가 시작됐을 때부터 그렇게 해왔을 것"이라고 선수들 사이에서 이뤄지는 사인 파악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코치의 개입에 대해서는 "그라운드 밖에서 그런 짓을 하는 건 수준 낮은 행동이다. 라인 안에서 선수들이 하는 것과 밖에 서 있는 사람들이 하는 건 다르다"며 날을 세웠다.
특히 켈리는 "아마 내가 코치들에게서 본 것 중 가장 노골적인 사례였을 것"이라며 "모두가 조금이라도 우위를 점하려고 한다. 코치가 사인을 전달하는 걸 처음 본 것도 아니지만 이런 일은 선수들 사이에서 끝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자신의 투구 습관도 점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켈리는 "분명히 그가 무언가를 알아냈다. 그가 알아냈다면 다른 사람들도 알아낼 수 있다"며 자신도 모르게 구종을 노출하는 습관이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반면 크레이그 카운셀 컵스 감독은 양 팀의 신경전을 두고 "리그에서 매일 벌어지는 수 싸움"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이날 켈리는 5⅔이닝 3실점을 기록했고, 애리조나가 컵스에 0-7로 완패하며 패전 투수가 됐다.
한편 켈리는 국내 야구팬들에게도 익숙한 선수다. 2015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 입단해 2018년까지 4시즌 동안 KBO리그 통산 119경기 48승32패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했다. 특히 2017년에는 16승과 함께 189탈삼진으로 리그 탈삼진왕에 올랐다.
2018년에도 12승을 거두며 SK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힘을 보탠 켈리는 시즌을 마친 뒤 애리조나와 계약하며 미국으로 돌아갔다. KBO리그 진출 전까지 빅리그 경험이 없었던 그는 2019년 만 30세에 MLB 데뷔에 성공한 뒤 꾸준한 선발투수로 자리 잡으면서 대표적인 '역수출 성공 사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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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진 기자 wzyfoot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