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광주, 양정웅 기자) KBO 리그 역대 27번째 대기록이 예상치 못한 선수의 손에서 나왔다.
이호연(KIA 타이거즈)이 극적인 끝내기 만루홈런을 치는 순간, 이맘때 돌아가신 부친의 생각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KIA는 25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2026 신한 SOL Bank KBO 리그 정규시즌 홈경기에서 8-5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2연패에서 탈출한 KIA는 시즌 전적 61승 50패 2무(승률 0.550)가 됐다. 이로써 KIA는 3위 LG 트윈스와 0.5경기 차 4위를 유지했다.
앞서 KIA는 앞선 경기인 23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7-8로 패배하며 2연패를 당했다. 7-2로 앞선 채 9회말을 맞이했지만, 2점을 헌납한 후 마무리 이의리가 김재현에게 역전 끝내기 그랜드슬램을 맞으면서 지고 말았다. 이는 KBO 역대 26번째 끝내기 만루홈런이었다.
충격이 있을 법도 했지만, 이범호 KIA 감독은 25일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은 진 경기를 잊어버리고 다음 경기를 했으면 좋겠다. 우리가 잘 체크해서 그런 부분 안 나오도록 준비하는 게 남은 경기에서 가장 중요하다. 실수 없게 다음 경기 치르도록 준비 잘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KIA는 선발 시라카와 케이쇼가 4회까지 무실점 호투하면서 2-0으로 앞서고 있었다. 그러나 5회 시라카와가 갑자기 무너지며 5점을 내주며 역전을 허용했다.
그나마 6회 하주석의 2점 홈런으로 한 점 차까지 따라갔지만, 7회 찬스에서 김태군이 병살타로 물러나는 등 어려운 경기가 이어졌다.
9회말, 롯데는 마무리 김원중을 올렸다. 까다로운 타자 김도영을 3루수 땅볼로 잡아 1아웃이 됐지만, KIA는 다음 타자 나성범이 좌익수 앞 안타로 출루했다. 이어 이창진이 삼진으로 물러난 후에도 김호령의 좌전안타와 김태군의 볼넷으로 2사 만루 찬스를 잡았다.
여기서 KIA는 변우혁 대신 이호연을 대타로 투입했다. 초구 포크볼에 헛스윙을 했지만, 볼 2개를 골라내 유리한 카운트를 만들었다.
이어 4구째 포크볼이 가운데로 들어온 걸 놓치지 않고 받아쳤다. 타구는 높게 떠서 날아가 오른쪽으로 향했고, 우익수가 잡을 수 없는 담장 밖으로 넘어갔다. 끝내기 만루홈런이었다. 이틀 전 똑같은 상황으로 패배했던 KIA가 1경기 만에 이를 반전시켰다.
이호연 개인으로는 끝내기 홈런도, 만루홈런도, 대타 홈런도 모두 처음이었다. 그야말로 기억에 남을 순간이었다. 특히 2아웃 대타 끝내기 역전 만루홈런은 KBO 역대 최초 대기록이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이호연은 "일단 '내 스윙을 하자. 소극적으로만 치지 말자' 이 생각을 가지고 했다"며 "대기 타석에서 감독님과 코치님이 존을 높게 설정하고 들어가라고 하셨던 게 좋은 방향성이지 않았나 싶다"고 밝혔다.
처음부터 포크볼을 노렸다는 이호연은 "(초구 헛스윙 후) 다시 설정했다. 아예 높게 설정하자고 생각한 게 운이 좋았다"고 밝혔다.
이호연은 "노리던 공이 와서 딱 쳤는데, 잘 맞았다는 느낌이었는데 넘어갈 줄은 몰랐다"며 "(타구가) 빨리 안 가더라. 빨리 떨어졌으면 좋겠는데 안 갔다"며 웃었다.
대타 끝내기 역전 만루홈런이라는 상황은 쉽게 오지 않는다. 이호연은 "이때까지 만루 상황에서 대타 나가서 안타 치는 것도 짜릿한데, 운 좋게 또 홈런이 돼서 아직까지 짜릿하다"고 말했다.
그라운드를 돌면서 이호연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는 "이때까지 야구했던 것과, 부모님이 많이 생각났다"고 했다. 특히 지난해 8월 세상을 떠난 이호연의 부친 1주기를 갓 지난 상황에서 끝내기가 나온 게 큰 의미가 있었는데, 그는 "아버지가 제일 많이 생각난다"고 고백했다.
다만 이 기쁨에 매몰될 생각은 없다. "새벽 3시까지 하이라이트를 보겠다"고 한 이호연은 "오늘까지 짜릿함을 느끼고, 내일부터 똑같이 루틴 지키고 똑같이 연습할 것이다"라고 얘기했다.
사진=광주, 김한준 기자 / 엑스포츠뉴스 DB
양정웅 기자 orionbea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