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6-08-13 16:14
스포츠

브라질-잉글랜드 이어 이 나라도 외국인 감독…스페인 레전드, 48년 만에 '오렌지 군단' 지휘

기사입력 2026.08.13 15:33 / 기사수정 2026.08.13 15:33



(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세계적인 축구 강국들이 잇따라 '외국인 감독' 카드를 꺼내 들고 있다.

브라질과 잉글랜드에 이어 이번에는 네덜란드가 스페인 레전드 사비 에르난데스를 사령탑에 앉혔다.

네덜란드왕립축구협회(KNVB)는 13일(한국시간) 사비 에르난데스를 남자 축구대표팀의 새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계약 기간은 2030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까지다.

이로써 사비는 UEFA 유로 2028과 2030 월드컵까지 네덜란드를 이끌게 됐다.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사비가 외국인 감독이라는 점이다. 네덜란드가 외국인에게 남자 대표팀 지휘봉을 맡기는 것은 무려 48년 만이다.

1978 아르헨티나 월드컵 당시 오스트리아 출신 에른스트 하펠 감독 이후 처음이다.

네덜란드는 오랜 기간 자국 출신 지도자를 선호해왔다. 루이 판할, 프랑크 더부르, 거스 히딩크, 딕 아드보카트,  로날트 쿠만 등 네덜란드 축구 철학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자국 지도자들이 대표팀을 맡아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네덜란드는 우승 후보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았지만 32강에서 모로코와 승부차기까지 간 끝에 탈락했다.

기대 이하의 성적에 쿠만 감독이 자리에서 물러났고 KNVB는 새로운 사령탑을 찾기 시작했다.

후보로는 아르네 슬롯, 에릭 텐 하흐, 페터 보스 등 네덜란드 출신 거물 지도자들이 거론됐지만 협회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포르투갈 대표팀을 떠난 로베르토 마르티네스 역시 나이젤 더용 기술이사와 면접까지 진행했지만 최종 선택을 받지 못했다.

네덜란드의 결론은 스페인 출신 사비였다.

상징성이 상당하다. 사비는 선수 시절 2010 남아공 월드컵 결승에서 바로 네덜란드를 꺾고 스페인의 첫 월드컵 우승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그로부터 16년 뒤 네덜란드 선수들을 지휘하게 됐다.



또한 선수 시절 바르셀로나에서 뛰었는데, 바르셀로나는 네덜란드 레전드 요한 크라위프의 '토탈사커'를 계승한 구단이다. 네덜란드 축구를 가장 잘 아는 인물이 사비다.

사비 또한 네덜란드 축구와 자신의 철학 사이에 강한 연결고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이 된 것은 엄청난 영광이다. 바르셀로나 유스 시절부터 요한 크라위프와 리누스 미헬스의 영향을 받으며 성장했기 때문에 네덜란드 축구와 특별한 유대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심지어 자신을 "네덜란드 축구의 아들"이라고 표현했다.

크라위프가 바르셀로나에 심은 점유율과 포지셔닝, 공격 축구의 철학은 이후 사비의 선수 생활과 지도자 커리어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사비 역시 "점유율을 바탕으로 한 공격적인 축구와 창의성, 열정이 나에게 크게 어필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승리지만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방식으로 이기고 싶다"고 네덜란드 대표팀에서 자신의 색깔을 분명히 하겠다고 밝혔다.



KNVB도 사비의 축구 철학을 높게 평가했다.

나이젤 더용 기술이사는 사비가 "능동적이고 주도적이며 매력적인 축구를 추구하고, 동시에 현대 축구가 요구하는 유연성까지 갖춘 지도자"라고 설명했다.

흥미로운 건 최근 세계적인 축구 강국들이 '자국 감독'이라는 고정관념을 빠르게 내려놓고 있다는 점이다.

브라질, 잉글랜드, 벨기에, 체코, 스웨덴 등 여러 강국들이 외국인 감독 체제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감독의 국적보다 지도력과 전술적 적합성을 우선하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

물론 스페인, 프랑스, 아르헨티나, 독일, 포르투갈은 자국 출신 지도자가 지휘봉 잡고 있지만 그간 외국인에게 닫혀 있던 나라들이 점점 문을 열고 있다.

사비에게도 이번 선택은 중요한 도전이다. 카타르 알 사드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사비는 바르셀로나 감독으로 라리가와 수페르코파 우승을 경험했다.



하지만 2023-2024시즌 종료 후 바르셀로나를 떠난 뒤 약 2년 동안 현장에 복귀하지 않았다.

그동안 사비는 클럽팀보다 국가대표팀 감독에 관심이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도 월드컵이나 유로, 아시안컵 같은 국제대회에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대한민국 대표팀 차기 감독 후보로도 이름이 거론됐다. 특히 사비가 직접 "아시안컵에 참가하고 싶다"고 언급하면서 한국 팬들의 관심도 커졌다.



홍명보 감독이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후 사퇴하면서 사비의 한국행 가능성이 잠시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은 현재 9월부터 11월까지 6차례 A매치만 맡길 임시 감독을 공개채용 방식으로 선발하고 있다.

반면 네덜란드는 사비에게 2030 월드컵까지 장기 프로젝트를 제시했다. 결국 사비의 선택은 네덜란드였다.


사진=네덜란드 / 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