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고척, 이우진 기자) "돈을 못 벌어서 한국에 온 것도 아니지 않나. 야구가 좋아서 온 거다."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이 새 외국인 투수 카를로스 카라스코를 향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통산 112승이라는 화려한 이력을 가진 베테랑 카라스코는 마운드 위에서는 정교한 커맨드로 자신의 클래스를 보여주고 있고, 그라운드 밖에서는 풍부한 경험을 앞세워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는 모습까지 보여주면서 빠르게 LG 선수단에 녹아들었다.
염 감독은 1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2026 신한 SOL KBO리그 정규시즌 맞대결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전날 선발승을 거둔 카라스코의 투구를 높게 평가했다.
카라스코는 지난 11일 키움과의 주중 3연전 첫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5피안타 1사사구 5탈삼진 2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를 작성했다. LG가 8-3으로 승리하면서 카라스코는 KBO리그 두 번째 등판 만에 감격적인 첫 승까지 손에 넣었다.
단순히 결과만 좋았던 것은 아니다. 카라스코는 KBO리그 데뷔전부터 이어졌던 퍼펙트 행진을 3회까지 이어가면서 두 경기 합계 30타자 연속 출루를 허용하지 않는 진기록까지 만들었다.
염 감독은 카라스코의 가장 큰 무기로 단순한 구속이나 구위가 아닌 '커맨드'와 '피치 터널'을 꼽았다.
그는 "카라스코는 일단 모든 구종을 자신이 던지고자 하는 곳에 던질 수 있는 커맨드를 갖고 있다. 구위가 그렇게 위력적이지 않아도 충분히 타자들이 까다롭게 느낄 수 있도록 피치 터널이 잘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바깥쪽 직구와 바깥쪽 슬라이더가 거의 똑같은 피치 터널을 갖고 있다. 슬라이더에 스윙 비율이 많이 나오는 이유도 결국 슬라이더가 들어올 때 직구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숫자가 증명한다"며 "또 스트라이크존의 좌우를 잘 활용한다. 한쪽만 공략하는 게 아니라 양쪽을 모두 잘 활용하는 투수라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카라스코가 한국에 오기 전 쌓아온 경력을 생각하면 염 감독의 설명에도 자연스럽게 고개가 끄덕여진다.
카라스코는 2009년 빅리그에 데뷔한 뒤 클리블랜드를 비롯해 뉴욕 메츠, 뉴욕 양키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등에서 뛰며 17시즌 통산 343경기에서 112승105패 2세이브, 평균자책점 4.24를 기록했다. 특히 2017년에는 클리블랜드 소속으로 18승을 수확해 아메리칸리그(AL) 다승 공동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화려한 경력의 가치는 한국 무대 첫 경기부터 고스란히 드러났다.
카라스코는 지난 1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KBO리그 데뷔전을 치러 7이닝 동안 74구만 던지면서 단 한 명의 타자에게도 출루를 허용하지 않았다. 21명의 타자를 연속으로 돌려세우며 7이닝 무피안타 무사사구 2탈삼진 무실점 '퍼펙트 피칭'을 완성했다. 다만 LG 불펜이 리드를 지키지 못하면서 승리투수가 되지는 못했다.
그리고 두 번째 등판에서는 퍼펙트 행진이 깨졌어도 노련한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주면서 마침내 첫 승을 챙겼다. 빅리그에서 112승을 쌓은 베테랑이 KBO리그에서도 자신의 경쟁력을 빠르게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마운드 밖에서 보여주는 모습 역시 LG가 카라스코에게 만족하는 이유다.
실제로 LG 선수단 내부에서는 카라스코가 가진 화려한 경력뿐만 아니라 훈련 태도와 인성에 대한 호평도 이어지고 있다. 염 감독 역시 카라스코를 영입할 당시에는 워낙 커리어가 화려한 선수인 만큼 선수단에 얼마나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을지 걱정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염 감독은 "일단 카라스코가 돈을 못 벌어서 한국으로 온 것도 아니지 않나. 야구가 좋아서 온 것이고, 또 많은 경험을 갖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사실 조금은 걱정도 했다. 이렇게 좋은 커리어를 갖고 있는 선수들이 오면 개인주의적인 행동을 많이 하기도 한다"면서도 "카라스코는 야구에 대한 생각과 선수로서의 진지함을 갖고 있는 선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선수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지금 전체적으로 봤을 때 솔선수범하고 귀감이 되는 행동들을 하고 있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좋은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 같다. 선수들은 자신들이 본 대로 평가하는 것이니까"라고 강조했다.
빅리그 112승이라는 숫자만으로도 KBO리그 역대 외국인 선수 가운데 손꼽힐 만한 경력을 자랑하는 카라스코다. 그러나 LG가 두 차례 등판을 통해 확인한 것은 단순히 과거의 화려한 이력만이 아니었다.
정교한 커맨드와 경기 운영 능력으로 마운드에서 자신의 클래스를 증명하는 동시에, 훈련장과 더그아웃에서는 베테랑다운 태도로 동료들의 신뢰까지 얻고 있다. LG가 기대했던 '메이저리그 112승 투수'의 경험이 성적과 선수단 내부에서 동시에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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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진 기자 wzyfoot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