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한국 축구의 초신성' 양민혁(20)이 2025년 1월 유럽으로 진출한 뒤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레전드 박지성을 만나 직전 팀이었던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코번트리 시티 시절 프랭크 램파드 감독을 찾아가 면담을 한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특히 양민혁은 홍명보 전 국가대표팀 감독도 램파드 감독과 면담 권유헸다고 털어놨다.
12일 슛포러브와 JTBC가 공동 제작한 동영상 '오프더볼'은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한국 경기가 열리던 멕시코에서 박지성과 양민혁이 나눈 대화 내용을 소개했다.
당시 박지성은 JTBC 해설위원으로 멕시코에 체류했다. 월드컵 최종엔트리에서 탈락한 양민혁은 '슛포러브'와 함께 태극전사 선배들을 응원하기 위해 오프시즌 멕시코로 건너갔다.
박지성은 1981년생, 양민혁은 2006년생으로 둘은 25살 차이가 난다.
하지만 축구와 잉글랜드라는 공통 분모를 통해 둘은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양민혁은 우선 유럽 무대에서 가장 먼저 느끼는 피지컬 차이에 대해 박지성에게 질문했다. 양민혁은 "아무래도 영국이나 해외에선 피지컬이 중요하잖아요. 그런데 사실 내가 키가 큰 편이 아니니까 (박지성)선배님도 피지컬적으로 뛰어난 부분이 없을 수 있었는데…"라며 물음을 건넸다.
박지성은 "당연한 얘기다. 내가 야야 투레나 디디에 드로그바와 비교하면 당연히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라고 맞장구를 쳤다.
이에 양민혁은 "체격적으로 왜소한 것은 어떻게 극복하시는지"라고 다시 한 번 애로점을 설명했다.
박지성은 "두 가지가 있을 것 같다"며 "내가 그만큼 근력 운동을 해서 '파워업'을 할거냐, 아니면 다른 것으로 풀어낼 거냐인데 어느 정도로 하는 것은 난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게 그게 민혁이가 갖고 있는 장점을 죽일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그걸(접점을) 잘 찾아야 할 것 같다"고 자신의 생각을 자세하게 전달했다.
이어 "(이)청용이는 몸이 좋은 스타일은 아니었는데 청용이는 아예 안 했다. 자기 장점을 극대화시켜서 경기를 한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박지성은 "챔피언십이 프리미어리그보다 피지컬적으로 더 힘들어서 어려움을 더 느낄 수 있었을 수도 있다"며 "어느 정도 (파워업)을, 버티는 수준 정도에선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나도 (파워업)할 땐, 장점을 잃어버릴 수가 있다고 너무 많이 하지 말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조언했다.
양민혁은 이어 2025-2026시즌 후반기에 고생했던 일을 꺼냈다.
양민혁은 지난 1월 잉글랜드 레전드 미드필더 출신인 프랭크 램파드 감독의 러브콜을 받고 챔피언십 포츠머스와의 임대를 종료한 뒤 같은 리그 1위로 프리미어리그 승격을 바라보는 코번트리 시티로 다시 임대를 갔다.
하지만 램파드 감독은 양민혁을 러브콜할 때와 달리 막상 그가 입단한 뒤 싹 외면했다. 양민혁은 6개월간 출전시간이 29분에 불과했고, 대부분의 경기에서 교체 명단에도 들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는 이번 2026 월드컵에서 양민혁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최종엔트리 26명에 들지 못하는 일로 연결됐다.
국내 축구계에서도 양민혁이 겪은 굴욕을 놀라워하는 분위기였다.
박지성은 양민혁에게 "경기를 못 뛰었을 때 감독에게 간 적이 있었어?"라고 질문했다.
이에 양민혁은 "간 적이 있었다. (램파드 감독에게)왜 경기를 못 뛰는지에 대해 이유를 말해달라고 한 적이 있었고 저는 준비가 돼 있다. 뛰고 싶다라고도 코번트리에서 했었다"고 고백했다.
이에 박지성은 "코번트리면 램파드 감독 아닌가?"라고 다시 물은 뒤 "램파드 감독이 오라고 해서 (임대)간 거 아니냐"고 질문했다.
양민혁은 "램파드 감독이 오라고 해서 갔는데 막상 갔을 때 안 뛰게 해주니까 불만을 표시했다"면서 "감독님도 자기가 데리고 온 것을 알고 있으니까 오히려 미안하다는 말을 많이 했다"고 했다.
양민혁은 램파드 감독과 면담을 위해 영어 문장까지 외웠다고 고백했다.
그는 "(램파드 감독에게)혼자 갔다. 안 되는 영어라도 어떻게든 어필을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그 전에 하고 싶은 문장을 외워서라도 갔다.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었으니까"라며 "말을 하긴 했다. 그럼에도 팀이 너무 잘 나가고 있었고 크게 변화를 선택하진 않으셨던 것 같다"고 했다.
박지성도 1위를 달리며 프리미어리그 승격을 확실히 굳히려는 램파드 감독의 심정을 어느 정도 이해한다는 뉘앙스로 "선수 자원을 늘려놓고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니까"라고 동의했다.
양민혁은 "코번트리 코치들이 '네가 온 뒤로 원래 팀에 있던 경쟁자가 더 좋은 폼을 보이고 있다'는 말을 하더라"고 회상했다. 박지성도 "운이 안 좋은 거다"며 "우리나라보다 나은 것은 감독에게 찾아가서 말할 수 있는 정도인데 그렇다고 감독이 경기에 내보내야한다는 법은 없으니끼"라며 후배의 마음을 어루 만졌다.
양민혁은 홍명보 전 대표팀 감독도 램파드 감독을 찾아가라는 조언했다고 털어놨다.
양민혁은 "(홍 감독님이 영국에서 뛰는)형들과 같이 밥 먹을 때 '(램파드)감독님 찾아가라'고 하셔서 나도 (램파드 감독에게)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박지성은 이 시점에서 자신이 2년 반을 뛰었던 네덜란드를 추천했다. 박지성은 "요즘 네덜란드도 많이 가더라"며 "어쩌면 (네덜란드 등의)1부리그가 더 나을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경기에 나갈 수 있는 팀을 고르는 것"이라고 했다.
박지성과 양민혁이 대화한 때는 거의 두달 전이다.
양민혁은 해외파 레전드의 말을 새겨들었는지 원소속팀 토트넘 홋스퍼를 떠나 벨기에 1부리그 베스테를로로 12일 1년 임대를 확정지었다.
사진=베스테를로 / 오프더볼 동영상 캡처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