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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영이 꺼낸 가족사, 친일파 기록에 발칵…'의사 집안' 자랑했다 결국 사과

기사입력 2026.08.11 14:22 / 기사수정 2026.08.11 17:32

배우 하영
배우 하영


배우 하영이 작품 홍보 과정에서 공개한 ‘4대째 의사 집안’ 이야기가 예상 밖의 후폭풍을 맞았다.
 

‘4대째 의사 집안’ 공개가 논란의 시작


논란의 시작은 지난 7일 방송된 KBS 2TV ‘옥탑방의 문제아들’이었다.

넷플릭스 ‘이런 엿같은 사랑’ 홍보차 정해인과 출연한 하영은 증조부부터 할아버지, 아버지, 언니까지 이어지는 ‘4대째 의사 집안’이라는 사실을 공개했다.

특히 증조부의 이력을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하영은 “제가 듣기로 증조할아버지는 양의학을 일본에 가서 배워오시고 한양에 개원하신 첫 의사셨다”고 말했다.

고종 황제를 진료했다는 이야기도 꺼냈다. 다만 “주치의라기보다 그때 개원한 병원이 많이 없으니 질환이 있을 때 진료를 보셨던 것 같다”며 자신이 전해 들은 가족사를 설명했다.

당시만 해도 남다른 집안 배경이 화제였다.

이화여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 SVA에서 공부한 하영의 이력에 의료인 가족사까지 더해졌다. 하영은 ‘중증외상센터’에서 간호사 천장미를 연기할 당시 실제 의료인인 가족들에게 조언을 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비슷한 가족사는 넷플릭스 코리아 유튜브 웹예능 ‘홍보하러 온 건 맞는데’에서도 소개됐다.

하지만 방송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KBS '옥탑방의 문제아들'에 출연한 배우 하영
KBS '옥탑방의 문제아들'에 출연한 배우 하영

 

증조부 안상호 확인되자…100년 전 기록까지 재조명


온라인에서 하영의 증조부가 안상호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의 의료계 이력뿐 아니라 일제강점기 행적을 보여주는 기록까지 함께 수면 위로 올라왔다.

안상호는 1902년 일본 동경자혜의학전문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인 최초로 일본 의사자격을 취득한 뒤 귀국해 서양의학 교육과 진료 활동을 한 인물이다. 순종의 전의 등을 지냈으며 1919년 고종이 위독했을 당시 진료에도 참여했다.

안상호는 1916년 대정친목회 평의원으로 이름을 올린 기록이 확인된다.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민족문화대백과』는 대정실업친목회, 이른바 대정친목회를 1916년 서울에서 조직된 친일 단체로 규정하고 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이 단체는 일제 무단정치에 민중이 순응하도록 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연구 과제로 삼았다. 이후 조선귀족과 대지주, 예속자본가 등이 중심이 되면서 친일 성격이 더욱 뚜렷해졌다는 설명이다.

1918년 조선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에 실린 안상호의 가정생활도 다시 주목받았다.

당시 신문은 일본인 아내와 함께 일본식 의복과 음식, 언어를 사용하는 안상호의 생활을 ‘내지화’된 사례로 소개했다. 

하영이 방송에서 언급했던 ‘고종 진료’ 역시 또 다른 역사적 이야기와 맞물렸다.

안상호가 고종이 위독했을 당시 진료에 참여하면서 이후 고종 독살설에도 그의 이름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일부 황실 관계자 등의 회고 기록에는 안상호가 독살에 관여했다는 당시의 소문이 전해진다.

다만 이는 확인된 사실이 아니다. 해당 기록들은 당시 떠돌던 소문이나 유언비어를 전하는 성격으로, 안상호가 실제 고종 독살에 관여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자료로 볼 수 없다. 고종의 죽음 자체가 독살이었다는 주장 역시 역사적으로 확정된 사실은 아니다.
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배우 하영
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배우 하영


“사실무근” 선 그었다가…소속사 결국 사과


논란이 확산되자 하영의 소속사 비스터스엔터테인먼트도 대응에 나섰다.

소속사는 지난 10일 하영의 증조부가 안상호라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온라인에서 제기된 친일 행적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는 취지로 선을 그었다.

하지만 추가 확인 이후 입장을 수정했다.

소속사는 11일 “추가 확인 결과, 증조부 안상호 선생이 1916년 대정친목회의 평의원 명단에 이름이 올라있는 기록이 실제로 존재함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충분한 검증 없이 ‘사실무근’이라 성급히 답변하여 혼란을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소속사의 입장 변화는 논란을 더욱 키웠다. 역사적 사실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에 대해 충분한 확인을 거치지 않은 채 먼저 선을 그었다가 뒤늦게 관련 기록의 존재를 인정한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홍보하러 온 건 맞는데'에 출연한 배우 하영
넷플릭스 '홍보하러 온 건 맞는데'에 출연한 배우 하영


“후손에 책임은 과도” vs “직접 꺼낸 가족사, 설명은 필요”


하영을 향한 시선은 엇갈리고 있다.

100여 년 전 증조부의 행적을 후손인 하영에게 그대로 책임지우는 것은 과도하다는 시각이 있다. 조상의 선택에 후손이 관여할 수 없는 만큼 혈연관계만으로 현재의 인물을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가족사는 하영과 무관하게 외부에서 일방적으로 알려진 이야기는 아니었다.

하영은 작품 홍보를 위해 출연한 방송과 콘텐츠에서 ‘4대째 의사 집안’을 직접 공개했고, 증조부가 일본에서 의학을 공부하고 개원했다는 이야기부터 고종을 진료했다는 이력까지 긍정적인 가족사의 일부로 소개했다.

때문에 증조부의 행적 자체에 대한 책임과는 별개로, 본인이 대중에게 직접 꺼낸 가족사인 만큼 이후 다른 기록이 드러났을 때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설명하는 과정은 필요했다는 반응도 나온다.

특히 소속사가 관련 기록을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의혹에 먼저 선을 그었다가 하루 만에 입장을 수정하면서 비판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피하기 어렵다.

넷플릭스 '이런 엿같은 사랑' 포스터
넷플릭스 '이런 엿같은 사랑' 포스터


공교롭게도 논란이 불거진 시점은 하영에게 중요한 작품이 공개된 직후다.

‘중증외상센터’ 등을 통해 주목받은 하영은 정해인과 호흡을 맞춘 넷플릭스 ‘이런 엿같은 사랑’으로 첫 로맨틱 코미디에 도전했다. 작품을 알리기 위해 출연한 콘텐츠에서 꺼낸 가족사가 정작 작품보다 더 큰 이슈로 번진 셈이다.

넷플릭스 코리아 유튜브 콘텐츠에도 시선이 향했다. 하영과 정해인이 출연한 ‘홍보하러 온 건 맞는데’ 후속편이 당초 알려진 시점에 공개되지 않으면서 이번 논란과 관련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다만 공개 지연과 이번 논란의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4대째 의사 집안’이라는 이야기에서 시작된 하영의 가족사 논란은 약 100년 전 증조부의 기록까지 소환했다. 조상의 행적 자체를 후손에게 책임지울 수는 없지만, 자신이 직접 꺼낸 가족사를 둘러싼 사실관계를 어떻게 설명하고 대응하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결국 대중의 시선은 안상호의 과거뿐 아니라 이를 가족사의 일부로 소개한 하영, 그리고 논란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입장을 수정한 소속사의 태도로까지 향하고 있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넷플릭스, KBS



이호준 기자 hojoon@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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