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우진 기자) 미국 메이저리그(MLB)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좌완 에이스 크리스 세일이 전날 자신에게 내려진 보크 판정을 둘러싼 앙금을 하루가 지나서도 털어내지 못했다.
급기야 다음 날 해당 판정을 내린 심판에게 재차 항의하다 경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퇴장당하는 보기 드문 장면까지 연출했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10일(한국시간) "애틀랜타 에이스 세일이 첫 투구가 나오기도 전에 댄 머젤 심판에게 퇴장당했다"며 "세일은 하루 전 경기에서 실점으로 이어진 보크 판정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이날 경기 시작을 위해 심판진이 그라운드로 들어선 뒤 3루 쪽에 위치한 애틀랜타 더그아웃 앞을 지나가던 순간 세일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이를 들은 머젤 심판은 세일에게 곧바로 퇴장 명령을 내렸다. 아직 양 팀 선발투수가 첫 공조차 던지지 않은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ESPN은 "세일이 심판진을 향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고 머젤이 그를 퇴장시켰다"며 "이후 세일은 더그아웃 난간 근처에서 심판조장 댄 벨리노와 이야기를 나누며 무언가를 말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애틀랜타 선수들조차 갑작스러운 퇴장에 처음에는 영문을 알지 못했다.
이날 연장 10회 결승타를 터뜨리며 애틀랜타의 2-1 승리를 이끈 마이클 해리스 2세는 경기 후 "경기가 곧 시작하려고 해서 배트 보관대 근처에서 헬멧을 챙기고 있었다"며 "세일이 심판에게 이야기하는 모습은 보지 못했지만 심판이 퇴장을 선언하는 동작은 실제로 봤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처음에는 조금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세일을 보고 전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떠올렸다"며 "두 상황을 연결해 보니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세일과 심판진 사이의 갈등은 하루 전인 9일 열린 양키스와의 맞대결에서 시작됐다.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세일은 양 팀이 2-2로 팽팽히 맞선 5회말 머젤 심판에게 자신의 빅리그 통산 세 번째 보크 판정을 받았다.
당시 양키스의 스펜서 존스가 1타점 3루타를 때려낸 뒤 3루에 나가 있었는데, 세일의 보크가 선언되면서 그대로 홈을 밟아 득점했다. 애틀랜타는 결국 양키스에 4-5로 패했다.
세일은 판정 직후 머젤 심판을 향해 격렬하게 소리를 지르며 불만을 표시했다. 이후 월트 와이스 애틀랜타 감독까지 나와 항의를 이어갔고, 결국 와이스 감독이 퇴장 명령을 받았다.
'ESPN'은 세일이 하루가 지난 뒤에도 당시 판정에 대한 불만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했고, 경기 전 다시 머젤 심판을 마주치자 자신의 감정을 드러낸 것으로 봤다.
와이스 감독도 세일의 퇴장 배경에 전날 사건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경기 후 "세일이 전날 심판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 조금 남아 있었던 것 같다"고 말한 뒤 "하지만 이제는 지나간 일이다. 모두가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했고 이제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더 이상 판정을 문제 삼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심판진은 전날 세일에게 보크를 선언한 이유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매체에 따르면 벨리노 심판조장은 9일 경기 후 "세일이 와인드업 자세에서 투구하겠다는 것을 선언하지 않았기 때문에 보크가 선언됐다"고 밝혔다.
세일은 앞서 호세 카바예로를 삼진으로 잡았을 당시에는 자신이 와인드업 자세에서 공을 던지겠다는 뜻을 심판진에게 알렸다. 그러나 이후 오스틴 웰스의 타석을 앞두고는 같은 의사 표시를 하지 않았고, 결국 보크 판정을 받았다는 것이 심판진의 설명이다.
'ESPN'은 "이번 퇴장은 세일의 메이저리그 통산 네 번째 퇴장"이라고 소개했다.
세일이 퇴장당한 것은 보스턴 레드삭스 소속이던 지난 2019년 8월 이후 처음이다. 당시에도 양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양키스전 도중 볼·스트라이크 판정에 항의하다 퇴장당했다.
약 7년 만에 같은 장소에서 다시 퇴장 명령을 받은 셈이다. 이번에는 자신이 등판한 경기조차 아니었고, 경기의 첫 투구가 나오기도 전에 더그아웃에서 심판과 언쟁을 벌이다 쫓겨났다는 점에서 더욱 이례적이었다.
한편 세일은 논란의 보크 판정이 나온 전날 양키스전에서 6이닝 5피안타 3실점을 기록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지난 6월 29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 이후 처음으로 기록한 패배였다.
애틀랜타에서 세 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베테랑 좌완 세일은 올 시즌 21경기에 선발 등판해 12승 7패, 평균자책점 2.20을 기록하며 여전히 리그 정상급 선발투수의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그러나 양키스와의 이번 원정에서는 자신의 투구보다 심판 판정을 둘러싼 충돌로 더욱 큰 주목을 받게 됐다. 전날 보크 판정을 놓고 거세게 항의한 데 이어 하루 뒤에는 경기 시작 전부터 다시 심판과 충돌하면서 이틀에 걸친 신경전의 중심에 섰다.
사진=연합뉴스
이우진 기자 wzyfoot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