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양정웅 기자) 경쟁자들보다 15km/h 이상 낮은 구속인데, 삼진만큼은 크게 밀리지 않고 있다.
고영표(KT 위즈)가 느린 구속에도 리그를 대표하는 파이어볼러들과의 경쟁에서 대등하게 싸우고 있다.
9일 기준 올 시즌 KBO 리그 탈삼진 1위는 138개를 기록한 곽빈(두산 베어스)이다. 이어 2위는 131개의 엘빈 로드리게스(롯데 자이언츠)이고, 고영표는 119개를 잡아 3위에 위치하고 있다.
곽빈과 로드리게스는 타자를 압도할 만한 강속구를 가지고 있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곽빈의 올 시즌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53.5km/h, 로드리게스는 151.9km/h로 규정이닝을 채운 20명의 선수 중 각각 리그 1, 2위이다.
반면 고영표의 평균 구속은 135.5km/h로, 20명 중 20등에 해당한다. 다음으로 느린 임찬규(LG 트윈스, 140.9km/h)와도 5km/h 이상 차이가 난다. 하지만 임찬규의 9이닝당 탈삼진이 5.0개(109⅓이닝 60탈삼진)인 반면, 고영표는 9.6개(111⅓이닝 119탈삼진)나 된다.
물론 1, 2위와 개수 차이가 있는 편이어서 선두 탈환이 쉽지는 않겠지만, 고영표가 빠르지 않은 공으로 리그 탈삼진 세 손가락 안에 든다는 점은 큰 의미가 있다.
고영표는 리그 최상급 체인지업을 바탕으로 땅볼을 유도하는 스타일이다. 통산 땅볼 타구 비율이 55.8%로 절반이 넘는다. 그런데 매년 50%가 넘던 땅볼 비율이 2024년에만 48.3%로 떨어졌는데, 바로 ABS(자동 투구판정 시스템)가 처음으로 도입된 해였다.
사이드암, 언더핸드 투수들은 횡적 움직임이 많은 변화구를 던진다. 이것이 ABS 도입 이후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오지 않은 것으로 판정되면서 잠수함 투수들이 크게 몰락하는 일이 벌어졌다. 3년 연속(2021~2023년) 10승과 3점대 이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던 고영표 역시 2024년에는 6승 8패 평균자책점 4.95로 추락했다.
그러나 고영표는 지난해 1년 만에 11승 8패 평균자책점 3.30, 올해는 9승 6패 평균자책점 3.64로 부활에 성공했다. 땅볼 비율은 50% 중반대를 회복했고, 뜬공 타구의 대다수가 발사각이 낮아진 라인드라이브로 바뀌었다.
더욱 눈에 띄는 점 탈삼진의 증가다. 고영표가 2024년까지 100이닝 이상 던진 시즌 중 가장 탈삼진 비율이 높았던 시즌은 2018년이었다(9이닝당 8.5개). 그런데 통산 9이닝당 탈삼진이 7.9개인 그가 2025년 8.6개에 이어 올해는 9.6개로 상승했다.
비결은 ABS 활용과 스위퍼 사용 등에 있었다. 이전까지 고영표의 변화구는 주로 바깥쪽으로 향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난해부터는 브레이킹볼이 높은 쪽으로 들어오고 있다. 언더핸드의 커브는 마치 공이 떠오르는 듯한 효과를 줘 헛스윙을 유도한다.
여기에 최근 들어 스위퍼의 비중을 늘린 것도 원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KBO 리그 최고의 잠수함 투수였던 이강철 KT 감독은 "옆으로 휘어지는 커브가 결국 스위퍼 아닌가"라며 "(고영표가) 이전까지는 팔로만 던지니까 돌다 말았다. 허리를 집어넣고 때리니까 훅 뜬다"고 했다.
그러면서 "왼손타자한테도 직구, 체인지업만 던지는데, 카운트 잡는 커브를 쓰라고 했다"고 밝혔다.
최근 들어 고영표는 엄청난 호투 행진을 펼치고 있다. 후반기 들어 그는 7월 19일 후반기 첫 선발등판에서 LG 트윈스를 상대로 6이닝 무실점, 7월 28일 NC 다이노스전 7이닝 무실점에 이어 8월 2일 한화 이글스를 만나 7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후반기에만 20이닝 연속 무실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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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웅 기자 orionbea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