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국제축구연맹(FIFA) 지아니 인판티노 회장이 결국 고개를 숙였다.
자신이 추진했던 FIFA의 대형 사업 구상 과정에서 발생한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러나 사퇴는 없었다. 오히려 FIFA 경영진은 인판티노 회장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재확인하면서 그가 회장직을 유지하게 됐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6일(한국시간) "인판티노 회장이 FIFA의 논란이 된 사업 계획과 관련해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했으며, 모로코에서 진행된 긴급 회의 이후에도 FIFA 회장직을 유지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인판티노 회장은 최근 피파 포워드 엔터프라이즈(FFE)라는 새로운 자회사를 통해 남녀 월드컵을 포함한 FIFA 대회의 지분을 외부 민간 투자자들에게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FIFA는 외부 투자자로부터 최대 42억 달러(약 5조 9700억원)를 조달하고, FFE의 기업 가치를 약 200억 달러(약 28조 4300억원) 수준으로 평가하는 구상을 검토했다.
이 과정에서 FIFA 회원 협회에는 계획을 지지할 경우 4000만 달러(약 569억원)를 제공하겠다는 방안까지 제시됐다.
그러나 이 계획은 FIFA 내부와 세계 축구계에서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특히 FIFA의 주요 관계자와 회원 협회들이 충분한 사전 설명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언론 보도를 통해 계획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논란이 폭발했다.
유럽축구연맹(UEFA)는 공개적으로 인판티노 회장 체제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고 선언하며 다가오는 월드컵 참가를 보이콧했다.
북중미카리브축구연맹(CONCACAF) 역시 인판티노 회장에게 축구를 최우선으로 두지 못했다고 지적하면서 현 회장 체제에 대한 포괄적인 재검토를 요구했다.
결국 FIFA는 지난 2일 FFE 계획을 철회했다.
하지만 해당 논란은 사업 철회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계획이 어떻게 추진됐는지를 두고 인판티노 회장의 리더십 자체가 도마 위에 올랐다.
결국 인판티노 회장은 현지시간 기준 5일 모로코 라바트에 FIFA 경영진을 소집했다.
'BBC'에 따르면 약 7시간에 걸친 긴급 회의가 진행됐고, FIFA는 이번 사태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회의 이후 발표한 성명에서 "FFE와 관련해 실수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FIFA 평의회와 회원 협회들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됐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 의도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또한 해당 절차가 다른 방식으로 진행됐어야 했다는 점도 인정했으며, 계획이 언론에 유출되는 과정에서도 실수가 있었다고 밝혔다.
중요한 점은 회의가 끝난 뒤 FIFA가 인판티노 회장에 대한 지지를 공식적으로 밝혔다는 것이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인판티노 회장과 FIFA 사무총장 마티아스 그라프스트룀이 함께 서명한 서한이었다.
'BBC'가 확인한 서한에서 두 사람은 자신들의 실수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히면서 다시는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그라프스트룀은 내부 메모에서 이번 사태를 "슬프고 비난받을 만한 일련의 사건"이라며 인판티노의 결정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던 인물이다.
그런데 긴급 회의가 끝난 뒤 상황은 달라졌다. FIFA는 그라프스트룀을 포함한 경영진이 인판티노 회장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재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인판티노 회장과 그라프스트룀은 회의 이후 라바트에서 열린 여자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경기를 함께 관전했고, 두 사람이 함께 있는 모습도 포착됐다.
또, 인판티노 회장은 최근 자신을 둘러싼 또 다른 논란에 선을 그었다.
영국 '타임스'는 6일 인판티노 회장이 자신의 2027년 FIFA 회장 재선에 대한 모로코의 지지를 얻는 대가로 모로코에 2030 월드컵 결승전 개최를 약속했다는 취지의 내용을 보도했다.
2030 월드컵은 스페인, 포르투갈, 모로코가 공동 개최한다. 따라서 결승전 개최지는 대회에서 상당히 중요한 사안이다.
특히 인판티노 회장이 모로코의 지지를 필요로 하는 상황이라는 해석도 제기되면서 논란이 커졌다. 모로코는 인판티노 회장이 FIFA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대표적인 우호 세력 가운데 하나로 거론돼 왔다.
그러나 FIFA는 이 보도를 즉각 부인했다. FIFA는 사과 성명문과 함께 "FIFA 회장이 2030 FIFA 월드컵 결승전 개최와 관련해 어떤 약속을 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거짓이며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결정은 FIFA가 적절한 시기에 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판티노 회장은 이번 사태에도 불구하고 4선 도전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그는 여전히 일정 수준의 지지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BBC'에 따르면 최근 이집트, 모로코, 니제르, 모리타니, 콩고민주공화국, 필리핀 등이 인판티노 회장에 대한 지지를 보냈다.
특히 아시아와 아프리카는 인판티노 회장의 주요 지지 기반으로 평가된다.
이들 국가 상당수는 인판티노 회장 체제에서 피파 포워드 프로그램을 통한 재정 지원의 혜택을 받았다. 이들 국가가 3년 주기마다 800만 달러(약 113억원) 상당의 지원을 받았다.
FIFA 회장 선거는 2027년 3월 모로코에서 열리는 FIFA 총회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211개 회원국 가운데 106표를 얻으면 당선될 수 있다.후보 등록 마감일은 2026년 11월 18일이다.
현재까지 인판티노 회장에 맞서 공식적으로 출마를 선언한 후보는 없다.
사진=연합뉴스
윤준석 기자 jupremebd@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