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양정웅 기자) KBO 리그 최초의 시민야구단 울산 웨일즈가 창단 첫 해부터 생존 위기 우려에 휩싸여 야구계는 물론 대한민국 스포츠계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과연 '고래군단'은 살아남아 한국 스포츠의 새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을까.
지난 1일 제9대 울산광역시장으로 부임한 김상욱 시장은 최근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와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는 최근 울산 웨일즈의 존폐 여부를 두고 많은 이야기가 나오면서 만들어진 자리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 시장은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1년에 60억원 이상의 시 예산이 들어가고 있다"며 "시의 예산이 들어간다면 기본적으로 시민들께서 예산을 쓰는 데 동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남은 2∼3년 동안 반드시 시민들이 원하는 구단이 돼 달라"며 "시민들이 원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시비를 지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시장은 이후 "울산 웨일즈를 해체하지는 말은 아니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지만, 야구계에서는 울산 웨일즈가 김두겸 전 시장 재임기 막판에 창단됐기에 김 시장이 존폐 등을 포함해 야구단에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내는 것으로 해석한다.
이에 전·현직 야구 선수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는 "단기간의 재무적 성과만으로 존립 여부를 결정하기보다, 일정한 운영 기간과 명확한 평가 기준을 마련하고 관중 유입, 지역 소비, 도시 홍보, 유소년 야구 활성화 등 지역사회에 미치는 효과를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구회 역시 "울산 웨일즈를 정치의 대상으로 삼지 말라"며 "김상욱 울산시장의 울산 웨일즈 관련 발언에 깊은 유감과 강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말했다. 또한 "여론과 예산의 효율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장의 입장은 존중받아야 한다"면서도 "그 판단은 시즌 종료 후 충분한 검토와 객관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욱 시장은 SNS를 통해 허구연 총재와 개인적 인연을 언급하면서도 "시장으로 시재정을 관리하고 웨일즈 야구단 문제에 접근하는 것은 개인의 호불호에 끌려갈 일이 아니며, 분명히 공적인 일과 사적인 일을 구별해야 한다. 철저히 울산시민의 입장과 이익을 기준으로 협의를 나누었다"고 밝혔다.
또한 "정치가 스포츠를 이용함에 결단코 반대한다"고 한 김 시장은 KBO에 7가지 사항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김 시장이 요구한 것은 ▲생활체육 활성화를 위해 울산야구협회에 적극 지원과 참여를 늘려 시민들의 생활야구 활성화를 지원해달라 ▲울산고교 야구를 지원하고, 울산 야구꿈나무들이 성장할 발판이 되어달라 ▲자생력을 확보하여 울산시의 재정지원 없이 독립운영이 가능하도록 서둘러 구체적 계획을 세워달라 ▲이적료 및 선수쿼터 등 문제를 해결해 달라 ▲2군은 1군을 전제로 해야함에도, 1군은 없고 2군만 있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1군 프로팀에 관심가져달라(시비지원없는 순수 프로팀) ▲전체 시민들이 원하지 않는 사업에 시비를 쓸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한 일이고, 특히 프로 내지 준프로구단에 시비를 지원하는 것은 정당성이 약하니 시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사회공헌활동 등을 더 깊이 연구해달라 ▲위 각 사항에 대해, 울산웨일즈와 KBO가 준비하여 8월 중 후속 실무회의를 이어가려하니 협조를 구한다 등이다.
야구계에선 우선 비공개로 진행된 이번 간담회 내용을 김 시장이 먼저 SNS에 공개한 것에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언젠가 알려질 내용이었다고 해도 울산시와 울산 웨일즈 구단, KBO가 합의해서 공개됐으면 더 좋았을 것이란 뜻이다.
7가지 사항은 구단 운영의 키를 쥐고 있는 김 시장이 충분히 KBO 혹은 야구계에 요구할 수 있는 것들이다.
울산 웨일즈 명목상 구단주는 울산시체육회장이나, 사실상 울산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울산시장이 나서지 않을 수 없다. '자생력을 갖춘 야구단을 일궈내는 것' 역시 야구를 떠나 모든 종목의 시민구단들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기도 하다.
다만 울산 웨일즈가 다른 종목을 포함해 프로스포츠에 몸 담은 시민구단 중 가장 효율적인 예산 집행 구조를 갖고 있다는 것도 김 시장이 참고하면 좋을 것으로 보인다.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1~2부에 총 18개 구단이 운영되고 있는 K리그 시도민구단 중 올해 예산 60억원을 넘는 곳이 15개 구단이다. K리그의 경우 1~2부 승격이 가능하지만 그 만큼 강등 위험도 크고, 성적을 내기 위해선 관중 수입이 많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연간 100억원 이상을 투자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그런 면에서 프로야구의 인기와 울산 시민들의 여가 선용 등을 고려하면 60억원 예산은 비효율이라고 부르기 어렵다는 분석이 체육계에 적지 않다.
향후 선수 이적료 수입 등이 발생하고, 일본처럼 2군 리그 자체의 인기와 상품성이 오르면 스폰서 유입과 티켓 가격 인상 등으로 세금 투입 줄이는 것을 모색할 가능성이 큰 구단도 역시 울산 웨일즈다. 주중 경기가 많은 스케줄 속에서도 울산 웨일즈는 전반기 평균 관중 1364명을 유치한 것은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2군은 1군을 전제로 해야 한다'는 김 시장의 발언에 대해선 현재 한국 프로야구의 현실도 같이 들여다봐야 한다는 견해가 나온다. 울산에서 2군 경기만 열리는 김 시장의 아쉬움을 이해하지 못할 상황은 아니지만, 1군 창단 혹은 가입의 경우 포화상태 진단을 받고 있는 KBO리그의 팀 확충 혹은 기존 팀의 연고 이전이라는 어려운 과제와 연동돼 있다. 그러다보니 울산이 1군 창단을 원하더라도 2~3년 내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일본 프로축구 J리그 시민구단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사회공헌 활동은 KBO 단독으로 하는 것보다는 울산시, 구단, 지역사회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할 내용으로 보인다.
김 시장은 이번 울산 웨일즈 향한 발언 중 "스포츠가 정치의 도구가 되지 않도록, 스포츠가 그 순수성을 지키며 시민들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기능하도록 더 세심히 노력하겠다"고 했다.
사실 국내외 시도민 스포츠단 중엔 상대 당 후보가 창단한 것임에도 이를 발전시킨 경우가 적지 않다.
또한 지금 울산 웨일즈의 연착륙에 깊은 인상을 받아 퓨처스리그 시도민야구단을 창단하겠다고 손을 드는 지자체도 여럿 나와 KBO가 제2, 제3의 울산 웨일즈를 만들겠다고 공모를 받고 있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김 시장이 울산 웨일즈를 시도민야구단, 더 나아가 축구 등을 포함한 한국 시도민 스포츠단의 모범 사례로 만드는 것에 힘을 쏟는다면 더 큰 박수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울산 웨일즈가 중심이 돼 한국 야구의 선수층과 흥행성이 확장된다면 김 시장의 7가지 요구사항도 보다 빠르게 이뤄질 수 있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 울산 웨일즈 / 김상욱 울산광역시장 SNS
양정웅 기자 orionbea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