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6-07-29 12:57
연예

'별세' 히가시노 게이고, 세상 가장 슬픈 미스터리 남겼다…리메이크 한일전, 승자는?

기사입력 2026.07.28 10:33 / 기사수정 2026.07.28 10:33

이호준 기자
일본판 '용의자X의 헌신'의 한장면
일본판 '용의자X의 헌신'의 한장면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백야행》, 《용의자 X의 헌신》 등으로 한국 독자들에게도 친숙한 일본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대장암으로 별세했다. 향년 68세.

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히가시노 게이고는 지난 23일 세상을 떠났으며, 장례는 가족장으로 치러졌다.

그의 부고는 일본뿐 아니라 국내 독자들에게도 큰 안타까움을 안겼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치밀한 추리와 인간의 감정을 절묘하게 결합한 작품들로 미스터리 장르의 대중화를 이끈 대표 작가다.

1958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난 그는 엔지니어로 근무하면서 소설을 집필했고, 1985년 《방과 후》로 에도가와 란포상을 받으며 데뷔했다. 이후 《비밀》, 《백야행》,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등을 발표했고, 2005년 출간한 《용의자 X의 헌신》으로 이듬해 나오키상을 수상하며 대표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히가시노 게이고 '용의자X의 헌신' 책표지
히가시노 게이고 '용의자X의 헌신' 책표지


왜 '용의자 X의 헌신'은 지금도 명작으로 불릴까

《용의자 X의 헌신》은 단순히 범인을 찾는 추리소설이 아니다.

사건을 둘러싼 치밀한 두뇌 싸움 속에 사랑과 희생, 인간의 선택을 녹여내며 미스터리를 넘어선 감동을 선사한다.


특히 작품의 중심에는 천재 수학자와 천재 물리학자의 팽팽한 대결이 자리한다. 논리와 감정이 맞부딪히는 구조는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유지하며, 추리 이상의 여운을 남긴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작품은 발표 직후 일본 미스터리계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자리 잡았고, 지금도 히가시노 게이고를 대표하는 소설로 가장 먼저 언급된다.


일본판 '용의자X의 헌신'의 한 장면
일본판 '용의자X의 헌신'의 한 장면


일본 영화 '용의자 X의 헌신', 원작의 감동을 살렸다

소설은 2008년 영화 《용의자 X의 헌신》으로 제작됐다.

후쿠야마 마사하루가 천재 물리학자 유카와 마나부를, 츠츠미 신이치가 천재 수학자 이시가미를 맡았으며, 드라마 《갈릴레오》의 세계관과 출연진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영화는 원작의 치밀한 전개와 절제된 감정선을 비교적 충실하게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두 천재가 펼치는 심리전과 논리 대결, 그리고 인물들의 감정을 끝까지 절제하며 쌓아가는 연출이 높은 몰입감을 이끌어냈다.

관객들 역시 "추리영화를 넘어선 감동을 남긴 작품",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영화"라는 평가를 남겼다. IMDb에서도 7점대 중반의 평점을 기록하는 등 꾸준히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일부 원작 팬들은 소설에 비해 세밀한 트릭과 심리 묘사가 다소 압축됐다는 점을 아쉬운 부분으로 꼽기도 했다.

한국판 '용의자X' 공식 포스터
한국판 '용의자X' 공식 포스터


한국판 '용의자X', 추리보다 감정에 집중했다

2012년 개봉한 한국 영화 《용의자X》는 같은 원작을 바탕으로 했지만 접근 방식은 확연히 달랐다.

류승범이 천재 수학교사 김석고를, 이요원이 백화선을, 조진웅이 형사 조민범을 연기했다.

가장 큰 차이는 이야기의 중심축이다.

일본판이 천재 수학자와 천재 물리학자의 두뇌 싸움을 중심으로 전개된다면, 한국판은 한 남자의 헌신적인 사랑과 감정선에 무게를 실었다.

원작의 핵심 인물인 물리학자 유카와 마나부에 해당하는 캐릭터를 제외하고, 형사와 수학자의 대립 구조로 재구성하면서 보다 한국적인 감성의 멜로 스릴러에 가까운 작품이 됐다.

방은진 감독 역시 원작을 그대로 답습하기보다 새로운 해석을 시도했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한국판 '용의자X' 백화선 역의 이요원
한국판 '용의자X' 백화선 역의 이요원


엇갈린 평가…원작 팬과 일반 관객의 시선은 달랐다

한국판은 관객 평점 7점대 중후반을 기록하며 호불호가 뚜렷하게 갈렸다.

가장 큰 호평은 류승범의 연기였다. 감정을 절제하면서도 한 인물의 집요한 사랑과 희생을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반면 원작이나 일본 영화를 접한 관객들은 추리의 긴장감과 논리적인 대결 구도가 약해졌다는 점을 아쉬움으로 꼽았다. 트릭을 풀어가는 과정보다 멜로와 감정 묘사에 비중이 실리면서 원작 특유의 균형감이 다소 희석됐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반대로 원작을 모른 채 영화를 본 관객들은 감성적인 스릴러로서는 충분한 몰입감을 보여준 작품이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2012.07.19 영화 '용의자X' 제작보고회에서 방은진 감독, 류승범, 이요원, 조진웅(왼쪽부터)이 함께 포즈를 취했다
2012.07.19 영화 '용의자X' 제작보고회에서 방은진 감독, 류승범, 이요원, 조진웅(왼쪽부터)이 함께 포즈를 취했다


같은 원작, 다른 해석…두 작품 모두 남긴 의미

같은 소설을 원작으로 했지만 두 영화는 전혀 다른 방향을 선택했다.

일본판은 치밀한 논리와 심리전, 두 천재의 대결을 중심에 세웠고, 한국판은 사랑과 희생, 인간의 감정을 보다 전면에 내세웠다.

그래서 원작 팬들에게는 일본판이, 감정 중심의 한국형 스릴러를 선호하는 관객들에게는 한국판이 더 높은 평가를 받기도 한다.

서로 다른 해석이지만 두 영화 모두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이 가진 가장 큰 힘, 인간의 감정과 선택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는 본질만큼은 공유하고 있다.

영화 ‘용의자 X’는 현재 넷플릭스와 티빙 등 주요 OTT 플랫폼에서 시청할 수 있다.
 


이호준 기자 hojoon@xportsnews.com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