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이강인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유니폼을 입으며 스페인 무대로 화려하게 돌아왔다.
하지만 이번 이적은 뜻밖의 후회를 낳고 있다.
그를 자유계약으로 떠나보냈던 발렌시아의 과거 결정까지 다시 조명받고 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부터 공들여 키운 유망주를 자유계약으로 떠나보낸 선택이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이강인은 지난 25일(한국시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입단을 공식 확정했다.
구단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2026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에 출전한 한국 국가대표 미드필더 이강인을 PSG에서 영입했다"며 "2031년 6월 30일까지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아틀레티코는 PSG에 고정 이적료 3500만 유로(약 583억원)와 옵션 500만 유로(약 83억원)를 포함해 최대 4000만 (약 667억원)유로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마무리했다.
이강인은 팀의 상징적인 등번호인 7번을 배정받았다. 오랫동안 팀의 간판이었던 앙투안 그리즈만이 달았던 번호다.
아틀레티코 역시 이강인을 공격의 핵심 자원으로 소개했다. 구단은 "왼발을 사용하는 재능 있는 미드필더이며 공격형 미드필더는 물론 양 측면에서도 뛸 수 있다"며 "뛰어난 시야와 정교한 볼 컨트롤, 패스와 슈팅 능력을 갖춘 선수"라고 평가했다.
이강인의 새로운 출발과 함께 가장 큰 관심을 받은 곳은 의외로 그의 친정팀 발렌시아다.
스페인 매체 '아스'는 27일 이강인의 아틀레티코 이적을 다루며 발렌시아의 2021년 결정을 다시 언급했다.
매체에 따르면 당시 발렌시아는 브라질 공격수 마르코스 안드레를 선수 등록하기 위해 비유럽 선수 등록 자리를 확보해야 했다. 당시 비유럽 선수 자리는 막시 고메스, 가브리엘 파울리스타, 그리고 이강인이 차지하고 있었다.
이강인은 계약이 1년 남아 있었지만 재계약 계획이 없었고, 발렌시아는 시장 운영을 위해 계약을 해지하는 선택을 내렸다. 그 결과 마요르카는 아무런 이적료 없이 이강인을 영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강인은 마요르카에서 74경기에 출전해 7골 10도움을 기록하며 라리가 정상급 공격 자원으로 성장했고, 이후 PSG로 이적했다. 그리고 이제는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이 이끄는 아틀레티코에서 그리즈만의 7번을 물려받으며 핵심 선수로 기대받고 있다.
'아스'는 "발렌시아가 10세부터 키워낸 선수를 이제는 메트로폴리타노가 즐기게 됐다"고 표현하며 "이강인의 계약을 해지해 자유계약으로 떠나보낸 결정은 지금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강인의 발렌시아 이적 과정에서 가장 큰 논란 가운데 하나였던 당시 호세 보르달라스 감독의 입장도 재조명 받고 있다.
이적 당시 발렌시아는 오랫동안 보르달라스 감독이 이강인을 핵심 전력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설명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보르달라스 감독은 이후 2023년 '렐레보'와의 인터뷰에서 해당 내용은 사실이 아님을 밝혔다.
스페인 매체 '수페르데포르테'에 따르면 보르달라스 감독은 "내가 부임했을 때 이미 이강인은 떠나는 선수라고 들었다. 나는 그가 떠나는 것에 대해 어떤 결정권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내게 이강인이 팀 동료들과 어울리지 못하며 반드시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 결정을 이해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그는 이강인의 기량을 높이 평가했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 돌아온 뒤 그는 이틀만 훈련했다. 나는 코치들에게 '팀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매체는 이 발언을 두고 "감독 본인은 구단 내부와 정반대의 입장을 밝혔다"며 "이 상반된 해석이 결국 이강인의 이적 과정 전체를 둘러싼 논란으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하지만 해당 논란을 딛고 이강인의 발렌시아 이후 커리어는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렸다.
물론 이번 이적으로 발렌시아가 피해를 본 것은 아니다. 더욱이 발렌시아도 FIFA 연대기여금 제도에 따라 일정 금액을 받게 된다.
보도에 따르면 발렌시아는 약 140만 유로(약 23억원)를 받게 되며, 마요르카도 약 60만 유로(약 10억원)를 받는다.
연대기여금은 국제 이적이 발생했을 때 만 12세부터 23세까지 선수를 육성한 구단들에게 일정 비율을 배분하는 제도다. 이강인은 10세에 발렌시아 유소년팀에 입단해 성장한 만큼 발렌시아가 가장 많은 몫을 받게 됐다.
하지만 현지에서는 이 돈이 결코 성공적인 결과가 아니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아스'는 "발렌시아는 이번 이적으로 140만 유로를 받지만, 과거 8000만 유로의 바이아웃 조항으로 보호받던 선수를 자유계약으로 내보냈던 점을 고려하면 시장 가치와 비교해 상징적인 수준의 금액에 불과하다"며 "시간이 흐른 지금도 그 결정은 정당화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수페르데포르테' 역시 "발렌시아는 유소년 출신 선수에 대한 보상금 140만 유로를 받게 됐다"면서도 "이는 2021년 자유계약으로 이강인을 떠나보낸 뒤 대체자를 영입하기 위해 850만 유로 이상을 투자했던 참담한 결정에 대한 보상으로 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 / 아틀레티코 / 발렌시아 / SNS
윤준석 기자 jupremebd@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