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한국보다 더 심각한 곳이 있다?
이탈리아 축구대표팀이 좀처럼 제 모습을 찾지 못한 가운데 계속해서 잡음만 만들어 내고 있다.
축구 명가 재건을 위해 야심차게 선임했던 레전드 파올로 말디니 이탈리아축구협회(FIGC) 기술이사가 부임 16일 만에 사퇴했다. 그의 측근인 레오나르두 고문도 함께 자리에서 물러났다.
안드레아 피를로 감독 선임이 무산된 것이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스카이스포츠' 이탈리아판을 비롯한 복수 해외 주요지들은 27일(한국시간) "파올로 말디니가 FIGC 기술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이는 안드레아 피를로를 이탈리아 대표팀 감독으로 임명하지 않기로 한 결정 이후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말디니와 그의 고문 역할을 맡았던 레오나르두는 공식 선임 발표가 나온 지 불과 16일 만에 동반 사퇴했다.
이탈리아는 최근 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라는 최악의 성적을 반복했다.세 대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했고, 이를 계기로 FIGC는 대대적인 개혁 작업에 착수했다.
그 중심에 선 인물이 바로 AC밀란의 전설 말디니였다. 그는 레오나르두와 함께 기술 부문을 총괄하며 대표팀뿐 아니라 유소년 시스템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이끌 예정이었다.
그러나 첫 번째 핵심 과제였던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 중 FIGC 내부와 의견이 충돌하면서 프로젝트는 시작도 제대로 하기 전에 무너졌다.
'스카이스포츠'는 "말디니와 레오나르두가 선택한 대표팀 감독 최종 후보는 피를로였지만, 일요일(26일) 회의에서 피를로와의 협상을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됐다"고 전했다.
피를로는 젠나로 가투소 감독이 물러난 뒤 공석이 된 이탈리아 대표팀 감독직의 유력 후보였다.
하지만 피를로가 지난해 10월부터 러시아 베팅 회사 '폰벳(Fonbet)'의 글로벌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러시아 기업과의 상업적 관계가 감독 선임에 적절하지 않다는 정치권의 반대에 일부 FIGC 관계자들이 동의했다. 결국 피를로는 후보에서 제외됐다.
피를로는 현재 아랍에미리트(UAE) 프로리그의 유나이티드 FC를 이끌고 있으며, 대표팀 감독 부임을 위해 기존 계약을 종료할 준비까지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무산 이후, 피를로는 자신의 SNS를 통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어젯밤 더 이상 이탈리아 대표팀 감독 후보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몇 가지를 분명히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선수 시절부터 지금까지 나는 항상 내가 일했던 국가의 법률과 계약을 존중하며 활동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말디니와 레오나르두가 보여준 신뢰와 존중에 감사한다. 그들의 전문성과 성실함, 그리고 이탈리아 축구를 향한 사랑을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이번 사태를 "이탈리아 축구의 내전"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으로 평가했다.
매체는 "말디니와 레오나르두는 피를로를 대표팀 감독으로 원했지만, 러시아 베팅 업체와의 상업적 관계가 드러난 뒤 강한 반대가 나왔다"며 "두 사람은 FIGC 회장 조반니 말라고를 만난 뒤 즉석에서 사퇴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어 "말디니는 이탈리아 축구를 부활시키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이야기했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이탈리아 축구는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말디니와 레오나르두는 단순히 대표팀 감독 한 명을 선임하려 했던 것이 아니었다.
보도에 따르면 두 사람은 피를로 이전에 펩 과르디올라 감독 영입도 추진했다.
FIGC는 가투소 감독의 후임으로 과르디올라를 설득하기 위해 예산까지 특별 조정할 의사를 보였고, 말디니와 레오나르두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사흘 동안 과르디올라와 직접 만나 프로젝트를 설명했다.
또한 이른바 '아주리 프로젝트'를 통해 성인 대표팀뿐 아니라 각급 연령별 대표팀과 유소년 시스템 전체를 개혁하는 장기 프로젝트의 중심에 과르디올라를 세우려고 했다.
과르디올라는 제안을 진지하게 들었지만 결국 축구 외적인 개인적 이유로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말디니는 과르디올라 이전에는 브라질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에게도 접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안첼로티 역시 브라질 대표팀과 계약돼 있어 성사되지 않았다.
안첼로티, 과르디올라, 피를로까지 세 명의 후보가 모두 무산되면서 말디니 프로젝트는 사실상 출발선에서 멈춰 섰고, 결국 말디니와 레오나르두도 사퇴를 선택했다.
이런 가운데 차기 이탈리아 대표팀 감독은 유럽축구연맹(UEFA)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에서 이탈리아 우승을 이끈 로베르토 만치니가 유력하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만치니 감독은 사우디아라비아 대표팀 제안을 받고 지난 2023년 이탈리아 대표팀을 떠나 세계 축구계를 놀라게 했는데 3년 만에 복귀가 유력하다
'풋볼 이탈리아'는 "말디니와 레오나르두가 사퇴한 뒤 조반니 말라고 FIGC 회장이 직접 대표팀 감독을 결정할 예정이며, 로베르토 만치니가 가장 유력한 후보"라고 전했다.
매체는 당초 기술이사가 감독 선임과 유소년 시스템을 총괄하는 구조를 계획했지만, 말디니 체제가 무너지면서 FIGC 회장이 먼저 감독을 선임한 뒤 새로운 기술이사를 임명하는 방향으로 절차가 변경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차기 기술이사 후보로는 유벤투스 이사이자 이탈리아 대표팀 주장 출신인 조르조 키엘리니가 거론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SNS / 파브리치오 로마노
윤준석 기자 jupremebd@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