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으로 대회를 마감한 네덜란드 축구대표팀이 결국 사령탑을 교체한다.
로날드 쿠만 감독은 모로코와의 32강전 패배 직후 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기로 결정하면서, 두 번째 대표팀 임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특히 그는 성적에 대한 책임뿐 아니라 가족과 건강을 우선시하고 싶다는 개인적인 이유까지 함께 공개하면서 감독 생활의 향후 거취에 대해서도 사실상 마침표를 암시했다.
영국 'BBC', '가디언' 등 복수의 해외 매체는 1일(한국시간) 쿠만 감독의 사퇴 소식을 일제히 비중 있게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네덜란드축구협회(KNVB)기 공식 입장을 통해 쿠만 감독이 대표팀을 떠나기로 했다고 발표하면서 차기 감독 선임 절차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쿠만 감독의 사퇴는 월드컵 32강 탈락 직후 내려진 결정이었다.
네덜란드는 지난 30일 멕시코 과달루페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전에서 모로코와 연장전까지 120분 동안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뒤 승부차기에서 2-3으로 패하며 예상보다 훨씬 이른 시점에 대회를 마감했다.
조별리그에서는 충분히 우승 후보다운 경기력을 보여줬다. 일본과의 첫 경기에서는 두 차례 리드를 지키지 못하며 2-2 무승부를 기록했지만 이후 스웨덴을 5-1로 완파했고, 튀니지를 3-1로 제압하면서 F조 1위로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조별리그 세 경기에서 10골을 넣는 화력을 보여준 만큼 최소 8강 이상은 충분히 노려볼 수 있다는 평가가 이어졌지만, 토너먼트 첫 경기에서 모로코를 넘지 못하면서 모든 기대가 무너졌다.
이 패배는 곧바로 쿠만 감독의 거취 문제로 이어졌다.
경기 직후 기자회견에서 그는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시 쿠만 감독은 "아직 사퇴하지 않았다. 내 미래를 돌아볼 것이다. 지금은 경기 직후라 실망감이 너무 크다. 아마 내일 아침쯤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그는 직접 대표팀 감독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
쿠만 감독은 자신의 SNS를 통해 "어젯밤 나는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으로서의 여정을 마무리하기로 결정했다"며 사퇴를 공식화했다.
그는 "우리 모두는 이번 월드컵에서 역사를 만들겠다는 꿈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그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다"라며 "그 누구보다도 실망한 사람은 바로 나이며, 대표팀 감독으로서 그 책임은 결국 내게 있다. 나는 언제나 그 책임감을 느끼며 일했고 앞으로도 그 책임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대표팀을 떠나는 이유가 단순히 성적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도 설명했다.
쿠만 감독은 "지난 몇 년은 내게 축구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줬다. 축구는 내 인생이었지만 건강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이며, 사랑하는 사람이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면 인생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아내 바르티나는 자신의 병과 싸우는 상황에서도 내가 대표팀 감독으로서 마지막까지 일을 마칠 수 있도록 매일 응원해줬다. 그것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의 강인함이었고, 나는 그에게 평생 갚을 수 없을 만큼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BBC'에 따르면 최근 쿠만 감독의 아내 바르티나가 유방암 진단을 받았으며,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선택하려는 결정이 이번 사퇴의 중요한 배경 가운데 하나인 것으로 추측된다.
KNVB 역시 그의 결정을 존중하면서 그동안의 헌신에 감사를 전했다.
나이절 더 용 KNVB 기술 디렉터는 "이번 월드컵의 목표는 최소 준결승 진출이었고 궁극적인 목표는 우승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그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며, 그것이 현재 네덜란드 축구의 현실이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우리는 그의 공헌에 깊이 감사하고 있으며, 이제 예정됐던 평가 절차와 함께 차기 대표팀 감독 선임 작업도 시작할 예정이다"라며 "9월 UEFA 네이션스리그가 예정돼 있기 때문에 시간이 많지는 않지만 가장 적합한 인물을 신중하게 찾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쿠만 감독은 네덜란드 축구를 대표하는 전설적인 인물이다. 선수 시절에는 A매치 78경기에 출전했고, 1988년 유럽축구선수권 우승을 이끈 핵심 멤버로 활약했으며, 지도자로도 두 차례 대표팀을 맡아 네덜란드 축구를 이끌었다.
그는 2018년 처음 대표팀 감독에 부임해 침체됐던 네덜란드를 다시 경쟁력 있는 팀으로 변화시켰고, 이후 바르셀로나 감독직을 맡기 위해 대표팀을 떠났다.
2023년 다시 대표팀으로 복귀한 뒤에는 유로 2024에서 준결승 진출이라는 성과를 거뒀지만 결승 문턱에서 잉글랜드에 1-2로 패했고, 계약 마지막 대회였던 이번 북중미 월드컵에서는 32강 탈락이라는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남기며 두 번째 임기를 마무리하게 됐다.
쿠만 감독 사임으로 이번 대회 도중 하차한 사령탑은 사브리 라무시(튀니지), 스티브 클라크(스코틀랜드), 홍명보(한국), 블라디미르 코우세크(체코)에 이어 쿠만까지 5명이 됐다.
사진=연합뉴스 / KNVB
윤준석 기자 jupremebd@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