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18 23:52
스포츠

'배구도사' 석진욱 "화려함 추구하면 살아남기 힘들 것" (인터뷰)

기사입력 2012.01.26 07:56 / 기사수정 2012.01.26 09:21

강산 기자


[엑스포츠뉴스=강산 기자] 삼성화재 블루팡스를 이야기할 때 가장 부각되는 점은 외국인선수 가빈 슈미트를 앞세운 폭발적인 공격력이다. 하지만 삼성화재가 강호로 군림하는데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한 선수는 따로 있다. 바로 삼성화재의 리시브와 공격을 모두 책임지며 '살림꾼' 역할을 하고 있는 '배구도사' 석진욱(36)이다.

V리그 출범 원년인 2005년부터 지난 시즌까지 수비의 척도로 꼽히는 리시브 부문 1위는 항상 석진욱과 팀 동료인 리베로 여오현의 몫이었다. 석진욱은 2007~2010시즌까지 3년 연속 최고의 리시버로 자리잡았다. '살림꾼' 석진욱이 부상으로 빠진 지난 시즌, 삼성화재는 한 때 최하위까지 추락하는 부진을 겪었다. 석진욱의 존재감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또한 석진욱은 역대 통산 리시브 순위에서 3위(리시브정확 2715개)를 마크하고 있다. 통산 디그 순위에서도 전체 12위(디그성공 1079개)에 올라 있다. 석진욱이 삼성화재의 수비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보여주는 수치라 할 수 있다.

석진욱은 탄탄한 기본기 하나로 13년을 버텨왔다. 그는 지금도 삼성화재의 서브리시브와 수비, 공격을 모두 담당하는 '살림꾼' 역할을 하고 있다. 가빈의 멋진 스파이크를 만들어내는 첫 번째 단계는 바로 석진욱의 정확한 리시브라 할 수 있다. 또한 상대의 빈틈을 노린 시간차 공격으로 득점을 보태기도 한다. '배구도사'라는 애칭이 괜히 생겨난 것이 아니다.

삼성화재의 살림꾼, 석진욱을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삼성 트레이닝센터(STC)에서 만났다.

- 석진욱 선수는 수비의 교과서로도 불린다. 지금까지 기본기 하나로 버텨왓다고 할 수 있는데.

"어릴적부터 최태웅, 장병철 등 동기들과 많은 경쟁을 했다. 그 당시엔 '내가 어떻게 하면 잘할까'라는 생각을 하기보다 그냥 배구 자체를 즐겼던것 같다. 즐기면서 선수들과 경쟁을 했다. 항상 '내가 더 잘해야지'라는 생각으로 했다. 그런 부분이 잘 만들어졌기 때문에 지금까지 이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 그 경쟁이 본인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던 것인가?

"좋은 친구들, 좋은 지도자를 만났기 때문에 기본기가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 지난 시즌 부상 후유증으로 인해 시즌 전체를 뛰지 못했다. 배구 인생에서 지난 시즌과 같은 위기가 또 있었나?

"많은 위기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수술도 많이 했다. 기량이 안되면 당연히 은퇴를 해야 하니 매 순간이 위기였던것 같다. 그럴 때면 항상 다시 하고 싶었다. 작년 같은 경우에는 나이가 있으니… 2010년 11월이었다. 다친 시점에 '이제는 그만해야하나'라는 생각까지 했었다. 하지만 (신치용)감독님께서 은퇴와 같은 말씀은 전혀 없이 '무조건, 아무 생각하지 말고 재활하라'고 하시더라. 다른 생각 말고 열심히 해서 복귀하라는 말씀을 하셨기 때문에 다시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 그렇다면 감독님의 말씀이 큰 힘이 됐다는 것인가?

"원래 (감독님께서) 말씀을 잘 안 하신다. 냉정하게 하신다(웃음). (재활하라고 하신 말씀이)그냥 내뱉으신 말씀은 아닌 것 같더라. 굉장히 많은 힘이 됐다."

- 10년 이상 함께 삼성화재를 이끌어온 동료들이 있었다. 한명씩 떠나가고 있는데 여오현 선수만 남았다. 리빌딩을 해야 할 시점이기도 한데 역할부담이 많은 것 같다. 힘든 것은 없나?

"(여)오현이한테 많이 의지한다. 올 시즌 시작하고 복귀하면서 굉장히 욕심이 많았다. 작년 멤버와 같은데, 작년엔 우승했는데 내가 돌아와서 잘못되면 모두 내 책임인것 같은, 그런 생각때문에 욕심이 많았다. 초반에는 분위기 생각을 많이 했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없어도 될 정도로 팀이 괜찮아졌다. 내가 굳이 나설 필요도 없고 주장인 고희진이 있다. 이제는 많이 얘기 안한다. 희진이나 오현이가 이끌어가는 분위기인것 같다. 맘이 편하다."

- 그렇다면 팀에서 군기반장 역할은 누가 하는가?

"우리가 분위기 잡고 인상쓰게 되면 후배들이 눈치를 많이 보게 될 것 같다. 훈련시간에 감독님이 항상 지켜보고 계신데 우리까지 그러면 분위기가 안좋아질 것 같다. 얼마전에도 인상쓰고 있다고 감독님께 혼이 났었다(웃음)."

- 가빈에게 공격이 집중되는 것 때문에 삼성화재가 '원맨팀'이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수비가 안되면 가빈의 공격성공률도 많이 떨어질 것이기에 수비가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두 선수의 생각은?

"감독님께서는 이기는 경기를 원하신다. 예전 (신)진식이 형이나 (김)세진이형 있을 때는 모두 워낙 잘했기 때문에 그런 말이 없었다. 지금은 내가 미안하다. 내가 공격이 안되니 가빈에게 많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우리 팀도 다양한 패턴을 쓸 수 있는 팀인데 나 때문에 가빈과 철우에게 공이 많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또 팬들은 '다양한 패턴'을 원하는 것이 아니지 않나, 내 욕심 차리려고 공격을 할 수도 없다. 만약 (유)광우 세터가 나한테 많이 올려줬는데 그 경기를 진다면 팬들이 책임지는 것이 아닌 내가 책임지는 것이다. 이기는 경기를 해야지 보여주기 위한 경기를 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 2단 연결, 수비, 어택 커버 등 내가 잘 하는 부분에 대해서 많이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 최근 들어 레프트 보조공격수 포지션이 희귀 포지션으로 변해간다는 느낌이다. 어린 선수들은 화려함을 쫓아 공격만 잘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레프트의 교과서' 석진욱 선수의 생각은 어떤가?

"미래를 본다면, 수비에 더 치중하고 연습해야 할 것이다. 이건 배구 뿐만이 아니라 야구, 농구도 모두 수비 잘하는 팀들이 성적이 좋다. 그런 부분을 봐서라도 당연히 수비가 되야 한다. 화려한 것만 쫓다가는 나중에 안좋은 이야기도 많이 들을 것이고, 외국인선수 제도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 더욱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 사실 공격은 특정 선수가 아닌 다른 선수가 할 수도 있지만 수비는 아니다. 앞으로는 공격을 잘 하는 선수도 수비를 해야되고, 센터플레이어도 수비나 2단 연결 부분에 신경을 더 써야 한다. 세터도 마찬가지다. 내가 수비 위치라서가 아니라 다른 종목을 봐서라도 그렇다. 지금 대한항공이 잘 하는 이유가 수비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빈, 철우가 때려도 수비를 해서 반격을 한다. 수비는 꼭 필요하다고 본다."

- 삼성화재의 장점 중 하나를 꼽자면 2단 연결이다. 모든 선수가 효과적인 토스를 하는데?

"서브와 토스 범실 나오면 감독님께 굉장히 많이 혼난다. 서브 연습, 토스 연습은 개인이 혼자서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안되는 부분에 있어서는 훈련을 해야 한다."

- 수비 연습이 굉장히 힘들다고 하는데 어떻게 힘든가?

"오현이나 나같은 경우, 넘어지면서 하는 수비는 편하다. 다만 컨트롤이 안되거나 타이밍이 안맞으면 공을 정확히 잡을 수가 없다. 타이밍, 컨트롤 그 훈련을 반복적으로 한다. 그것만 몸에 배면 조금이나마 쉬워질 수 있다. 하지만 아직 그런 부분에서 부족하다. 아마 코치님이 더 힘드실거다. 코치님도 어깨가 아프다고 할 정도로 많이 때리신다. 새벽부터 나오셔서 오전 오후, 야간까지 어린 선수들과 함께 정말 열심히 하신다. 존경한다. "

- 국내 선수들 중 석진욱 선수의 뒤를 이을 선수를 뽑는다면?

"난 지금도 1등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최고라는 생각을 한다면 그건 잘못된거다. 지금 곽승석(대한항공)을 보면 굉장히 잘하는거 같고, 상무에 가 있는 신으뜸, 또 우리팀의 홍정표까지 모두 잘 한다. 하지만 경기를 많이 뛰면서 경험을 통해 더욱 발전할 수 있다고 본다. 나를 그렇게 높게 평가하면 우리나라 다른 레프트 선수들이 기분 나빠한다.(웃음)"

- 우리나라 감독님들이 가장 원하는 선수가 석진욱 선수인데?

"예전에는 공격에도 자신이 있었다. 세터들한테 공을 좀 올려달라고 하는데 요즘은 공격이 힘들다. 광우가 알아서 조절해준다." (함께 있던 여오현이 거들며) "다른 팀 감독들은 공격을 원하는게 아니다. 석진욱의 수비나 리시브를 원하는 것이다(웃음)."

-신치용 감독과 계속 함께해왔다. 아직도 감독님이 말을 잘 안하신다고 하는데, 감독님에 대한 개인적인 느낌을 간단히 표현한다면?

"다른 팀 감독님들, 코치진들 모두 신 감독님 밑에서 배웠다. 감독님은 선수를 만드는 것을 넘어 진짜 지도자를 만드시는 분 같다. 그런 부분이 다른 감독님들과 조금 다른점이 아닌가 싶다. 또한 특정 선수를 편애하지 않는다. 확실히 구분하신다."

- 올 시즌 개인적으로 특별한 목표가 있다면?

"올해 우승 못하면 은퇴한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 우승 해도 은퇴를 할 지도 모르는데…팀에서 은퇴하라고 하면 해야할 것 같다. 못 했을 경우엔 내가 남아있기 미안할 것 같다."

[사진=석진욱 ⓒ 엑스포츠뉴스 조영준 기자]

강산 기자 posterboy@xportsnews.com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 뉴스

실시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

주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