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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를 찾아서 ①] 하종화, '소통의 리더십'으로 명가 재건에 나섰다

기사입력 2011.12.19 08:55 / 기사수정 2011.12.19 08:55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국내는 물론, 세계를 호령한 공격수가 있었다. 장신의 외국인 공격수들과 비교해 떨어지지 않는 타점을 가졌던 그는 힘이 넘치는 스파이크로 세계적인 공격수로 활약했다.

하종화(42, 현대캐피탈) 감독이 대중들 앞에 처음으로 두각을 나타낸 것은 1991년이었다. 그해 3월에 열린 대통령배대회에서 하종화가 소속된 한양대는 실업의 강호들을 연파하고 정상에 우뚝 섰다.

MVP로 선정된 하종화는 국제무대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역대 일본남자배구 최고의 공격수로 평가받는 나카가이치 유이치(43)와의 라이벌 관계는 유명하다. 실제로 나카가이치는 지난 2006년, 한일 톱매치(당시 일본리그 우승팀인 사카이 블레이저스의 감독이었던 나카가이치는 국내 V리그 우승팀인 현대캐피탈과 경기를 치렀다)를 위해 국내에 입국했을 때, "하종화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었다.

현대자동차서비스(현대캐피탈의 전신)에서 활약한 그는 올 시즌 처음으로 친정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1라운드에서 하 감독은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주포'인 문성민(25)이 빠진 현대캐피탈은 2승 4패를 기록하며 강호다운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하지만, 2라운드에서 삼성화재를 꺾은 뒤,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현재(19일 기준) 7승 8패로 4위에 올라있다.

14일 열린 현대캐피탈과의 올 시즌 세 번째 승부에서는 2-3으로 역전패를 당했다. 1,2세트를 따낸 뒤, 역전패를 당해 더욱 뼈아팠다. 그러나 17일, 올 시즌 두 번 맞붙어 모두 패했던 KEPCO를 3-1로 제압하며 시즌 7승째를 올렸다.

"주변에서는 선수들을 너무 온순하게 이끄는 것이 아니냐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하지만, 모든 지도자들은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고 저는 제 스타일로 평가를 받아야 된다고 봅니다. 지도 방식에 정답은 없죠. 선수들의 내면을 잘 읽어내고 소통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대캐피탈의 키플레이어는 살림꾼인 장영기

현대캐피탈은 1라운드에서만 4패를 당하는 부진을 보였다. 문성민이 빠진 점도 문제였지만 서브리시브를 책임져줄 살림꾼 부재가 가장 컸다.

"1라운드를 들어오면서 가장 걱정했던 부분은 서브리시브였습니다. 이 부분을 팀의 아킬레스건이라고 생각했는데 현실로 나타났죠. 하지만, 2라운드부터 장영기가 가세해 리시브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됐습니다. 장영기는 어깨 부상으로 인해 한동안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고 군대까지 다녀왔습니다. 시즌을 앞두고 건강이 좋지 못했는데 제 역할을 해주면서 리시브 불안을 극복하게 됐습니다."

현대캐피탈은 양 쪽 날개에 문성민과 댈러스 수니아스(27)라는 걸출한 공격수가 버티고 있다. 또한, '붙박이 센터' 이선규(30)가 부상으로 빠졌지만 신예 최민호(23)가 가세한 센터진도 큰 문제가 없다.

리베로와 레프트 보공 자리가 현대캐피탈의 취약 포지션이다. 팀 플레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서브리시브를 해줄 장영기가 키플레이어가 됐다.

"장영기가 전성기 때보다는 못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노련미와 의지력으로 훈련에 임하고 있어요. 감독으로서 예전의 기량을 다시 봤으면 하는 마음입니다.(웃음)"



하 감독의 고민 중 하나는 노장 선수들이 많다는 점이다. 그동안 삼성화재가 노장 선수들이 가장 많은 팀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세대교체에 들어간 삼성화재는 이전과 비교해 평균 연령대가 낮아졌다.

이와 비교해 현대캐피탈의 평균 연령은 높아졌다. '백전노장 세터'인 최태웅은 35세이고 또 한명의 세터인 권영민은 31세다. 장영기(31), 이선규(30), 윤봉우(29) 등 30을 넘거나 가까워진 선수들이 많아졌다.

"현대캐피탈은 과거 장신군단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신장이 좋은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었기 때문인데 지금은 다른 팀도 신장이 많이 좋아졌어요. 또한, 저희는 노장 선수들이 많습니다. 장기 레이스를 운영하는데 체력 문제가 고민되지만 워낙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다보니 스스로가 잘 알아서 몸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선수인 수니아스도 시간이 흐르면서 팀 적응이 좋아졌다. 1라운드에서는 결정타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국내 리그에 적응하면서 '주포' 노릇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올 시즌 현대캐피탈은 '명가의 재건'을 노리고 있다. 우승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로 하 감독은 선수들의 건강을 지적했다.

"우승의 관건은 우리 선수들의 건강과 체력에 있다고 봅니다. 앞으로 부상 선수가 나오지 않고 체력적인 부분이 잘 관리가 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전술적인 부분도 더욱 알차게 가지고 가야겠죠."

공격만 잘하는 것이 아닌 모든 것을 고르게 잘해야 '진짜 배구 선수'

선수 시절, 하종화 감독은 강타 일변도의 하려한 공격을 펼쳤다. 이런 점을 생각할 때, 추구하는 배구 성향도 공격배구로 예상됐다. 하지만, 하종화 감독의 배구 철학은 예상을 빗나갔다.

"배구의 요소인 공격, 블로킹, 서브, 리시브, 디그, 수비 등을 나열해 볼 때, 평균적으로 골고루 잘하는 선수가 진짜 배구를 잘한다고 말할 수 있어요. 이런 선수들이 팀에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 팀이 가진 전력과의 궁합도 중요하지만 기본기가 뛰어난 선수들이 있는 팀은 쉽게 무너지지 않아요."

올 시즌 현대캐피탈의 지휘봉을 잡기 전, 하 감독은 경남 진주 동명고를 이끌었다. 어린 유망주들을 지도하면서 배구 인재 육성과 선수들의 기본기 문제에 많은 고민을 해왔다.

"중고등학교는 물론, 초등학교 배구도 보러 다녔는데 기본기가 좋은 선수들이 키가 더 이상 안자라 코트를 떠난 경우를 종종 봐왔습니다. 그리고 요즘에는 한 가정에 자녀들이 하나 둘 씩 있기 때문에 예전처럼 운동을 하겠다는 이들이 많이 나오지 않고 있어요. 배구는 신장이 커야 유리한 종목인데 앞으로 키가 어느 정도 성장할 지도 예측하기 어려워 불안해하는 유망주들이 많죠."



배구는 프로화를 선언한지 6년이 넘어가지만 오히려 선수층은 점점 얇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많은 배구인들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하 감독은 슬하에 3녀 1남을 두고 있다. 장녀인 혜민(성명여고)과 둘째 딸인 혜민(경혜여중)은 배구 선수의 길을 걷고 있다.

"둘째 딸이 배구를 먼저 시작했어요. 기본기는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한 둘째가 좋은 편입니다. 첫째는 뒤늦게 배구를 시작해 아직 기본기가 떨어지는 편이죠. 첫째는 키가 176cm에 센터로 뛰고 있고 둘째는 178cm에 레프트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신장은 나쁘지 않은데 파워가 떨어져요. 아빠를 닮았으면 힘이 넘쳐야하는데 말이죠. 허허허"

아버지의 뒤를 이어 배구를 선택할 딸들에 대해 하 감독은 "잘 됐으면 좋겠지만 내 의지대로 되는 것이 아니니 건강하게 잘만 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한국배구의 전성기, 다시 시작될 것으로 전망한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예선전 및 월드컵 대회에 출전한 당시 남자배구대표팀은 독일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올림픽 출전을 결정지었다. 마지막 5세트에서 11-14로 뒤쳐져있던 한국은 3점의 열세를 극적으로 만회하며 전세를 17-15로 뒤집었다.

이 경기를 승리해 바르셀로나행 티켓을 확보한 한국은 일본과의 라이벌전도 승리로 장식했다.

"당시 독일과의 경기는 너무나 짜릿했습니다. 11-14로 뒤쳐진 상황에서 그 점수를 역전시킨 거죠. 또한, 마지막 경기가 일본과의 시합이었는데 그 경기도 우리가 3-2로 역전승했습니다. 그 때 월드컵 대회는 한국을 위한 대회였다는 말도 나왔습니다. 하하하"

하 감독은 강성형(41, 현대캐피탈 코치) 현대캐피탈 코치와 마낙길(43), 윤종일(42, 이상 전 현대캐피탈), 임도헌(39, 삼성화재 코치), 신영철(47, 대한항공 감독)등과 함께 한국남자배구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나카가이치가 이끈 일본대표팀과 박진감 넘치는 명승부를 펼쳤다. 또한, 세계의 강호들과 맞붙어도 밀리지 않았다.

짜릿했던 추억을 뒤로 하고 이제는 친정팀의 우승을 위해 지휘봉을 잡았다. 한국을 대표하는 공격수 출신인 하 감독은 팀은 물론, 한국남자배구의 앞날을 고무적으로 평가했다.

"공수를 모두 겸비한 신진식 같은 선수가 많이 배출도;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선수들이 한정돼 있다 보니 그 선수들을 완성해내야 하는 처지입니다. 좋은 인재를 배출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지만 배구를 하겠다는 인구가 좀 더 늘어나면 인재도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진 = 하종화 (C) 엑스포츠뉴스 조영준, 권혁재 기자]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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