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07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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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와 클린스만, 누군가 거짓말 하고 있다…엇갈린 '선임 프로세스' 설명

기사입력 2024.02.19 18:03 / 기사수정 2024.02.19 18:03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직에서 경질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인터뷰가 주목받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독일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당시 정몽규 회장과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직을 두고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클린스만 감독 본인은 농담조로 말했지만 정몽규 회장은 진지하게 받아들였다는 게 클린스만 감독의 주장이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직에서 경질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인터뷰가 주목받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독일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당시 정몽규 회장과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직을 두고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클린스만 감독 본인은 농담조로 말했지만 정몽규 회장은 진지하게 받아들였다는 게 클린스만 감독의 주장이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한국 축구대표팀에 선임된 과정에 대한 두 사람의 설명이 엇갈렸다. 정몽규 회장과 클린스만 감독 둘 중 한 명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클린스만 감독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실패한 뒤 경질됐다. 대한축구협회(KFA)는 지난 16일 임원회의를 열어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하고 축구대표팀 사령탑을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3월 한국 축구대표팀에 부임한 클린스만 감독은 4년 계약 중 1년도 채우지 못하고 한국을 떠났다.

클린스만 감독이 경질된 이후에도 클린스만 감독과 관련된 논란은 끊이질 않고 있다. 이번에는 아시안컵이 한창이던 지난달 클린스만 감독이 독일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나눈 대화가 주목받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이 한국 축구대표팀에 선임된 과정에 대한 클린스만 감독의 말과 정몽규 회장의 설명이 달라 눈길이 간다.

클린스만 감독은 독일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현장에서 정몽규 회장을 만나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월드컵 기간 동안 FIFA 기술연구그룹(TSG) 일원으로 지낸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이 16강에서 탈락한 뒤 이전부터 알고 지내던 정몽규 회장에게 새로운 감독을 찾고 있는지 농담조로 물어봤다.

'슈피겔'에 의하면 정몽규 회장은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정몽규 회장은 다음날 카타르 도하의 한 호텔에 있는 카페에서 클린스만 감독과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막상 클린스만 감독은 "스트레스받지 말고, 오래 알고 지낸 사이니까 해본 말이니 관심이 있다면 연락해달라"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정몽규 회장과 관련된 다른 이야기도 있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슈피겔'에 정몽규 회장과 현대의 영향력을 설명하며 "말도 안 되는 거다. 엄청난 일이다"라면서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생기면 언제든지 정몽규 회장에게 연락해 직접 대면한다고 말했다.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직에서 경질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인터뷰가 주목받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독일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당시 정몽규 회장과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직을 두고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클린스만 감독 본인은 농담조로 말했지만 정몽규 회장은 진지하게 받아들였다는 게 클린스만 감독의 주장이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직에서 경질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인터뷰가 주목받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독일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당시 정몽규 회장과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직을 두고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클린스만 감독 본인은 농담조로 말했지만 정몽규 회장은 진지하게 받아들였다는 게 클린스만 감독의 주장이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클린스만 감독의 거처와 정몽규 회장의 사무실은 5분 거리였다. 실제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직을 수행할 당시 서울 용산역 인근 호텔에서 거주했는데, 정몽규 회장의 HDC현대산업개발 본사가 용산에 있다.

재택 근무 논란에 대한 클린스만 감독의 생각도 엿볼 수 있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슈피겔'에 "내 노트북이 내 사무실이다"라고 말했다. 매체는 "클린스만은 한국 최고의 선수들도 한국이 아닌 유럽에서 뛰는데, 한국이든 어디든 특정한 곳에 머물며 감독으로 일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클린스만 감독은 자신이 며칠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 한국 언론들이 어디에 있는지 묻는다고 했다. 언론의 압박이 커지면 대한축구협회 측에서 연락이 와 비행편을 물어본다는 말도 덧붙였다.

클린스만 감독의 말이 사실이라면 정몽규 회장이 지난 16일 했던 말은 거짓말이 된다. 당시 정몽규 회장은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을 발표한 뒤 진행한 문답에서 사퇴 여부를 묻자 클린스만 감독이 선임된 과정과 파울루 벤투 감독이 선임된 과정이 같았다며 질문과는 거리가 먼 답변을 꺼냈다.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직에서 경질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인터뷰가 주목받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독일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당시 정몽규 회장과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직을 두고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클린스만 감독 본인은 농담조로 말했지만 정몽규 회장은 진지하게 받아들였다는 게 클린스만 감독의 주장이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직에서 경질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인터뷰가 주목받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독일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당시 정몽규 회장과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직을 두고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클린스만 감독 본인은 농담조로 말했지만 정몽규 회장은 진지하게 받아들였다는 게 클린스만 감독의 주장이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정몽규 회장은 "클린스만 감독의 선임 과정에 대해 여러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사실 벤투 감독 선임 때와 같이 똑같은 프로세스로 진행했고, 벤투 감독의 경우에도 1순위 후보와 2순위 후보가 답을 미루거나 거절하게 3순위 후보로 결정난 것이었다"라고 했다.

계속해서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할 때에도 (후보가) 61명에서 23명으로 좁혀지다 최종적으로 뮐러 위원장이 5명을 대상으로 우선순위를 정했다. 뮐러 위원장이 5명의 후보들을 인터뷰했고, 우선수위 1, 2번 두 명과 2차 면접을 진행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클린스만 감독으로 결정했다"라며 설명을 이어갔다.

정몽규 회장의 답변은 사퇴 의사를 묻는 질문과는 전혀 연관이 없었다. 굳이 연관성을 따지자면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할 당시 전력강화위원회가 아닌 정몽규 감독의 독단적인 선택으로 새 감독을 데려온 게 아니냐는 말을 의식해 이런 내용의 답변을 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기껏 한 답변조차 개운하지 않았다. 이젠 회견에서도 들을 내용, 명쾌한 답변이 별로 없다. 정몽규 회장이 말한 감독 선임 프로세스는 어느 팀에나 적용될 수 있다. 정몽규 회장은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할 당시 세운 방향성을 설명해야 했다.

사실상 책임 회피에 가까운 답변으로 볼 수 있다. 클린스만 감독 선임 과정에서 정몽규 회장의 입김이 있었다는 내용이 돌아다니자 아시안컵 우승 실패 이후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동시에 정몽규 회장 역시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정몽규 회장은 클린스만 감독 역시 이전 감독과 같은 프로세스로 선임됐다는 점을 강조하며 자신에게 책임이 없다는 식으로 돌려말했다.



클린스만 감독이 경질된 이유는 단지 아시안컵 때문만이 아니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 축구대표팀에 부임한 후 줄곧 여러 논란들을 만들어왔다. 국내 리그를 등한시한 채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을 보기 위해 자주 해외로 나가는 것은 물론, 본업인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의 역할을 제쳐두고 다수의 외신과 인터뷰를 하고 해외 경기를 분석하는 등의 행동으로 논란을 자초했다.

꾸준히 지적됐던 전술적 무능을 개선하지도 못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자신이 공격적인 축구를 선호한다고 했지만, 정작 클린스만호의 경기력을 보면 공격 축구는 내용물 없는 껍데기에 불과했다. 아시안컵이 열리기 전부터 성적과는 별개로 클린스만 감독의 전술적 능력에 대한 지적은 계속 있었고, 아시안컵이 열리는 내내 지적됐다.

장점이라던 선수단 관리 능력도 인정받지 못했다. 클린스만호의 선수들은 대표팀의 분위기가 어느 때보다 좋다고 입을 모았지만, 아시안컵 준결승전 요르단과의 경기 하루 전 손흥민과 이강인이 충돌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신뢰를 잃었다. 손흥민과 이강인의 불화설은 클린스만 감독이 관리 능력조차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일이 됐다.

클린스만 감독 경질은 결국 대한축구협회, 특히 정몽규 회장의 선택이 잘못됐다는 걸 입증했다.

이전부터 논란이 많고 단점만 가득한 지도자라는 사실을 전 세계가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대한축구협회는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했다. 결과적으로 클린스만 감독은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역사상 최악의 감독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인물로 남게 됐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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