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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 품은 한화 "손혁 단장이 김강민 면담…빠르게 결론 났다"

기사입력 2023.11.24 17:40 / 기사수정 2023.11.24 17:48



(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2024 KBO 스토브리그 최대 이슈로 떠올랐던 '짐승' 김강민의 거취가 결정됐다. 23년 동안 몸담았던 SSG 랜더스를 떠나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고 내년 시즌을 준비한다. 

한화 이글스는 24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22일 KBO 2차 드래프트를 통해 한화 소속이 된 외야수 김강민이 선수 생활을 지속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강민은 한화 구단을 통해 "23년 동안 원클럽맨으로 야구를 하며 많이 행복했다. 신세만 지고 떠나는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라며 "보내주신 조건 없는 사랑과 소중한 추억들을 잘 간직하며 새로운 팀에서 다시 힘을 내보려고 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강민은 이날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인근에 위치한 한화 구단 사무실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손혁 한화 단장을 비롯한 프런트와 의견을 나눴고 구단 측에 선수생활 연장의 뜻을 밝혔다.

한화 구단은 김강민이 내년 시즌 한화 소속 선수로 뛰겠다는 의사가 확인됨에 따라 오는 25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제출할 보류선수 명단에 김강민을 포함시킬 수 있게 됐다. 



한화 관계자는 손혁 단장이 2차 드래프트에서 김강민을 지명한 뒤 선수에게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 곧바로 연락하지 않았다"며 "전날(23일) 저녁 늦게 손혁 단장이 김강민에게 전화를 걸었고 통화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어 "김강민이 마침 24일 대구에 갈 일이 있다고 얘기를 해서 내려가는 길에 대전 한화 구단 사무실에 들러 손혁 단장 만나기로 했다"며 "김강민이 손혁 단장과 대화를 통해 내년에도 현역으로 뛰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계약 과정을 설명했다.

김강민과 한화, SSG는 지난 22일 열린 2024 KBO 2차 드래프트를 뜨겁게 달궜다. 한화가 4라운드에서 김강민을 지명하자 행사장이 크게 술렁였다. 전체 1순위로 키움 히어로즈로 이적한 최주환보다 김강민의 한화행은 그 자체로 모든 야구팬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김강민은 SSG의 상징이었다. 2001년 SSG의 전신인 SK 와이번스에 지명된 뒤 2차 2라운드 전체 18순위로 입단한 뒤 올해까지 통산 22시즌 동안 1919경기 타율 0.274 1470안타 266홈런 674타점의 기록을 쌓았다. SK 시절 2007, 2008, 2010, 2018 네 차례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2010 시즌 115경기 타율 0.317(401타수 127안타) 10홈런 72타점을 기록하며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 명실상부 KBO리그 대표 우타 외야수로 자리 잡았다. 2014 시즌 113경기 타율 0.302(430타수 130안타) 16홈런 82타점 32도루를 기록하며 커리어 하이를 찍었고 4년 총액 56억 원의 FA 대박을 터뜨렸다. 

2020 시즌을 앞두고 SK 야구단이 신세계그룹으로 매각돼 팀이 SSG로 바뀐 뒤에도 선수단의 기둥 역할을 해냈다. 2022 시즌 84경기 타율 0.303(178타수 54안타) 5홈런 18타점을 기록, 팀이 KBO 최초의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달성하는 데 기여했다.

특히 키움 히어로즈와 맞붙은 2022 한국시리즈에서 5경기 8타수 3안타 2홈런 5타점으로 SSG의 창단 첫 우승을 이끌었다. 특히 팀이 2-4로 뒤진 9회말 역전 끝내기 3점 홈런을 폭발시키며 한국시리즈 역사상 최고의 명장면을 만들었다. 역대 최고령 한국시리즈 MVP의 주인공까지 됐다.



김강민은 올 시즌에는 70경기 타율 0.226(137타수 31안타) 2홈런 7타점으로 지난해보다 성적이 떨어졌다. 내년 시즌 거취를 두고 SSG 구단의 고민이 컸던 가운데 일단 2차 드래프트 보호선수 35인에서는 제외됐다. 

SSG는 1982년생 김강민에게 보호선수에서 빠진 사실을 사전에 귀띔해 줬다. 유망주를 묶어야 하는 팀 상황에 대해 김강민에게 설명했다. 하지만 외야진이 10개 구단에서 가장 허약한 한화는 '선수' 김강민이 필요했고 2차 드래프트에서 깜짝 지명으로 전력 보강을 노렸다.   

손혁 단장은 김강민 지명 직후 "현재와 미래 두 부분의 가치가 모두 높다고 봤다. 스타팅으로도 나갈 수 있고, 대수비나 대타로도 그만한 자원이 아직은 우리 팀에 없다고 생각을 했다"며 "우리 외야 수비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데, 김강민 선수는 수비로 우리나라 1, 2등을 다툰 선수다. 최인호나 이진영, 장진혁 이런 우리 선수들도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김강민 선수가 특히 수비 쪽에서 업그레이드를 시켜줄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코치가 얘기하는 것과 선수가 하는 걸 보고 느끼는 건 또 다르다"고 얘기했다.

최원호 한화 감독도 일본 미야자키에서 마무리 캠프 지휘 중 김강민 지명 소식을 들은 뒤 "우리 팀에 경험 있는 외야수가 없다. 아직 최인호나 이진영, 김태연을 상수로 보기는 어렵다"며 "(김강민을 2024 시즌) 백업으로 쓰겠지만, 좋으면 나가는 거 아니겠나. 실력 차이가 난다면 주전으로 나갈 수도 있다"고 반색했다.



한화는 올 시즌 58승 80패 6무를 기록, 승률 0.420으로 정규리그를 9위로 마감했다. 최하위 키움 히어로즈(58승 83패 3무, 승률 0.411)에 1.5경기 차 앞서며 4년 연속 꼴찌의 수모를 피했다.

순위 외적으로는 젊은 선수들이 성장세를 보여준 게 수확이었다. 문동주가 23경기 118⅔이닝 8승 8패 평균자책점 3.72로 성공적인 첫 풀타임 선발투수로 시즌을 보냈다. 

노시환은 유망주 껍질을 완전히 깨뜨렸다. 타율 0.298(514타수 153안타) 31홈런 101타점 OPS 0.929로 리그 최정상급 거포로 거듭났다. 홈런, 타점왕 타이틀을 따내며 한화를 넘어 국가대표 4번타자 위치에 올라섰다.

고졸 루키 문현빈도 프로 데뷔 시즌 137경기 타율 0.266(428타수 114안타) 5홈런 49타점으로 깜짝 활약을 펼쳤다. 향후 타선의 주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잠재력을 뽐냈다.

하지만 외야진은 확실하게 '주전'으로 내세울 수 있는 선수가 없다. 이진영이 121경기 타율 0.249(358타수 89안타) 10홈런 50타점 5도루 OPS 0.738로 그나마 눈에 띄었을 뿐이다.  

김태연, 문현빈 등 내외야를 겸업할 수 있는 자원들의 활용도를 극대화하면서 외야진의 무게감을 높이려는 시도를 했지만 크게 성공적이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특히 외야수들의 수비 능력이 문제였다. 타구 판단은 불안했고 수비 범위는 넓지 못했다. 승부처에서 수비에 발목을 잡히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한화 입장에서 2차 드래프트는 큰 기회였다. 김강민은 적지 않은 나이에도 여전히 리그 최정상급 중견수 수비 능력을 자랑한다. 냉정하게 현재 한화 외야진에서 김강민과 수비를 견줄 수 있는 선수가 없는 상태에서 즉시전력감 베테랑 외야수를 보강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한화는 김강민을 외야 백업, 우타 대타로 활용 가치가 높다고 판단했다. 기량 외적으로도 풍부한 경험과 리더십으로 선수들을 하나로 묶어줄 수 있을 거라고 봤다.

손혁 단장이 SK 투수코치로 2017, 2018년 2년 동안 김강민과 동고동락했기 때문에 선수 김강민은 물론 사람 김강민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김강민이 꼭 필요하다는 점을 면담 과정에서 강조했다.

김강민도 손혁 단장과 한화의 진심 가득 담긴 설득을 듣고 독수리 군단의 일원이 되기로 마음을 열었다. 은퇴와 현역 연장을 놓고 고민 중이던 김강민은 '원 클럽맨'의 상징성이 컸기 때문에 한화로 이적 후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손혁 단장 역시 이 때문에 김강민이 마음을 정리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한화 관계자는 "손혁 단장이 김강민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선수에게 이틀 정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려고 했다"며 "보류선수 명단 제출이 25일까지였기 때문에 늦어도 24일까지는 이야기가 결론이 났어야 했는데 다행히 잘 마무리됐다"고 전했다. 

아직은 상장조차 가지 않는 김강민이 한화 유니폼을 입은 모습은 내년 1월에야 볼 수 있다. 곧 비활동 기간인 12월이기 때문에 내년 1월 초중순 선수단 프로필 사진 촬영 때 '한화의 김강민'이 팬들 앞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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