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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 없는데 부진 장기화…'국제용 타자' 면모 잃은 강백호 [항저우 리포트]

기사입력 2023.10.06 12:00 / 기사수정 2023.10.06 12:00



(엑스포츠뉴스 중국 항저우, 김지수 기자) 류중일호 타선의 핵 강백호(KT)의 방망이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야구 대표팀의 타격이 전체적으로 기대에 못 미치고 있는 가운데 강백호의 부진이 길어지면서 공격력 약화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은 지난 5일 중국 항저우의 사오싱 야구 스포츠 문화센터(Shaoxing Baseball & Softball Sports Centre-Baseball)에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슈퍼라운드 1차전 일본과 경기에서 2-0으로 이겼다.

한국은 일본전 승리로 한숨을 돌렸다. 지난 2일 대만과의 조별리그 2차전 0-4 완패로 4회 연속 아시안게임 금메달 도전에 빨간불이 켜졌던 가운데 결승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종목 슈퍼 라운드는 A, B조 1~2위가 모여 경기를 치른 뒤 상위 2개국이 금메달 결정전, 하위 2개국이 동메달 결정전을 치른다.



하지만 조별리그에서 맞대결을 펼친 팀 간에는 재대결이 없다. 조별리그 경기 결과가 슈퍼 라운드 최종 순위 결정 시 반영된다. 이 때문에 조별리그 B조에서 한국, 홍콩, 태국을 모두 이긴 대만은 조 1위로 슈퍼 라운드에 오른 것은 물론 1승을 안고 시작했다.

반면 한국은 1패 상태로 슈퍼 라운드에 돌입했다. 일본에게 졌다면 금메달 결정전 진출 가능성이 더욱 희박해질 수밖에 없었던 가운데 급한불을 끄고 6일 중국과 슈퍼 라운드 2차전을 치른다. 중국을 이기면 다른 경우의 수 없이 금메달 결정전에 오른다.

문제는 타선이다. 한국은 투수 수준이 낮은 홍콩(조별리그 1차전, 10-0), 태국(조별리그 3차전, 17-0) 마운드를 폭격했지만 우리와 함께 금메달을 놓고 다투는 대만, 일본전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대만전에서는 단 1점도 뽑지 못했고 일본전 역시 5회까지 무득점으로 꽁꽁 묶였다. 140km 중후반대 빠른 공과 제구력, 날카로운 변화구 구사 능력까지 겸비한 대만과 일본 투수들에게 힘을 못 썼다.



특히 강백호의 난조가 아쉬웠다. 강백호는 이번 대회 14타수 2안타에 그치고 있다. 홍콩, 대만전에서 2경기 연속 4타수 무안타로 침묵한 뒤 태국전에서도 첫 두 타석을 범타로 물러났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11번째 타석 만에 마수걸이 안타를 쳐냈지만 뚜렷한 반등세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일 일본전에서는 3타수 1안타를 기록했지만 2회말 첫 타석, 7회말 세 번쩨 타석에서 삼진으로 물러났다. 안타 한 개 역시 배트 중심에 맞힌 타구가 아니라 빗만은 공이 행운의 내야 안타로 연결됐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강백호 특유의 날카롭고 파워풀한 타구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강백호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전까지 국제대회 때마다 맹타를 휘둘렀다. '국제용 타자'라는 기분 좋은 별명이 붙여지기도 했다. 프로 2년차였던 2019년 WBSC 프리미어12에 출전해 7타수 2안타 3타점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당시 박병호(KT), 김재환(두산), 김현수(LG) 등 쟁쟁한 선배들에 밀려 주전은 아니었지만 승부처 대타 1옵션으로 중용됐다.



강백호는 2021년 도쿄 올림픽 본선에서도 맹타를 휘둘렀다. 26타수 7안타 타율 0.308 4타점으로 제 몫을 해냈다. 비록 야구 대표팀이 4위에 그쳐 메달 획득은 불발됐지만 강백호는 이정후(키움)와 함께 한국의 중심 타선을 이끌었다.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도 강백호는 힘차게 방망이를 돌렸다. 14타수 7안타 2타점 OPS 1.286으로 절정의 타격감을 뽐냈다. 호주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주루 중 본 헤드 플레이로 비판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WBC에서도 강백호의 타격은 빼어났다.

강백호는 올 시즌 소속팀 KT에서 잔부상에 시달리며 70경기 타율 0.270(233타수 63안타) 8홈런 39타점 OPS 0.778로 기대에 못 미쳤지만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제 몫을 해줄 것으로 기대됐다.

류중일 감독은 강백호를 일찌감치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4번타자로 낙점했다. 홍콩, 대만전에 연이어 4번 타순에 강백호를 배치하고 한방을 터뜨려 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강백호가 항저우 입성 후 타격감이 주춤하면서 태국전부터 6번으로 위치를 옮겨줬다. 다만 현재까지 뚜렷한 반등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강백호의 타격감이 살아나지 않는다면 류중일호의 금메달 도전 전선도 먹구름이 낄 수밖에 없다. 한국은 일본전에 내세운 김혜성(2루수·키움)-최지훈(중견수·SSG)-윤동희(우익수·롯데)-노시환(3루수·한화)-문보경(1루수·LG)-강백호(지명타자·KT)-김주원(유격수·NC)-김형준(포수·NC)-김성윤(좌익수·삼성) 타순이 베스트 라인업이다.

아시안게임 야구 종목은 WBC, 프리미어12 등 다른 국제대회보다 최종 엔트리 숫자가 적다. 최원준(KIA)까지 종아리 부상으로 제 컨디션이 아닌 까닭에 승부처에서 대타로 내보낼 수 있는 자원은 박성한(SSG)뿐이다. 

한국은 김혜성, 노시환, 윤동희가 꾸준한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어 강백호만 살아난다면 득점력을 더 높일 수 있다. 강백호의 부활 여부에 아시안게임 4연패의 향방이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류중일 감독도 강백호를 믿고 기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일본전 종료 후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타선 변경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현재로서는 (일본전 라인업으로) 그냥 가야할 것 같다"며 강백호 스스로 부진을 털어내기를 기대하고 있다.



사진=중국 항저우, 김한준 기자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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