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02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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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 가능성과 희망을 보여달라

기사입력 2005.08.19 01:47 / 기사수정 2005.08.19 01:47

이철규 기자
글을 시작하며
최근 축구간의 국제교류가 잦아지며 각 국가간의 특색이 많이 사라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저마다의 고유한 색채를 바탕으로 여러 요소를 결합, 현대 축구의 흐름에 맞는 새로운 전술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 중, 수비조직들을 살펴보며 한국 축구의 수비조직의 장단점을 짚어본 뒤 한국적 색깔이 배어 있으면서도 현대축구의 흐름에 부합하는 전술이 바탕이 된 수비조직이 나타나야만, ‘세계 속의 강호’ 대한민국이 될 수 있음을 말하고 자 한다.
 
 
 
공격을 위한 수비’ 잉글랜드
잉글랜드 수비는 미드필드와 수비사이의 공간을 최대한 좁혀 오프사이드를 얻어내거나 수비수가 전투적인 몸싸움으로 공격수에게 가는 볼을 뺏어, 한번에 전방의 공격수에게 패스하는 스피드의 축구를 구사한다. 이렇게 수비수가 전투적으로 나오기 때문에 수비조직 전체가 하프라인 근처에서 움직이거나 하프라인마저 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공격수가 움직일 공간을 막기에 앞서 한 줄로 선 수비수들이 신체조건의 우위를 가지고, 볼을 뺏은 뒤 바로 공격에 가담하려는 특성 때문에, 오프사이드 트랩을 돌파할 수 있는 빠른 공격수들이 빛을 발하는 곳이 프리미어 리그가 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다. 또한 밀집된 중앙을 피해 윙을 이용한 공격전술이 발달하게 되어, 킥 앤 러쉬가 잉글랜드 고유의 축구전술로 자리잡기도 했다.
 
이렇게 스피드와 몸싸움을 중시하는 역동적인 축구를 구사하지만 지나친 공격에 대한 마인드로 인해, 대외컵 경기에서 다른 방식의 축구를 구사하는 팀에게 자멸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를 위해, 잉글랜드 최초의 외국인 대표팀 감독 스벤 고란 에릭손감독을 2001년에 영입, 2004 유로 8강과 2006 독일 월드컵 지역예선에서 순항중이다.
 
 
 
수비도 미드필더같이’ 스페인
가장 수비수 같지 않은 수비수가 많은 국가가 브라질과 함께 스페인을 꼽을 수 있다. 세밀한 패스게임을 통해 경기를 풀어가는 특색을 지녀 수비수들도 미드필더 수준의 개인기와 패스 및 볼 키핑능력을 요구 받는다.
 
수비라인에서도 공격수에 위축되지 않고 섬세하고 정확한 패스로 커트한 볼을 소유하며, 미드필더들과 함게 차근차근 상대를 무너뜨리는 한편, 그라운드를 넓게 쓰는 게 특징. 때문에 많은 수비형 미드필더들이 수비수로 보직 변경, 대표팀에서도 활약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나달, 이에로, 엘게라등이 대표적이며 이런 자유로운 포지션에 대한 개념이 잉글랜드와 구별된다 할 수 있다.
 
현재, 전문수비수의 부재와 아름답게만 축구하려는 문제점을 수비수 발굴과 마인드 전환을 통해 어느 정도 해결, 월드컵 지역예선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협력수비’ 이탈리아
수비로 가장 유명한 국가로 유럽에서 아일랜드와 함께 이탈리아를 꼽을 수 있다. 미드필더와 수비조직간의 치밀한 연계를 통해 공격수와 그 주위의 공간을 봉쇄하는 수비를 구사, 공간을 지우는 능력이 가장 탁월한 국가라 할 수 있다.
 
잉글랜드나 스페인처럼 측면공격을 하게 되면, 이미 2명 이상의 선수가 공간을 장악하고 상대를 고립시기에, ‘윙의 무덤’이라 불리는 곳이 세리에 A.
 
이탈리아 선수들은 미드필더들의 수비가담과 기본적인 수비능력, 수비전술에 대한 이해도가 대단히 높고 이를 바탕으로 상대 공격진을 자기 진영에 묶어 놓고, 공격형 미드필더를 이용해 송곳과 같은 패스로 상대를 무너뜨리는 것 때문에, 루이 코스타, 지단, 델 피에로와 같은 선수들이 플레이메이커의 공격적 재능이 꽃피운 곳이 이탈리아이기도.
 
상대적으로 플레이메이커가 뛸 공간을 아예 좁혀, 미드필더와 수비라인간의 공간이 가장 좁은 프리미어 리그는 플레이메이커에겐 무덤이라 말할 수 있다. 이탈리아는 1대0 승부의 수비에 집착하는 축구를 버리고, 상대의 진영에서 수비하면서도 강한 공격력이 발휘, 지역예선 1위를 달리고 있다.
 
 
 
책임감과 근성의 교과서적 수비’ 독일
잉글랜드와 더불어 맨마킹이 중요한 리그가 분데스리가. 하지만, 충실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교과서적인 수비를 하며 공격적인 부분은 다소 차이를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독일 특유의 근면성과 성실성을 바탕으로 전차와 같이 자신이 맡은 공간에서 상대 선수를 큰 신장과 강력한 수비로 철저히 막는 분업수비를 한다. 그리고, 자기의 위치에서 빼앗은 공을 키핑하며 반 박자 빠른 패스로 상대의 수비를 무너뜨리는 알고도 못 막는 축구를 하는 것이 독일의 특징. 스페인보다 덜 자유스럽지만 침착함이 돋보이는 부분.
 
공격 역시 마찬가지. 크로스에 이은 헤딩인 걸 알면서도 혹은 세트 플레이인 걸 알면서도 선수 면면의 기본기가 충실하고 몸싸움에 강력하기 때문에, 실점을 허용하거나 수비조직이 무너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오랜 기간 킬러의 부재로 고심했지만, 이런 믿을 수 있는 수비조직을 바탕으로 기다림이 결실을 맺어 포돌스키와 같은 킬러가 나타났고, 독일 월드컵에서의 화려한 영광을 약속하고 있다.
 
 
 
리드미컬한 수비’ 브라질
세계 최강인 브라질이 공격만을 지향한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94월드컵등을 볼 때, 그들만이 가진, 특유의 삼바리듬을 바탕으로 한 그물 수비를 볼 수 있었다. 타이트한 마크는 없지만 공을 잡은 선수가 패스할 길목 요소요소를 차단, 경기를 언제나 자신의 리듬으로 끌고 가는 것이 브라질 수비의 고유한 특징.
 
98년 월드컵을 전후해서 이런 수비조직이 변화하며, 유럽형 포백 라인을 가져가기도 했지만,브라질만의 리듬에 기반을 두어 스리백, 포백에 구애 받지 않아 4-2-2-2, 3-1-3-3 포메이션과 같은 브라질 특유의 전술이 탄생하기도 한 밑거름이 되었다.
 
전술이해도라는 말로는 먼가 아쉬운 그들만의 리듬으로 상대의 공격을 무력화 시키는 것은 브라질만의 능력이라 할 수 있을 듯 하며, 아르헨티나가 거친 야생마처럼 끝까지 공격을 고집한다면 브라질은 공격지향적이나 노련한 여우와 같은 것 또한 특색.
 
 
 
그럼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뛰는 축구와 악바리정신으로 무장, 존 디펜스는 없고 태권축구 혹은 깡축구로 무장한 맨마킹과 집단 수비가 한국의 수비였다. 즉, 아시아에서 가장 좋은 신체조건을 가진 선수들이 90분 내내 열정적으로 뛰는 장점과 그 장점이 시너지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 한국축구.
 
강팀과 경기하면 3명의 수비수와 2명의 윙어, 2명의 중앙미드필더가 수비진영까지 내려와 상대의 수비를 육탄저지, 그리고 측면돌파에 이은 단순한 공격과 중간 연결고리인 공격형 미드필더 정도로 말할 수 있다.
 
이는 상향 평준화된 유럽에서는 볼 수 없는 아시아만의 특화된 전술로, 이기기 위한 축구였고 능력 대비 효과로는 상당히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결코 일정 수준이상의 성적을 낼 수 없다. 중앙을 포기한 축구로는 승리하기 어렵다는 최근 10여년간의 축구흐름을 무시하고 있기 때문.
 
“왜 히딩크감독도 트루시에 감독도 아니 전세계에서 잘해야 16강이라고 말했던 것일까?” 이유는 정상적인 경기를 할 때 차이가 나는 기본기와 부족한 전술이해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수준 높은 선수들의 개인기량에 여지없이 무너지는 수비조직은 팀이 수준 높은 경기를 벌이기 위해, 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 하는 팀의 균형유지부터 실패하면서 공격까지도 무디게 해,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세계 속의 한국수비’를 만들어야
기본기부터 차이가 나는 대표팀을 향한 대안 없는 비난과 빈약한 선수자원을 가지고, 무리해서 수비의 전술변화를 시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강팀을 만나야만 강해지는 아이러니를 없애고 명실상부한 ‘세계 속의 강호’가 되기 위해서는 한국수비는 보다 다양한 수비전술을 시험해 볼 필요성이 있다. 포백이나 스리백만을 외치는 것이 아니라, 시시각각 변하는 그라운드의 상황에 따라 유기적인 수비조직의 변화가 필수적이기 때문.
 
한국이 외국인 감독을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런 발전적인 선진축구의 흐름을 따라잡기 위해서 이기도 하다. 공격수는 감독이 만들어 내는 부분이 2할에 불과하다고 할 정도로 타고난 ‘킬러본능’에 의지하는 부분이 강하다. 이런 킬러가 나타날 때까지, 만들어 지는 것이 8할이라는 수비수들을 발굴해 보석으로 만들며 팀의 균형을 유지하고, 골을 쉽게 넣을 수 있게끔 조직을 가다듬는 것이 감독의 중요한 일이다.
 
이미 스리백으로 유명한 독일과 이탈리아도 더 이상 스리백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아시아의 라이벌’ 사우디 아라비아마저 경기 상황에 따라 스리백과 포백을 자유롭게 구사하며, 미드필드 싸움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능성과 희망을 보여줄 때
위의 국가들이 이런 수비전술을 얻기까지는 강팀과의 수없이 많은 연습경기와 국제 예선전에서의 패배가 뒤따랐고, 팬들의 질타 역시 함께 했다. 그러나, 이런 패배를 밑거름 삼아 스리백과 포백의 전술을 유기적으로 조화시키며 압박과 협력수비를 그라운드 안에서 자유자재로 펼치기 시작하자, 보다 나은 경기내용을 보이는 팀이 되었고 팬들의 비난은 찬사와 기대로 변했다.
 
2002년 월드컵 당시 한국대표팀 역시 마찬가지였다. 수없이 많은 5대0 패배 속에서도 한줄기 희망을 가지고 있던 것은 예전처럼 중앙을 포기하는 전술을 구사하지 않고 맞서 싸워 그라운드를 지배하려 했기 때문이다.
 
2002년의 성공으로 한국은 더 이상 다크호스가 아니다. 한국의 많은 선수들은 이미 상대 팀에서 파악해 놓은 상태로, 기존의 집단수비와 투지의 맨마킹만으로는 스스로의 공격을 무디게 하며 패배를 자초할 뿐인 것은 월드컵 지역예선과 동아시아대회를 통해서 절실히 느꼈다.
 
당장의 승리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독일에 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한국 축구가 패배하더라도 이것을 밑거름 삼아 발전하며, 한국적인 색깔이 배인 현대축구흐름에 맞는 ‘한국다운 수비’를 멀지 않은 미래에 자랑스럽게 보여줄 수 있다는 ‘희망과 가능성’을 바라는 것이다.
 
대표팀의 감독과 기술위원회는 국민에게 희망을 보여줘야만 한다.


이철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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