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02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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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클 두산! 명승부 45선] ③

기사입력 2005.02.08 01:04 / 기사수정 2005.02.08 01:04

윤욱재 기자



2000 포스트시즌



14. [2000 PO 5차전] 심정수 투런포, 순식간에 역전
 

다시 만난 서울라이벌.


2000 플레이오프는 현대(드림리그 1위)와 삼성(드림리그 3위/와일드카드), 두산(드림리그 2위)과 LG(매직리그 1위)의 대결로 좁혀졌다.


김재현, 이병규, 양준혁 등 화려한 좌타라인의 LG, 우동수 트리오(우즈-김동주-심정수)의 화력으로 무장한 두산의 대결은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데 충분했다. 마침 현대가 삼성을 싱겁게 제치고 올라서자 곰과 쌍둥이의 흥미진진한 싸움에 더 관심이 쏠리는 건 당연했다.


2승2패로 팽팽하던 양 팀의 승부는 5차전으로 이어졌고 LG가 8회까지 유지현의 솔로홈런과 선발투수 최향남의 호투로 1-0으로 리드, 3승에 선착할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겨우 1점차였고 두산은 최향남의 역투에 꽁꽁 묶이다 8회말 대반격에 나섰다.


장원진이 오랜만에 안타로 출루하면서 불안감을 느낀 LG 이광은 감독이 마무리 장문석을 마운드에 올려 리드를 지켜주길 바랬지만 우즈가 2루타로 동점을 만들며 이 감독의 바램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우즈는 장문석의 바깥쪽 직구를 우측 파울라인 근처로 밀어 치며 2루타를 터뜨렸고 4차전 3점홈런으로 승리의 주역이 된 심정수가 타석에 들어섰다. 직구 패턴을 고집하던 장문석, 결국 변화구를 택했지만 심정수의 주체할 수 없는 파워를 말릴 순 없었다. 역전 투런홈런. 너무도 순식간이었다. 정말 두산만이 할 수 있는 힘의 야구를 보여줬다.


1차전 불쇼를 저지른 진필중 대신 마무리에 선정된 박명환이 깔끔하게 마무리 지으면서 두산은 시리즈 전적 3승 2패로 앞서나가며 5년만의 한국시리즈 진출에 한 발짝 나가서게 된다.



15. [2000 PO 6차전] 믿을 수 없는 역전 드라마


두산 선발 마이크 파머가 하위타선에 연발탄을 맞으며 스코어는 어느새 0-4로 벌어졌고 LG 선발 안병원의 호투는 계속 진행 중이었다.


하지만 아직 경기 초반에 불과했다. 5회초 심정수의 볼넷과 홍성흔의 2루타, 대타 최훈재의 적시타가 터지면서 2점을 추격, 경기를 알 수 없게 만들었다. 하지만 어느덧 경기 후반으로 넘어갔고 하늘도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부상투혼’ 김동주의 추격 솔로포


분명 그는 뛰면 안됐지만 뛰어야만 했다. 타격 2위에 30홈런 이상의 장타력, 100타점 이상을 기록한 김동주가 빠질 순 없었다. 우동수 트리오의 중심에 서있는 김동주의 눈물겨운 투혼은 감동야구의 진수였다.


그래서 그가 7회에 터뜨린 솔로홈런은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LG는 불펜투수 이승호를 마운드에 올려 좌타자, 우타자 상관없이 밀고 갔지만 김동주의 힘에 쓰러지고 말았다. 김동주는 좌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홈런으로 점수를 한 점차로 좁히며 동점에 한 발짝 다가섰지만 또 다시 위기가 찾아올 줄은…….



홈플레이트의 진검승부


두산은 좌타자 김재현과 이병규를 상대하기 위해 이혜천을 마운드에 올렸지만 첫 타자 김재현에게 우중간 2루타를 맞고 이병규의 2루수 땅볼로 1사 3루의 찬스를 내주고 말았다. 다음타자는 스미스. 두산은 당연히 투수 교체를 단행했고 이 때 올라온 투수가 진필중이었다. 1차전 구원실패의 악몽으로 불펜으로 강등된 진필중. 1점이라도 더 내준다면 승부는 더욱 어려워지는 상황이었다.


LG도 대타 작전으로 맞불을 놓았다. 스미스 대신 타석에 들어선 선수는 대타전문 허문회. 허문회는 중견수 플라이를 날렸고 어깨가 그다지 강한 편은 아닌 정수근이었기에 홈 쇄도는 당연한 일이었다. 홈플레이트를 향해 힘껏 달린 김재현. 예상대로 여유 있게 세이프 타이밍이었지만 아뿔싸 몸은 홈을 스치지 않았다. 다시 홈으로 돌아서 역으로 슬라이딩을 한 김재현과 홈플레이트를 벗어난 지역에서 공을 잡고 역시 슬라이딩을 감행한 홍성흔의 진검승부! 간발의 차로 홍성흔의 승리였다. 이때부터 왠지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갔다.



9회초 투아웃 볼카운트 2-3


하지만 좀처럼 두산은 기회를 잡지 못하고 어느덧 정규이닝 마지막 공격에 접어들었다. 게다가 투아웃까지 당한 상황. 그런데 이때 LG는 잘 던지던 김용수를 내려 보내고 장문석을 마운드에 올렸다. 원아웃 정도는 쉽게 잡아줄 것이란 기대와 그동안 얻어터진 장문석의 기살리기 차원이었다.


타석엔 안경현. 힘이나 타격 기술면에서 중심타선의 선수들보다 떨어진다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2-3 풀카운트에서 장문석은 힘찬 직구를 뿌렸지만 안경현이 이 공을 놓치면 프로 선수가 아니었다. 힘차게 당겨 친 공은 어느새 좌중간 하늘을 가르고 있었고 결국 담장을 넘기면서 이 세상 가장 극적인 동점홈런이 되었다.


운명의 장난이랄까. 올라오자마자 홈런을 맞은 장문석으로선 더 이상 기억하고 싶지 않은 장면이었다.



심정수 역전의 한 방을 쏘다!


10회말 끝내기 찬스를 맞은 LG는 최후의 보루 양준혁을 대타로 내세웠지만 우익수 플라이로 물러나면서 찬스를 무산시켰고 위기를 넘긴 두산은 11회초를 맞이하게 된다.


첫 타자는 심정수. 장문석은 스트라이크를 잡고 들어간다는 심정으로 145km의 강속구를 뿌렸다. 바깥쪽을 노리던 심정수는 몸쪽 공이 들어오자 자신도 모르게 스윙이 나왔고 이 볼은 담장을 넘기는 홈런이 되었다.


한국시리즈 진출을 결정짓는 결승 솔로홈런! 심정수는 이번 시리즈에서 모든 안타를 결승홈런으로 장식하며 단 0.158의 타율로 플레이오프 MVP를 거머쥐었다. 열띤 응원으로 선수들을 성원하던 두산팬들은 토요일밤의 열기를 제대로 만끽했다.

5년만의 한국시리즈 진출! 하지만 고갈된 체력과 김동주의 결장 소식이 마음에 걸렸다. 


장문석의 직구


여기서부터 화두에 오른 ‘장문석의 직구’는 이번 대형사고를 통해 다음시즌인 2001년에도 부진으로 이어지는 후유증을 겪었고 이 때문에 팀은 마무리 부재로 수렁에 빠지면서 이광은 감독이 해임되는 충격적인 사건으로 이어졌다. 결국 이것은 후임 김성근 감독으로부터 새로운 마무리로 임명된 신윤호가 스타로 떠오르며 뒤바뀐 운명에 낙심할 만도 했지만 절치부심한 장문석은 2002년 최고의 셋업맨으로 변신, 이동현과 함께 막강 중간계투를 이끌었으며 지난해엔 LG 마운드에서 유일하게 10승을 올리는 등 기둥투수로 자리 잡아 지난날의 아픔을 모두 털어 버린 지 오래다. 



  

16. [2000 KS 5차전] 잊지 못할 정수근의 질주
 

비록 1승을 거뒀지만 1패만 하면 우승의 꿈은 접어야 하는 상황.


그다지 화창하지 않았던 토요일 오후였고 만원사례도 실패했지만 이 날 승부와 두산팬들의 뜨거운 성원은 야구장을 용광로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두산은 4회말 장원진의 2루타와 우즈의 투런홈런으로 3점을 선취하면서 분위기를 끌어올렸지만 곧바로 5회초 실책 2개와 연타를 맞아 대거 5점을 내줘 한국시리즈가 끝날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게다가 마운드엔 두산 킬러이자 현대 불펜의 핵심 조웅천이 버티고 있었다. 조웅천은 현란한 싱커로 땅볼을 유도하며 마무리 위재영에게 바톤터치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상황. 하지만 두산은 이 난제마저 풀어버렸다.

7회말 심정수와 홍성흔의 연속안타로 무사 1, 2루를 만든 두산은 다음타자 강혁에게 번트를 지시했으나 조웅천이 어이없게 몸에 맞춰 황금의 만루찬스를 이뤘다.

두산은 잠시 최훈재 대타 기용을 고심했으나 홍원기를 밀어주기로 했고 홍원기는 기대에 부응하며 1타점 중전안타를 터뜨렸다. 하지만 다음 두 타자가 연속 아웃되면서 자칫 찬스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여기서 등장한 정수근은 풀카운트까지 물고 늘어지며 조웅천을 공략했고 결국 우중간을 꿰뚫는 3루타로 1, 2, 3루 주자가 모두 홈을 밟아 순식간에 역전시켰다. 7-5로 역전된 경기는 장원진이 헤드퍼스트슬라이딩을 감행하는 투혼의 내야안타로 1점을 추가했고 8회말 심정수가 쐐기를 박는 솔로홈런으로 마무리되면서 9-5의 스코어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둘 수 있었다.


17. [2000 KS 6차전] 기적의 3연승



기어코 수원까지 왔다.


잠실에서 끝날 줄 알았던 한국시리즈. 하지만 두산이 뒷심을 발휘하며 2연승을 거둬 2승3패로 만든 가운데 수원구장의 첫 만원사례를 이끌며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정민태와 진필중의 리턴매치. 그런데 이 날 정민태가 조금 이상했다. 나중에 알게 된 얘기지만 정민태는 3차전을 등판한 후 국내에서 치른 마지막 경기라 생각하고 지인들에게 인사하러 다니느라 제대로 된 준비를 못했다. 

초반부터 난타를 맞으며 불안하더니 결국 4회에 일을 저질렀다. 비록 야수실책으로 주자를 내보냈으나 4연속 피안타로 2점을 내줬고 조웅천과 바뀌는 수모를 당했다. 그런데 조웅천도 5차전 충격의 3루타로 제 정신이 아니었다. 우즈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내준 것이다. 그러나 다시 정신을 재무장한 조웅천은 심정수를 병살타로 유도하며 기나긴 4회를 마무리 지었다.

1회에 1점을 내준 뒤 호투하던 두산 진필중도 결국 6회에 무너졌다. 박종호와 박재홍에게 연속 볼넷을 내주더니 이명수에게 내야안타를 맞아 1점차로 쫓겼고 점수만큼 마음도 쫓긴 두산은 차명주를 내세웠지만 이숭용이 보기 좋게 중전안타로 응수하면서 동점을 이뤘다.

하지만 7회초 심정수가 좌측 담장을 넘기면서 다시 도망갔다. 이때까지 죽어라 던지던 조웅천도 힘이 빠졌고 현대는 5차전 선발로 나왔던 임선동을 투입하는 초강수를 둔다. 연속안타를 맞았지만 홍원기를 직선타로 요리하면서 일단 급한 불은 껐다.

7회말 파머가 구원등판, 좌타자 전준호와 스위치히터 박종호를 상대하는 것이 미션이었다. 이 때 대타로 등장한 김인호는 좌측 외야로 큰 타구를 날렸고 넘어가는 듯 싶었지만 장원진이 점프하면서 잡아냈다. 장원진은 결정적인 수비로 이 날 숨은 MVP로서 손색이 없었다. 이 큰 타구 때문에 투수는 박명환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박명환은 8회말 폭투로 동점을 내줬고 결국 9회까지 알 수 없는 대혼전으로 이어졌다. 9회초 마운드에 오른 위재영은 1사 후 우즈에게 볼넷을 내줬으나 다음타자 심정수에게 2루 땅볼을 유도, 병살타로 마무리 짓는 듯 싶었지만 박종호의 실책으로 주자 올세이프 되었다.

다음타자 홍성흔이 유격수 땅볼로 2루에 토스한 뒤 병살이 기대됐지만 박종호의 악송구로 우즈의 대주자 전상렬이 홈을 밟으면서 에러 2개로 결승점을 뽑는 색다른 기적을 연출했다.

9회말 박명환의 마무리쇼로 3연패 뒤 3연승이란 역대 최고의 기적을 연출해낸 두산은 4연승의 기적을 향해 달려갔지만 퀸란의 홈런포 두 방에 무너지고 말았다. 비록 우승컵은 손에 쥐지 못했지만 야구팬들이 느낀 감동은 그 이상이었다.

때아닌 명승부로 수원구장 만원사례까지 일궈 낸 자랑스런 베어스 전사들. 눈물과 감동이 버무러진 이 시대 최고의 명승부는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④편에서 계속



스캔 / 윤욱재
캡처 / 윤욱재


윤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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