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7.09.28 18:27 / 기사수정 2007.09.28 18:27

[엑스포츠뉴스=남기엽 기자] 뒷산은 청청하고 풀입사귀가 푸른, 바야흐로 천고마비의 계절인 가을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즈음인 요즘 10월 문턱을 넘어가기에 앞서 커다란 선물이 서울에 도착했다.
2년 전 한 씨름선수의 진출로 한국에 조금씩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한 유명단체의 이벤트는 급기야 잠재된 한국의 시장성으로 인해 서울에까지 상륙하게 되었다. 그것도 1년 중 최대행사인 WGP결승전에 참여할 8명의 전사를 뽑는 무대로 말이다.
한국인 선수끼리의 대결을 포함해 김영현의 데뷔전, 최홍만의 리벤지, 피터 아츠, 레이 세포, 제롬 르 밴너 등이 모두 참전하는 이 행사를 보기에 앞서 더 재미있게 보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코자 한다. .jpg)
오프닝 파이트 제 1경기 : K-1 룰 / 3분 3라운드 연장 1라운드
전직 씨름선수 김경석과 젊고 재능있는 파이터 쿄타로 레인져와 대결을 펼친다. 사실 이 경기는 김경석에게 있어 사실상 마지막 기회. 작년 K-1에 데뷔한 후 김민수, 호리 히라쿠, 마이티 모를 만나며 3연패의 늪에 빠진 그에게 더 이상 K-1이 기회를 주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대가 그리 만만한 상대는 아니다.
쿄타로 레인져는 일본의 젊은 파이터로 이미 K-1 영 재팬 그랑프리에서 사토 타쿠미를 꺾고 우승을 거두기도 한 실력파. 날렵한 움직임의 그를 김경석이 얼마나 따라가며 포인트를 따낼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 고국 무대에서 반드시 마수걸이 승리를 장식해야만 하는 김경석과 일본의 신예 파이터간의 대결, 그것으로 K-1 월드 그랑프리 서울은 시작된다. .jpg)
오프닝 파이트 제 2경기 : K-1 룰 / 3분 3라운드 연장 1라운드
랜디김과 박용수의 대결은 사실 경기수준은 K-1 월드그랑프리의 수준에 못 미치는 것이 사실이지만 유일한 한국인 파이터끼리의 대결로 많은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경기. 특히나 두 선수는 모두 지난 K-1 월드 그랑프리 홍콩 대회에서 아픔을 겪은 동병상련의 처지. 랜디김은 중국의 싼타선수 왕캉의 펀치공격에 패배를 당했고 박용수 역시 무사시의 펀치공격에 KO당한 바 있다.
그런 만큼 뚜렷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는 두 선수는 서로 반드시 밟고 올라가야 하는 절실한 상황. 투포환 선수 출신으로 강한 맷집을 바탕으로 압박을 구사하는 랜디김과 체력은 약하지만 단련된 발차기 기술을 가진 박용수의 대결 역시 팬들의 관심을 모으는 매치임에는 틀림이 없다..jpg)
제 1경기 : K-1 룰 / 3분 3라운드 연장 2라운드
자 이제 오프닝 파이트가 아닌 본격적인 매치가 시작된다. 슈퍼파이트로 치러지는 이번 매치는 천하장사 출신인 김영현 선수의 데뷔전이다. 씨름에서는 순간적인 압박과 힘으로 숱한 상대들을 물리쳤지만 아직 격투기에서는 검증을 받지 않은 그가 어떻게 경기를 펼칠지 주목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상대인 류시 야나기사와는 일본인 종합격투가 출신으로 베테랑 중의 베테랑. 그가 이제껏 싸워온 파이터들의 면면을 보면 PRIDE 헤비급 챔피언 에밀리아넨코 효도르를 포함해 현 UFC 헤비급 챔피언 랜디 커투어, 그리고 '일격필살' 미르코 크로캅 등 다양하다. 물론 이번 경기는 종합격투기가 아닌 서서 싸우는 입식 경기인만큼 일률적인 비교는 곤란하지만 그래도 산전수전 다 겪은 선수라는 점에서 데뷔전을 치르는 김영현의 입장에선 결코 쉽지만은 않은 상대. 김영현이 과연 최홍만과 같은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를 수 있을지 주목해보자.
제 2경기 : K-1 룰 / 3분 3라운드 연장 2라운드
이번 경기부터 바로 마지막 8명의 전사를 뽑는 매치가 시작된다. 도쿄로 향할 첫 전사를 뽑는 대결은 현 K-1 헤비급 챔피언 바다 하리와 아네테 올림픽 복싱 대표선수 출신인 더그 바이니의 대결.
바다 하리는 K-1의 악동 파이터로 지난해에는 루슬란 카라예프에게 패배를 당하는 바람에 월드그랑프리 결승전에 오르지 못했다. 당시 경기장을 빠져나가며 "이제 K-1에는 나오지 않겠다"고 단단히 삐친 투로 말했던 그가 K-1 헤비급 챔피언 벨트를 두르고 한층 성숙해진 모습으로 다시 나타났다. 더그 바이니는 사실 월드 그랑프리와 인연이 없는 선수였지만 지난 라스베가스 대회에서 리저버로 출전해 부상선수 대신 기회를 잡아 단번에 우승을 해 버린 신성. 18살때부터 다져진 킥복싱과 탁월한 복싱 테크닉을 갖춘 그는 경기에서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포커페이스로도 유명하다.
누가 K-1세대 교체의 주인공이 될 것인지는 그들의 발과 주먹이 증명해낼 것이다.
제 3경기 : K-1 룰 / 3분 3라운드 연장 2라운드
'극강 챔피언' 세미 슐츠와 '로킥의 강자' 슬로윈스키가 맞붙는다. 특히 슬로윈스키는 '로킥의 달인'이자 K-1 최다 챔피언 출신인 어네스트 후스트로부터 조련을 받아 지난해보다도 한층 더 강력해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올해 가장 경쟁이 치열했다는 암스테르담 그랑프리에서 총 4라운드만을 치르며 우승을 거머쥔 그의 상승세는 결코 얕잡아볼 수 없다. 더군다나 최고의 전략가이기도 한 후스트가 그의 옆에 있기에 더욱 그렇다.
그러나 상대는 현존하는 K-1강자들을 모조리 제압해버린 '극강 챔피언' 세미 슐츠. 때문에 전문가들은 아무리 슬로윈스키의 기량이 출중하다 하더라도 결국은 슐츠가 승리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유달리도 '이변'으로 평가받은 경기가 많이 나온 올해, 슐츠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더욱 다양해진 로킥공격을 장착한 슬로윈스키가 개막전부터 최대 이변의 주인공으로 떠오를 수 있을지, 아니면 여전히 슐츠의 독무대를 알리는 하나의 서곡에 불과할지 지켜보는 것이 관전 포인트.
제 4경기 : K-1 룰 / 3분 3라운드 연장 2라운드
그들이 만났다. 지난해 K-1 월드 그랑프리 결승전에서 만나 한 차례 혈전을 벌였던 이들이 다시 만난 것이다. 사실 지난 경기는 레미 본야스키와 스테판 레코에게 별로 추억하고 싶지 않은 경기. 본야스키는 레코에게 당시 로블로를 수차례 허용하며 승부에서 이기고도 컨디션 난조로 4강에 진출하지 못했다. 레코 역시 본야스키에게 의도치 않게 로블로를 가격하며 관중들의 야유를 들어야만 했고 4강에도 진출하지 못했다. 결국, 예상 외 상황으로 지난해 전력을 다해 경기를 펼치지 못 했던만큼, 이번 경기에 그들이 기대하는 바는 크다.
이미 본야스키는 "반드시 레코를 KO시키겠다"고 호언장담하며 준비를 마친 상황. 레코 역시 "결코 쉽게 당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본야스키를 단단히 벼르고 있다. 뛰어난 아웃스텝으로 상대를 공략하는 두 파이터들의 대결이 결국 어떻게 끝나게 될 것인지가 관점포인트.
제 5경기 : K-1 룰 / 3분 3라운드 연장 2라운드
'브라질리언 킥'으로 유명한 극진 가라데 출신 파이터 글라우베 페이토자와 격투 명문 골든 글로리 소속의 할리드 디 파우스트가 맞붙는다. 글라우베 페이토자는 강력한 발차기와 탄한 기본기로 2005년에 준우승, 2006년에 4강 진출을 한 바 있는 베테랑 파이터. 반면 상대인 디 파우스트는 빠른 스트레이트와 공격적인 스텝으로 상대를 공략해나가는 대표적인 신예 파이터다.
작년 대회에서 어네스트 후스트와도 좋은 경기를 보인 디 파우스트가 베테랑인 페이토자를 맞아 어떻게 경기를 풀어나갈지, 또 킥뿐만 아니라 여러 공격기술을 사용하겠다는 페이토자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자.
제 6경기 : K-1 룰 / 3분 3라운드 연장 2라운드
이기든 지든 화끈한 승부를 연출하는 두 파이터가 만났다. 비록 당사자는 듣기 싫어하지만 필진은 즐겨 쓸 수밖에 없는 별명 '무관의 제왕' 제롬 르 밴너와 화려한 발차기 기술을 선보이는 루슬란 카라예프가 바로 그 주인공.
언제나 저돌적인 인파이팅 스텝으로 상대를 압박하고 강력한 스트레이트로 상대를 잠재우는 밴너에게 카라예프의 아성은 조금은 약해 보인다. 특히나 올해 '사람잡는 타격가' 멜빈 마뇌프에게 실신KO까지 당하며 주춤하고 있는 카라예프에게 멜빈보다 더욱 묵직한 주먹의 소유자 밴너는 결코 쉽지 않은 상대인 것이 사실. 빠른 아웃파이팅 스텝과 다양한 킥 컴비네이션으로 카라예프가 밴너의 펀치 공격을 효과적으로 피하며 공략할 수 있을 것인지가 관전 포인트.
제 7경기 : K-1 룰 / 3분 3라운드 연장 2라운드
일본판 '신구' 대결 카드가 짜였다. 비록 국내 팬들에게는 '일본 선수 밀어주기'라는 비아냥을 듣고 있는 매치업이기는 하지만 이미 무사시가 사실상 밀려난 상황에서 확실한 차기 일본의 에이스 역할을 누가 할 수 있을 것인지 가늠해볼 수 있는 매치.
후지모토 유스케는 아시아 그랑프리에서 김태영에게 패배를 당하며 주춤하기도 했지만 김태영이 부상으로 결승진출을 포기함으로써 운좋게 올라 우승을 차지해 티켓을 거머쥐었다. 비록 하이클래스는 아니지만 탁월한 펀치 컴비네이션과 집중력이 돋보이는 경기 운영능력으로 어느 정도 검증을 받은 파이터. 이에 반해 사와야시키 준이치는 밴너에게 2차례나 다운을 빼앗으며 혜성같이 등장한 전형적인 아웃파이터. 무사시를 밀어내고 누가 차기 에이스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인지 지켜보는 것이 관전 포인트.
제 8경기 : K-1 룰/ 3분 라운드 연장 2라운드
드디어 그들이 만났다. '폭군' 피터아츠와 '흑표범' 레이세포의 세기의 매치업. 아츠는 더 이상 말이 필요없는 명실상부 현존 K-1 최고의 파이터 중 한 명. 우승경력만 3차례이며 크로캅의 왼발 하이킥과 자주 비교되기도 하는 오른발 하이킥으로 수많은 강자들을 눕힌 베테랑 중의 베테랑 파이터이다. 상대 선수인 레이 세포 역시 트레이드 마크인 '노가드'로 화끈한 펀치 공방을 벌이는 것으로 유명하며 과거 마크헌트와의 대전에서는 서로 얼굴을 대주며 한 대씩 펀치를 치는 명승부를 연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세포에게도 아츠와의 경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노련한 압박과 강력한 로킥, 하이킥을 갖춘 아츠에게 세포가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 참고로 이들은 이제껏 두 번 붙었으며 전적은 1승 1패이다. 
제 9경기 : K-1 룰 / 3분 3라운드 연장 2라운드
K-1 월드 그랑프리 서울의 대미를 장식할 마지막 매치. 바로 온 매스컴의 관심이 쏠려 있는 매치이기도 하다. K-1 월드 그랑프리 개막전을 서울에서 열게 한 주 요인 중 한 명이기도 한 최홍만은 올해 마이티모에게 첫 KO 패배를 당하며 체면을 구긴 상황. 때문에 홈에서 펼쳐지는 이번 시합에서 반드시 승리를 해야 하는 입장이다.
마이티 모는 묵직한 훅과 바탕으로 많은 선수를 KO시킨 전형적인 파워 해머로 벌써 "이번 시합은 리벤지가 아니라 레벨의 차이를 증명하는 시합"이라며 도발을 한 바 있다. 홈에서는 단 한 차례도 패한 적이 없으며 '극강 챔피언' 세미 슐츠까지 제압했던 최홍만이 마이티모를 맞아 제대로 리벤지를 할 수 있을 것인지가 관전 포인트. 특히나 잇달아 한국인 파이터들을 잡으며 '코리안 킬러'로 자리매김한 모이지만 연이은 매치로 최근 연패를 당하는 등 좋지 못한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이 부분 역시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29일, 경기장으로 가보자
이렇게 해서 K-1 월드그랑프리 서울 개막전의 각 대진들을 하나하나 살펴 보았다.
경기를 더욱 재미있게 보기 위한 프리뷰이기에 승부에 대한 예측은 가능한 한 배제하였다. 다만, 그들이 현재 처한 상황과 그들이 이겨야만 하는 이유가 나온 본문 내용을 한 번 읽어본 것만으로도 이번 이벤트를 몇 배는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으리라 단언한다.
주말에 남향 햇볕 속에 수를 놓으며 정취를 감상하는 것도 제법 멋진 광경이지만, 한번쯤 멋진 남자들이 펼치는 투혼에 같이 숨결을 나눠보는 것은 어떨까.
이제 말은 필요 없다. 왜냐하면, 터프한. 그네들은 이미 주먹으로 모든 것을 말할 준비를 하였기 때문이다. 단지 느껴보자. 그들의 숨결을. 그들의 의지를.
[사진(C)랜디 저널]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 뉴스
실시간 인기 기사
엑's 이슈
주간 인기 기사
화보
통합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