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4-18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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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 감상평 남긴 허지웅 "대한민국 젊은이들, 진급 위한 소모품 아냐" [전문]

기사입력 2021.09.14 17:15


(엑스포츠뉴스 이창규 기자) 작가 겸 방송인 허지웅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14일 오후 허지웅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드라마 'D.P.'가 화제입니다. 드라마를 보면 수통 이야기가 나오지요. 한국전쟁 때 사용했던 수통을 지금도 쓰고 있고, 그 수통처럼 한국 군대는 변하지 않는다는 대사였습니다"면서 '뭐라도 해야 하잖아요'라는 대사를 언급했다.

그는 "저도 그 수통을 썼지만, 그걸 아직도 쓰고 있는 줄 몰랐어요. 오래 전 군대에서 수통을 볼 때마다, 이게 우리 군대를 많이 닮아있다고 생각했다"면서 "군대에서는 때마다 사열이라는 걸 합니다. 높은 계급의 지휘관이 부대를 방문해 상태를 점검하는 건데요. 사열할 때가 되면 수통을 닦고 모포를 세탁하고 총기를 손질하고 바닥에 광을 내느라 정신이 없습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하지만 속은 썩어있습니다. 밝고 눈부시게 은빛으로 물들어있지만 속은 쓸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있습니다"며 "겉으로 열심히 광을 내서 멀쩡해보이지만 정작 물을 담아 마실 수 없는 수통은 우리 군대와 참 많이 닮았습니다"고 씁쓸해했다.

그러면서 "청춘이 가장 빛을 발하는 시간,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가능성으로 충만한 시간. 바로 그때에 대한민국의 대다수 젊은이들이 납치를 당하듯 군대에 끌려 갑니다. 그리고 아무도 고맙다고 말하지 않는 일에 생에 가장 아름다운 시간을 희생합니다"며 "그 아깝고 숭고한 시간이 단지 허울좋은 겉치레로 낭비되지 않기를 빕니다. 우리를 진급을 위한 소모품으로 여기는 사람들을 위해 간 게 아닙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네티즌들은 "진짜 허지웅 글 잘 쓴다", "아무도 고맙다고 말하지 않는 일에 생에 가장 아름다운 시간을 희생한다는 말에 너무나 공감한다", "이렇게 생각해주시는 분들 덕분에 그래도 제가 보낸 21개월이라는 시간들이 헛된 시간은 아니었다고 위로받는 생각이 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D.P.'는 탈영병들을 잡는 군무 이탈 체포조(D.P.) 준호(정해인 분)와 호열(구교환)이 다양한 사연을 가진 이들을 쫓으며 미처 알지 못했던 현실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공개 직후 국내외에서 엄청난 화제를 모으며 시즌2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이하 허지웅 인스타그램 전문

"뭐라도 해야 하잖아요."
드라마 D.P가 화제입니다.
드라마를 보면 수통 이야기가 나오지요.
한국전쟁때 사용했던 수통을 지금도 쓰고 있고,
그 수통처럼 한국 군대는 변하지 않는다는 대사였습니다.

저도 그 수통을 썼지만, 그걸 아직도 쓰고 있는 줄 몰랐어요.
오래 전 군대에서 수통을 볼 때마다, 이게 우리 군대를 많이 닮아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군대에서는 때마다 사열이라는 걸 합니다.
높은 계급의 지휘관이 부대를 방문해 상태를 점검하는 건데요.
사열할 때가 되면 수통을 닦고 모포를 세탁하고 총기를 손질하고 바닥에 광을 내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그렇게 닦은 수통을 진열해놓으면 그것만큼 예쁜 게 없지요. 번쩍번쩍 광이 납니다.
하지만 속은 썩어있습니다. 밝고 눈부시게 은빛으로 물들어있지만 속은 쓸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있습니다.
대체 이런 걸 왜 할까. 그저 겉으로 보이는 것만이 중요한 사열을 왜 할까. 지휘관은 이런 게 좋을까.
겉으로 열심히 광을 내서 멀쩡해보이지만 정작 물을 담아 마실 수 없는 수통은 우리 군대와 참 많이 닮았습니다.

청춘이 가장 빛을 발하는 시간,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가능성으로 충만한 시간.
바로 그때에 대한민국의 대다수 젊은이들이 납치를 당하듯 군대에 끌려 갑니다.
그리고 아무도 고맙다고 말하지 않는 일에 생에 가장 아름다운 시간을 희생합니다.
그 아깝고 숭고한 시간이 단지 허울좋은 겉치레로 낭비되지 않기를 빕니다.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군대에 갔습니다.
우리를 진급을 위한 소모품으로 여기는 사람들을 위해 간 게 아닙니다.

사진= 허지웅 인스타그램, 넷플릭스



이창규 기자 skywalkerle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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