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8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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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뒷받침하는 사람이냐"…"칼 품고 있는데요"

기사입력 2021.06.09 04:32 / 기사수정 2021.06.09 03:38

김현세 기자

[엑스포츠뉴스 부산, 김현세 기자] "말은 그렇게 했어도 속으로는 칼을 품고 있다고 하더라고."

두산 베어스는 올 시즌 초 부상 선수가 많았다. 그동안 백업이라고 불린 선수들이 빈자리를 메워야 했다. 지난 4월 16일 잠실 LG전에서는 한 경기에 박세혁(안와골절), 정수빈(내복사근 손상), 박건우(햄스트링)의 이탈로 공백이 더욱 커 보였다. 결과적으로 두산은 이날 0-1로 졌다. 김 감독은 선수들을 불러 모았다. "누가 네 포지션 물어 보면 백업이라고 할래? 뛰는 순간 네가 주전이야. 차지해."

박세혁을 대신해야 했던 장승현은 이 말에 자극을 받았다고 했다. 두산은 장승현뿐 아니라 김인태도 짧지 않은 기간 자리를 비웠던 정수빈을 대신하면서 이제는 주전으로 도약했다고 평가받는다. 두산은 주전 선수들의 연이은 부상 악재 속에서도 버티며 시즌 50경기를 치렀을 무렵에는 27승 23패로 공동 4위에 올라 1위를 2경기 차로 추격하고 있다. 김 감독은 비주전이었던 선수들의 활약에 기존 주전 선수들의 빈자리를 크게 실감하지 못했던 기간이었다고 돌아본다.

잇몸에서 이가 자란 두산은 이제 주전 선수들까지 하나둘 돌아오고 있다. 두 차례 검진 후로 안와골절상을 회복하고 있는 박세혁은 8일 함평 KIA 퓨처스와 경기에 출전해 2루타를 더한 멀티 히트를 치며 복귀를 준비했다. 박세혁의 복귀가 점차 다가오는 가운데 장승현은 "세혁이 형이 오면 다시 잘 뒷받침하겠다"며 겸손하게 답했지만, 김 감독은 "내가 누구를 쓸 줄 알고"라고 한 만큼 박세혁이 돌아온 뒤의 포수 기용에 고민이 없지는 않은 상황이다.

김 감독은 8일 사직 롯데전을 앞두고 "일단 세혁이는 몸 상태가 100%라고는 스스로 아니라고 하지만, 이번 3연전까지는 2군에서 뛰는 걸 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두산은 선수의 몸 상태 등 여러가지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뒤 최종적으로 복귀를 결정할 방침인데, 김 감독은 "세혁이가 오면 포수 두 명 중 하나는 엔트리에서 빠져야 한다"며 "그런데 승현이가 수비도 잘해 주고 있고, 공격에서도 생각보다 잘해 줬다"며 고민했다.

물론 다년간 투수들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한 포수가 제자리를 찾는 게 예정된 수순이라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하지만 김 감독은 "승현이는 투수와 상대 타자 연구를 떠나 우리 팀 투수들과 의논하는 걸 보면 좋아졌다는 생각이 든다. 백업할 때보다 주전으로서 나가면서 투수와 호흡이 더 좋아졌다"고 평가한다. 다만 이달 1할대로 떨어져 있는 타율을 조금 더 상쇄해야 할 필요성은 강조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또 앞서 장승현과 서로 인터뷰를 통해 생각을 알아 갔다가 최근에는 직접 대화를 나눴다며 "승현이와 얘기해 봤는데, 본인은 (박세혁을 뒷받침하겠다는 말은) '말로만 그랬다'며 웃더니 '속으로는 칼을 품고 있습니다'라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웃기지 말라. 네가 세혁이 뒷받침하는 사람이냐'고 웃으며 말했더니 '칼을 품고 있다'고 내게 이야기하더라"고 말했다.

kkachi@xportsnews.com / 사진=엑스포츠뉴스DB

김현세 기자 kkachi@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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