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01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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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우리 백승했어요!"

기사입력 2007.04.19 15:12 / 기사수정 2007.04.19 15:12

김민숙 기자



[엑스포츠뉴스=김민숙 기자] 언제나 처음이 어려운 법이다. 무슨 일이든 두 번째는 처음보다 쉽다.

4월 18일, 대전 월드컵 경기장에서 펼쳐진 2007 삼성 하우젠 컵 5차전 경기에서 대전 시티즌이 광주 상무를 1대 0으로 물리치며 정규리그 첫 승에 이어 컵대회 첫 승을 올리는 데도 성공했다. 이 승리는 올 시즌 대전 시티즌이 홈에서 거둔 첫 번째 승리이자, 팀 창단 이후 거두는 백 번째 승리였기 때문에 경기를 지켜본 대전팬들의 기쁨은 더욱 컸다.

이번에도 대전에 승리를 안겨준 것은 데닐손이었다. 광주는 경기 초반부터 거칠게 대전을 압박해 왔지만, 최근 들어 물오른 골 감각을 보이고 있는 데닐손을 침묵시키기란 불가능했다. 

전반 16분, 광주 진영의 오른쪽 측면에서 페널티 지역으로 공을 몰고 가던 데닐손은 환상적인 드리블로 세 명의 수비수를 제쳐버린 후 김동석 골키퍼까지 속이고 단숨에 골을 성공시켰다. 데닐손 한 사람에 의해 무너진 광주의 수비진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지만, 또 한 번 골맛을 본 데닐손은 신나게 마빡이 세레모니를 펼치면서 홈 관중들에게 기쁨을 선사했다. 

첫 골을 너무나도 무력하게 허락했기 때문일까? 선제골을 허락한 후, 광주 선수들의 압박은 헐거워졌고 그 틈을 탄 데닐손은 그라운드의 곳곳을 누비며 자신의 개인기를 펼쳐보이기 시작했다.  

전반 40분, 데닐손은 다시 한 번 현란한 드리블을 펼쳐보이며 광주의 골문 쪽으로 파고들었다. 광주 수비수들은 이를 막기 위해 데닐손의 앞을 가로막아 섰지만, 데닐손은 그 모든 수비수들을 제친 후 페르난도에게 패스를 넣어주는 데 성공했다. 패스를 이어받은 페르난도의 슛이 크게 골대를 벗어나면서 추가골을 만들지는 못했지만, 이 장면을 지켜본 관중들은 데닐손의 화려한 개인기에 탄성을 내질렀다. 

이 경기에서 처음으로 선발 출장의 기회를 얻은 페르난도는 수차례 빠른 발을 이용한 역습을 시도하며 광주의 수비진을 곤혹스럽게 했다. 광주 역시 여승원이 고군분투하며 틈틈이 대전의 골문을 노렸으나, 장신 수비수인 최윤열과 김형일의 집중 수비를 여승원 혼자 감당해내기란 힘들어 보였다. 

광주는 이렇게 별다른 추격의 의지를 보여주지 못한 채 전반전을 마치자, 후반 시작과 함께 남궁도와 여효진을 빼고 이동식과 이길훈을 투입하였다. 이후 광주는 여승원과 이길훈이 호흡을 맞추며 공격의 활로를 찾아가는 듯했지만, 최은성이 지킨 대전의 골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결국, 대전은 전반 16분에 터진 데닐손의 선제골을 잘 지켜내면서 홈 관중들에게 승리를 선사하는 데 성공했다. 자신들의 팀이 백 번째 승리를 거두는 것을 현장에서 지켜본 대전팬들은 마지막까지 승리에 대한 집념을 보여준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이 승리의 뒷면에서는 지나친 승부욕으로 인해 그라운드 위에서 지켜져야 할 예의가 사라진 모습이 연출되어 관중들의 씁쓸함을 자아냈다.

경기 중, 광주 선수와 몸싸움을 펼치던 데닐손이 먼저 화해의 악수를 청했으나 광주 선수는 이 악수를 거절하고 데닐손의 손을 그냥 치고 지나갔다. 몇 분 후, 이윤섭의 태클로 인해 미미한 부상을 입은 데닐손이 그라운드 안에서 치료를 받다가 일어서자 또 다른 광주 선수는 데닐손을 밀쳐 그라운드 밖으로 넘어뜨렸다.

이러한 사건들로 인해 양 팀 선수들 간에 감정의 골이 깊어졌고 결국 경기 종료 후, 서로 악수를 나누는 순간에 광주의 전광진은 끝내 데닐손의 악수를 받아주지 않는 모습이 연출되어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축구 경기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승리일 것이나, 그렇다고 해서 승리가 전부라고 할 수는 없다. 승리 때문에 서로 간에 지켜야 할 예의까지 잃어버려, 관중들에게 실망을 안겨주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김민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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