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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메리까!] ① 남미 클라시코 열전(상) - 클럽편

기사입력 1970.01.01 09:00 / 기사수정 2010.12.28 05:55

윤인섭 기자

[엑스포츠뉴스=윤인섭 기자의 수다메리까!] - 풋볼 아메리까노(11)

 


 
-클라시코(clásico)란?
 
클라시코란 스페인어권에서 오랜 라이벌 감정의 두 팀이 맞붙는 경기를 의미한다. 영어권에서 부르는 '더비'와 같은 의미라 볼 수 있다. 스페인 어와 유사한 점이 많은 포르투갈어로는 '클라시쿠'라 한다. -

 
남미 대륙은 지금, 11월의 축구 전쟁으로 여러모로 떠들썩하다.
 
17일 오전(이하 한국시각), 남미 대륙 최고의 클럽 라이벌전, '수페르클라시코'의 331번째 경기가 리베르플라테의 홈구장, 엘 모누멘탈에서 열린다. 그리고 다음날 새벽, 남미 축구의 진정한 리더를 자부하는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의 대표팀 경기, 일명 '클라시코 수다메리카노(남미 클라시코, clásico sudamericano)'가 카타르 도하에서 벌어진다.
 
남미 축구의 최고의 클럽 경기와 대표팀 경기가 하루를 사이에 두고 연달아 벌어지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번 '풋볼 아메리까노'도 남미 대륙처럼, 남미 최고의 '클라시코'로 떠들썩 하려 한다.
 
그러나 남미 대륙의 축구가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서만 행해지는 것은 아니기에, 이번 기회를 통해 '풋볼 아메리까노'는 2주에 걸쳐 남미의 주목할 만한 클라시코를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보카 후니오르스와 리베르플라테의 '수페르클라시코'가 하루 먼저 열리는 관계로, 남미 클럽 축구의 대표적 클라시코를 먼저 소개하겠다. 그리고 (하)편을 통해 대표팀 레벨의 클라시코를 다룸으로, 남미 대륙의 국가 간에 어떤 앙숙관계가 존재하는지 알아보도록 하겠다.
 
1. 수페르클라시코(아르헨티나): 보카 후니오르스-리베르플라테
기원: 1908년 전적: 122승 102무 106패로 보카 우세 최근: 2010.3 보카 2-0 승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와의 경기가 클라시코의 대명사, '엘 클라시코(El Clásico)'라면, 보카 후니오르스(이하 보카)와 리베르플라테(이하 리베르)의 경기는 클라시코 중의 클라시코, '수페르클라시코(Superclásico)'이다.
 
영국의 대표적 주간지, '더 옵서버'는 수페르클라시코를 '죽기 전에 봐야 할 스포츠 이벤트 50선'에서 첫 번째로 선정했고, 영국 최대의 판매량을 자랑하는 일간지, '더 선'은 '세계에서 가장 강렬한 스포츠 적 경험'이란 말로 수페르클라시코의 위상을 설명했다.
 
홍콩의 대표적 영화감독, 왕자웨이(왕가휘)도 영화 '해피투게더'에 수페르클라시코 장면을 삽입할 정도로 수페르클라시코는 아르헨티나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이다.
 
보카와 리베르는 아르헨티나 축구 역사상 각각, 41회와 48회 우승을 일궈, 아르헨티나 축구를 양분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코파 리베르타도레스(남미 최고 권위의 클럽 대항전)에서도 보카가 6번, 리베르가 2번 정상에 올라, 남미 최고 명문에 걸맞은 업적을 이뤘다.
 
1980년대, 디에고 마라도나(보카)와 마리오 켐페스(리베르)의 신구 공격수 대결을 비롯, 1990년대 클라우디오 카니기아(보카)와 마르셀로 살라스(리베르)의 남미 최고 공격수의 자존심을 건 일전들, 그리고 2000년대 후안 로만 리켈메(보카)와 아리엘 오르테가(리베르)의 남미 대표 플레이메이커 대결 등, 아르헨티나와 남미 축구의 대표적 스타들이 수페르클라시코를 화려하게 빛내주었다.
 
그러나 양팀의 성격은 판이하게 갈린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빈민가, 보카 지구에 자리 잡은 보카가 아르헨티나의 노동 계급을 대변한다면, 도시 북부의 부촌에 자리한 리베르는 아르헨티나 상류층의 지지를 받고 있다.   
 
즉, 아르헨티나의 빈부갈등이 바로 수페르클라시코를 통해 표출되는데, 양 팀의 격한 라이벌 감정은 때때로 있어서는 안 될 비극을 가져왔다. 그 대표적인 것이 1968년의 '푸에르타 도세(12번 게이트) 참극'이다.
 
1968년 6월 23일, 엘 모누멘탈에서 치러진 클라시코는 아르헨티나 축구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사고를 불러일으켰다. 경기가 0-0으로 끝난 후, 보카 팬들이 관중석 상단에서 불이 붙은 종이를 던졌고, 그를 피하려던 하부의 관중들이 닫혀 있던 12번 게이트로 몰려 무려 74명이 압사당하는 참사가 벌어진 것이다.
 
더욱 가슴 아픈 것은, 당시 희생자 대부분이 청소년과 젊은 층이었다는 사실이다. 이들 사망자의 평균 연령이 고작, 19세였다고 한다.
 
최고의 명승부: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2004 준결승 2차전
 
보카와 리베르가 이번에는 남미 최고 클럽이 되기 위한 대회에서 만났다. 기선은 보카가 제압했다. 보카는 자신들의 홈, '라 봄보네라'에서 펼쳐진 1차전에서 장신 수비수, 롤란도 스치아비가 터트린 집념의 헤딩골로 기분 좋은 1-0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엘 모누멘탈'에서의 2차전은 달랐다. 리베르는 후반 16분, 루초 곤살레스의 선제 득점이 터졌고, 경기는 그대로 리베르의 승리로 굳어지는 분위기였다. 그리고 반전의 반전을 거듭한 후반 막판의 드라마가 시작된다.
 
후반 44분, 보카의 카를로스 테베스가 좌측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강력한 왼발 슛으로 꽂아 넣으며 보카의 결승행을 예약했다. 그리고 후반 48분, 이번에는 리베르의 신참 수비수, 크리스티안 나수티가 세트 플레이상황에서 극적인 결승골로 경기를 승부차기로 몰고 갔다.
 
양팀의 숨 막히는 승부는 승부차기 마지막 키커까지 이어졌다. 마르셀로 살라스, 루초 곤살레스(이상 리베르), 니콜라스 부르디소(보카) 등 양 팀의 모든 키커가 승부차기를 성공한 가운데 리베르의 막시 로페스가 팀의 다섯 번째 키커로 나섰다. 그리고 로페스의 인프런트 킥을 보카 수문장, 로베르토 아본단시에리가 몸을 날려 막아내며 한 편의 영화는 보카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이 승리로 보카는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2004대회 결승에 진출했다. 그러나 보카 역시, 결승전에서 콜롬비아의 복병, 온세 칼다스에 승부차기 0-2로 패하며 대회 우승에는 실패하고 만다.

 
2. 데르비 파울리스타(브라질): 파우메이라스-코린찌안스 
기원: 1917년 전적: 120승 100무 114패로 파우메이라스 우세 최근: 2010.10 코린찌안스 1-0 승
 
세계 최고의 방대한 축구 조직과 광활한 영토로 전국리그가 실현된 지, 얼마 안 되는 브라질 축구에서는 아직, '클라시쿠 브라지우레뉴'라 부를만한 전국적인 라이벌 경기가 없는 실정이다. 대신 브라질 축구의 중심, 상파울루와 히우 제 자네이루를 통해, 브라질 축구 최고의 '클라시쿠'를 엿 볼 수 있다.
 
그 중, 파우메이라스와 코린찌안스 경기는 상파울루 최고의 라이벌 이자 브라질에서 가장 악명높은 라이벌전이다. 파우메이라스는 브라질 전국리그 4회, 상파울루 주리그 22회,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1회 우승 경력이 있고, 코린찌안스 역시 전국리그 4회, 주리그 26회 우승 등, 양 팀 모두 브라질의 '10대 명문'에 해당하는 강호이다.
 
양팀 모두 상파울루의 노동자 계급을 지지기반으로 두고 있으나, 그 성격은 다소 엇갈린다. 파우메이라스가 이탈리아 이민자들의 결합체를 자처한 반면, 코린찌안스는 아나키즘과 연계되며, 급진적 노동 운동의 상징으로 자리했기 때문이다. 비록 초기의 정치적 이견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양팀의 악감정은 브라질 최고를 유지하고, 종종 극단적인 폭력사태로 얼룩지고 말았다.
 
그 결과 1976년 이후, 파우메이라스의 홈 구장, 팔레스트라 이탈리아에서 양 팀은 단 한 차례의 경기도 치르지 않았다. 파우메이라스 측이 코린찌아스를 그들의 홈 구장으로 받아들이지 않았고, 코린찌안스도 파우메이라스 원정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최고의 명승부: 브라질 세리에-A 1994 결승
 
1994년, 파우메이라스와 코린찌안스는 상파울루 주를 넘어 브라질 최고의 자리를 놓고 일전을 벌였다. 지금에야 브라질 전국리그가 완벽한 리그 시스템을 갖췄지만, 당시는 24개 팀이 4개조로 나뉘어 리그전에 이은 토너먼트 방식으로 대회 우승팀이 결정되었다.
 
당시 파우메이라스는 히바우두와 호베르투 카를루스를 앞세워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결승 무대에 진출했고, 코린찌안스도 특출난 스타 플레이어는 없었지만, 끈질긴 경기력으로 그레미우, 플라멩구 등 강호를 따돌리고 결승에 올랐다.
 
당시에도 경기는 두 번 모두 코린찌안스의 홈 구장 파카엥부에서 열렸다. 그러나 우승컵의 주인은, 라이벌의 홈으로 겁 없는 원정을 감행한 파우메이라스였다. 파우메이라스는 히바우두의 맹활약을 앞세워 상대 전적 1승1무로 우승컵을 차지했다.
 
히바우두는 1차전 경기에서 두 골을 득점하며 소속팀의 3-1 승리를 이끌었고, 2차전에서도 패색이 짙은 후반 36분, 천금 같은 동점골을 성공해 팀에 대회 2연패를 선사했다. 그러나 한편으론, 당시 우승을 끝으로 파우메이라스는 16년째, 브라질 무대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하고 있다.

 
3. 클라시코 우루과쇼(우루과이): 페냐롤-나씨오날
기원: 1900년 전적: 180승 159무 162패로 페냐롤 우세 최근: 2010.5 1-1무
 
남미에서 가장 오래된 클라시코이자 가장 격렬한 클라시코이다. 비록, 오늘날 우루과이의 연이은 경제 위기로, 우루과이 국내 리그가 고사상태에 빠졌지만, 양 팀은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대회에서 각각 5회(페냐롤)와 3회(나씨오날) 우승을 달성, 우승 횟수 3위와 5위를 달리는 남미 유수의 명문 구단이다. 
 
양 팀의 클라시코는 나씨오날의 창단된 다음 해인 1900년 시작된다. 당시, 우루과이 축구는 영국계 이민자들이 주름잡고 있었다. 페냐롤 역시 영국계 철도 노동자들이 세운 클럽이다. 여기에 대항하기 위해 창단된 클럽이 바로 나씨오날이다.
 
나씨오날은 클럽 창단의 목적처럼, 우루과이 나쇼날리즘의 상징이 되었고, 양팀의 대결은 우루과이의 '원주민'과 이민자들의 알력을 대표하는 경기로 자리 잡아 이후, 무수한 폭력 사태를 경험하게 된다.
 
그리하여 생겨난 흥미로운 해프닝도 몇 있다. 1990년 4월에 벌어진 양 팀의 경기는 격투가 난무한 가운데 양 팀 합계 무려 22장의 레드카드(선발-교체-벤치 멤버 합계)가 쏟아졌고, 경기는 0-0이던 후반 40분, 양 팀 모두 7명의 선수를 그라운드에 내보낼 수 없는 사정으로 그대로 마무리되었다.
 
2000년 11월 경기에서는 가라테 킥과 주먹질이 난무하는 가운데 양팀 9명의 선수와 코치 한 명이 1달간 감옥 신세를 지기도 했다.

 
4. 클라시코 칠레노(칠레): 콜로콜로-우니베르시닷 데 칠레
기원: 1935년 전적: 93승 60무 58패 콜로콜로 우세 최근: 2010.11 2-2 무
 
라이벌에 대한 악감정은 우니베르시닷 데 칠레(이하 데 칠레)와 우니베르시닷 카톨리카(이하 카톨리카)의 '클라시코 우니베르시타리오'가 더 하지만, 칠레 축구의 일인자와 이인자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오늘날 칠레 축구 최대의 클라시코로 대접받는다. 참고로 카톨리카까지 더해, 이 세 팀을 칠레 축구의 '3대 클럽'이라 한다.
 
사실 양 팀의 경기는 백중세의 라이벌전이라기보단, 데 칠레의 콜로콜로를 향한 도전이란 측면이 더 집중을 받는다. 콜로콜로는 칠레 유일의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우승 클럽이고 자국 리그 우승 횟수에서 29회로 데 칠레의 13회를 압도한다.
 
그래도 마르셀로 살라스가 활약했던 1993년에서 96년까지, 데 칠레는 콜로콜로를 상대로 3승2무1패의 성적으로 압도, 한때나마 콜로콜로의 높은 콧대를 꺾어 보이기도 했다.
 
한편, 칠레 축구의 불세출 스타, 이반 사모라노는 2003년, 자신의 은퇴 무대로 콜로콜로에서 한 시즌을 활약했다. 그러나 당시, 살라스가 아르헨티나의 리베르플라테에서 활약 중이라, 칠레 축구의 두 영웅이 클라시코 칠레노의 무대에서 맞붙는 세기의 대결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5. 클라시코 파라과죠(파라과이) 올림피아-세로 포르테뇨
기원: 1913년 전적: 140승 111무 139패 세로 포르테뇨 우세 최근: 3-2 올림피아 승
 
비록, 21세기 들어 리베르탓이 파라과이 축구의 독보적인 최강자로 등극했지만, 파라과이 축구사 100년을 통 털었을 때, 여전히 파라과이 최고의 명문은 올림피아고 그다음은 세로 포르테뇨이다.
 
올림피아는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대회에서 3회 우승, 3회 준우승을 차지, 남미 대륙에 파라과이 축구의 자존심을 세운 클럽이다. 자국 리그에서도 38회로 최다 우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고, 그 뒤를 이어 세로 포르테뇨가 28회 우승을 차지했다.
 
또한, 로케 산타 크루스, 로베르토 아쿠냐(이상 올림피아), 카를로스 가마라 (이상 세로 포르테뇨) 등 파라과이 축구를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 다수가 양 클럽에서 배출되었다.
 
국내외적 명성에서만큼은 올림피아가 세로 포르테뇨를 압도하지만, 양 팀의 대결은 언제나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치열한 양상으로 전개된다. 오히려 상대 전적에서는 세로 포르테뇨가 아주 근소하게 앞서 있는 형국이다.
 
 



윤인섭 기자 pres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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