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02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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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UTD, 장경진 선수를 만나다

기사입력 2005.10.25 08:48 / 기사수정 2005.10.25 08:48

남궁경상 기자

키184에 수비수로써는 준수한 체격을 갖춘 인천 장경진 선수를 지난 10일 선수단 숙소 근처 커피숍에서 만났다. 어색한 첫인사와 함께 인터뷰가 시작됐다.

해남중을 거쳐 축구명문 광양제철고에 입학하기까지, 그리고 2000년 첫 프로입단과 현재에 이르기까지 축구여정을 말해달라.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시작했다. 축구부를 기웃거리다가 선생님의 권유로 시작하게 됐다. 그런데 하루가 멀다하고 엉덩이가 터질 것 같이 맞고 오니까 엄마가 반대를 많이 하셨다. 아들 셋에 둘째인데 어려서부터 스스로 잘 알아서 해오니까 지금은 많이 이해해주시고 믿어주신다. 

중학교 졸업 후 광양제철고로의 진학을 망설였었다. 워낙 쟁쟁한 선수들이 모여들게 뻔하기 때문에 내가 설자리가 없을 거라는 막연한 두려움이 컸다. 다행히 (김)영광이와 내가 눈에 띄게 잘했고 고등학교 졸업 무렵에는 여기저기서 오라는 데가 많았다. 고대에서 러브콜을 받았었는데 뿌리치고 연고팀인 전남을 택했다.

데뷔는 2000년도에 했지만 정작 첫 출전은 2004년 컵대회 부천 원정경기에서 했다. 그때 3대0으로 크게 졌던 아픈 기억이 있어서 이번에 꼭 (부천을) 이기고 싶었다. 다행히 1대0으로 이겼고 성공적으로 홈 데뷔전도 치르게 돼서 기쁘다.


2000년부터 2003년까지 출전기록이 없던데 청소년 대표 활동과 관련이 있나?

한 2년 동안 청소년 대표한다고 시간 다 까먹었다.(웃음) 

2003년 10월 북한과의 U-20 대표 친선경기(서귀포)에서 골기록이 있는데 그때의 상황과 분위기를 듣고 싶다.

북한 여자축구를 봤는데 무척 잘 뛰더라. 다음날 북한전을 대비해 코너킥 세트플레이 연습을 무척 많이 했었다. 전반 2대0으로 앞선 상황에서 짜여진 각본대로 후반에 추가골을 성공시키며 수원컵까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청소년대표 출신으로 전남에 입단했을 당시, 주전경쟁에서 밀리며 작년까지 경기를 많이 뛰지 못했는데?

실력이 밀리는게 사실이다. 광양제철고 시절 전남 게임 보러 다니면서 선배들 뛰는 것보고 “나도 저 정도는 할 수 있는데‥.”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실전에 뛰어보니 선배들 욕할게 아니라 나도 똑같다는 걸 깨달았다. 1~2년은 모르겠는데 5~6년차된 경험 많고 노련한 선수들과는 확실히 플레이하는데 차이가 난다.

올해 인천의 노장 ‘김현수-김우재’와 전남의 젊은피 ‘이준영-장경진’의 트레이드가 있었다. 당시 트레이드의 상황과 인천으로 결정을 하게 된 이유는?

하루 전날 주위 분한테 트레이드 소식을 들었다. 당시에는 에이전트도 없었고 차라리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준영이 형도 올초가 계약만료라 성남과 인천을 사이에 두고 고민을 했었는데 에이전트인 e-플레이어측에서 안종복 단장과 끈이 닿아 인천으로 결정을 보게 됐다. 

당시에는 같은 팀에 있었지만 준영이 형과 말도 해본 적 없는 어색한 사이였다. LG에 있을 때 신인왕 후보로 오르며 매스컴을 떠들썩하게 해서 알고 있었고 준영이 형도 마찬가지로 청소년대표로써 나를 알고 있던 게 전부였다. 형과는 트레이드로 인천에 오면서 친해지게 됐고 숙소에서도 한방을 쓰는 각별한(?) 사이가 됐다. 아직까지 인천이 낯설기는 하지만 청소년대표시절 같이 지내던 (김)치우도 있고 해서 적응에는 무리가 없다. 

프로에 첫 발을 내딛은 이후 인천이 두 번째 팀인데 전남에 입단했을 때의 각오와 지금의 각오를 비교해 본다면?

전남에 입단했을 당시에는 “이것쯤이야”라는 자만이 컸는데 지금은 “이거 아니면 안 되겠다”라는 절실함이 생겼다. 작년에 FA 풀렸을 때 1년 계약 후 군대에 가려고 마음먹었었다. 일단 축구를 계속할 거라면 군대에 빨리 갔다오는게 현명하다는 판단에서였다. 트레이드로 팀을 옮기게 됐을 때 인천에서는 오래 붙잡아 놓고 싶어서 내놓은 조건이 3년 계약이었다. 물론 군대와 고민이 많았기 때문에 조율을 거쳐 2년으로 결정짓게 됐다. 인천에 온지도 6개월이 넘어가는데 한 4개월간은 2군 생활을 하면서 군대문제로 방황을 하기도 했다.

여자친구는 있나?

당근이죠! 얼마 전에 준영이 형 커플이랑 서울FC에 (이)원식 형이랑 해서 충남 안면도에 대하먹으러 다녀왔다. 여자친구는 인터넷 학교동창 커뮤니티인 다모임에서 만났다. 해남동초등학교 다닐 때 옆반 반장이었을때부터 눈여겨 봐왔는데 벌써 만난지 4년 됐다. 평소에는 혼자다니는 걸 좋아한다. 밀렸던 영화 두 세편씩 몰아보고 페스트푸드점에 가서 햄버거도 먹고‥. 여자친구가 길거리에서 먹는거 별로 안좋아해서 알면 무지 싫어할텐데.(웃음)

선수단 숙소 생활하면서 불편한점은?

전남에 있을 때는 숙소도 1인1실이었고 포스코에서 지원이 되기 때문에 불편한 게 없었다. 일단 시민구단은 처음이기 때문에 어색하고 불편한점이 많다. 연습구장이 있어도 허락을 받아야 하고 30분이상 이동해야하는 불편함이 있다. 가평이나 강릉 등지로의 전지훈련도 잦고.

- 특별한 별명같은 건 없나?

학교다닐 땐 친구들이 독수리라고 불렀다. 축구선수 이민성과 김한윤, 그리고 타조알 김영준 닮았다는 소리도 가끔 듣는다.

임중용, 김학철과 같이 K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고 있는데 장단점이 있을 것 같다.

감독님이 그룹마다 리더를 정해주셨다. 지금은 중용이 형이 시키는대로 따라하면서 배워가는 단계이다. 또 학철이 형이 게임 전에 조언을 해주는데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경우도 많다는 걸 깨닫는다.

수비포지션 특성상 상대공격수와 상당한 기싸움과 몸싸움이 있을텐데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공격수는?

두두, 모따, 김두현, 노련미 있는 김도훈으로 이어지는 성남 공격진은 정말 막강하다. 워낙 몸값이 쟁쟁한 선수들이고 해서 공격은 성남이 최고라고 본다.   

인천에서 뛴 경기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경기는?

지난 서울전이 기억에 남는다. 당시 세트플레이 연습만 죽어라 했었는데 정작 실전에서는 코너킥이 한개도 나오지 않았고 결국엔 세트플레이로 골을 먹어서 참 허탈했다. 지난 8월31일 성남 전에서 김도훈에게 3골을 먹은 기억도 빼놓을 수 없다. 김도훈은 움직임은 적지만 정말 노련했다. 당시 1대0으로 지고 있다가 노종건이 경고누적으로 퇴장까지 당하면서 4대2 쓰디쓴 패배를 맛봤다.

2000년 학생대표와 청소년대표를 지내며 2002년 아시아선수권 대회는 물론이고 세계대회 직전에 있었던 수원컵에도 참가했지만 정작 세계무대와는 인연이 없었다.

일단 뛰고 보는게 아니라 머리로 판단이 앞서는게 문제라면 문제다. 수비할 때에는 (노)종건이 형처럼 빨라야 하는데 뛰어야 할 상황에서도 머리 쓰느라 잘 안 뛴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 제공권과 몸싸움에는 능하지만 돌아서 뛰는 순간 스피드가 늦다는 지적을 받기도 하는데?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극복하려고 노력도 많이 해봤지만 한계가 있다. 스피드까지 갖춰졌다면 내가 이 자리에 있겠나. 대표팀이나 일본 J리그에서 뛰고 있겠지. 느리다고 수비를 못 보는 건 아니라고 본다.

대학에 대한 막연한 동경도 있을 법한데.

대학생활은 한번 해보고 싶다. 대학생 여자친구 따라서 학교에 가본적도 있고 수업도 들어봤는데 재미는 없더라. 엠티나 축제처럼 사람들과의 어울림이 그립다. 

경기 중 수비전술이 지역방어에서 대인방어로, 혹은 대인방어에서 지역방어로의 순간적인 전환의 이뤄지는데 자신의 대처능력은?

청소년대표 시절 박성화 감독님에게 3-5-2와 4-4-2에 대한 전술을 확실하게 배웠다. 그때의 가르침이 바탕이 되서 장외룡 감독님에게 배우는데 이해가 쉽고 빠르다. 3-5-2는 청소년대표로 뛸 때 주로 사용한 전술로 자유분방함이 특징이라면 4-4-2는 90분 내내 압박이 강하다. 

가장 이상적인 감독상은?

(망설임없이)장외룡 감독님! 다른 팀 선수들이 “니네 감독님 좋으시지?”물어보는데 그럴때면 정말 감독 잘 만난 것도 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밤새워 비디오 분석하고 편집해서 일일이 잘못된 점 지적해주신다. 늘 선수들보다 많이 준비해 오신다. 그러니 선수들이 감동을 안받을 수가 있겠나. 선수들의 능력을 일일이 파악한 후 선수들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힘을 지니신 분이다. 

감독님은 인내, 희생, 노력을 강조하시고 언젠가 기회가 올 거라는 믿음을 주신다. 4개월 만에 많이 달라진 자신을 보면 중고등학교 때 감독님을 만났더라면 엄청난 선수가 되어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정수의 부상으로 주전으로 나서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매우 중요한 시기일 것 같다. 훈련이나 경기에 나설 때 어떤 각오로 나서는지?

1군에서 훈련하는 게 재미가 있다.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필요한 운동이라는 생각도 들고 한 번하는 것도 진짜 열심히 하게된다. 운동선수들은 부상이 항상 예고없이 찾아오기 때문에 늘 염두에 두고 뛴다. 현재도 1군 스케줄이 남아서 2군들이 계속 운동중이다. 남도 잘돼야하지만 나도 살아남아야 하는게 프로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선의의 경쟁은 피할 수 없다. 늘 마음속에는 경쟁포지션의 선수가 ‘경고하나만 먹었으면’하는 바람과 ‘나도 잘해야 하는데’라는 두마음이 존재한다.

다른팀과 비교해서 인천만의 매력이나 특징은?

외국클럽과 같은 자유분방함이다. 장 감독님이 스스로 알아서 하는 분위기를 원하신다. 하루종일 매어 있어봐야 정작 운동에 쏟아 붓는 시간은 2~3시간뿐 이란 걸 감독님도 아신다. 특히 인천은 학연?지연이 없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인천의 플레이오프 진출이 유력해지면서 언론이나 팬들의 기대도 커지고 있는데 선수단의 분위기는 어떤가?

오히려 자중한다. 구단에서 매게임마다 게시판에 스케줄이랑 순위표를 붙여놓는다. 선수들 스스로 체크하고 관리하게끔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인천에는 프로팀에서 우승했던 경험이 있는 선수가 없기 때문에 다들 욕심은 있지만 겉으로 표현하지는 않는다.

19일 수원과의 홈경기에서 주목해야할 선수가 있다면?

스타팅이 아직 나오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전남에서 있었던) 이따마르와 김동현, 김대의를 주목해야 할 선수라고 본다. 올해 컵대회때 3대0으로 졌던 앙갚음도 해야하고 일단 붙어봐야 하겠다.

- 존경하는 선수가 있으면 말해달라.

박지성. 영광이 아버지와 박지성 선수 아버지가 동창이라서 얘기를 많이 들었다. 나이 많은 선배들에게도 존경받을 만한 표본이라고 본다. 며칠 전 장 감독님이 박지성 인터뷰 중에 ‘골을 넣을 수 있는 찬스에서도 왜 동료에게 패스를 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나보다 더 편하고 기본이 충실해 있는 선수에게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라는 말을 가지고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감독님이 ‘Basic(기본)’이라는 말을 무척 좋아하시는데 정말 가슴에 와닿는 말인 것 같다. 



[인터뷰  인천 UTD 기자단 정진옥 기자 /   남궁경상 기자]



남궁경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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