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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츠기자단] 문성민 사태로 보는 구단 이기주의

기사입력 2010.09.09 15:24

엑츠기자단 기자


[엑스포츠뉴스=엑츠기자단 여준구] 한국배구연맹이 오는 16일  문성민(현대캐피탈)의 징계 수위에 대해 최종 논의한다고 밝혔다.

이는 문성민의 국내 복귀 과정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에 대한 반발이 확산되면서 내려진 조치이며, 상벌위원회에서는 지명권 보유 구단과의 계약을 거부함으로써 계약 질서를 어지럽힌 문성민의 행동에 대한 징계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문성민은 경기대 졸업반 시절 신인 드래프트에서 KEPCO45의 지명을 받았으나, 해당 구단과의 계약을 거부하고 2년 간 해외 무대에서 활동한 바 있다.

지명권 보유 구단인 KEPCO45 는 문성민과의 계약이 난항을 거듭하자, 트레이드를 통해 보유 권리를 현대캐피탈에 넘겼고, 문성민은 현대캐피탈과의 계약에 합의함으로써 국내 무대 복귀를 선언하였다.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반발과 잡음이 발생했고, 결국 이 문제는 상벌위원회의 안건으로 넘어가 있는 상태이며, 다수의 구단은 문성민에 대한 중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문성민의 계약 거부와 최근의 복귀 과정은 드래프트라는 제도 자체를 유명무실하게 만들 수 있는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충분히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지명권을 보유한 구단과의 계약 여부는 선수 자신의 선택에 따라 결정되는 부분이므로 이를 강제할 수는 없다. 또한, 국내 복귀 과정에서 문성민이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 판단하기도 힘들다. 결국, 계약 질서를 어지럽힌 점에 대해 문성민에게 도의적 책임을 묻는 것은 가능하겠으나, 이것이 중징계의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는 데에는 무리가 있다.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긴 점에 대해 본보기 차원에서 일벌백계하자는 주장이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이는 허술한 규정의 보완 등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배구 인기의 중흥에 큰 도움이 될 젊은 스타 선수를 희생양으로 만드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더욱이 프로배구에 참여하고 있는 각 구단들은 문성민의 중징계를 요구할 만큼의 자격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문성민의 중징계 요구에 가장 큰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LIG손해보험은 '이경수 파동'의 당사자였다는 것을 잊고 있는 듯하다.

이경수(LIG손해보험)가 한양대 졸업반이던 2002년 당시 LIG손해보험의 전신인 LG화재는 드래프트 참여를 일방적으로 거부하고 이경수와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다른 구단들이 이에 반발하고 배구협회가 이경수의 선수등록을 거부하자, LG화재는 구단 해체라는 카드를 꺼내들고 버틴 끝에 2년 만에 원하던 바를 이루었다.

삼성화재 또한 이런 부분에서 자유롭지 않다. 창단 직후부터 무리한 스카우트로 잡음을 일으키던 삼성화재는 99년 스카우트 파동으로 배구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바 있다. 드래프트 제도 도입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던 시점에서 95학번 최대어 4인방(최태웅, 석진욱, 장병철, 명중재)을 일방적으로 싹쓸이해 버린 것.

다른 구단들은 이에 격렬하게 반발하며 대회 출전을 보이콧하고, 스카우트 시장에서 철수하여 나머지 대학 졸업반 선수들은 모두 실업자가 되었다. 우리 팀에 이익이 되기만 하면 그만이라는 구단 이기주의에 사로잡힌 나머지 배구계 전체를 뒤흔들었던 스카우트 파동의 주인공이 되었던 두 구단은 이번 사태와 관련하여 큰 목소리를 낼 입장이 되지 못한다.

다른 구단들도 구단 이기주의라는 측면에서 크게 다를 바 없다.

규정에 허점이 존재함을 이용하여 문성민과의 계약을 이끌어낸 현대캐피탈, 구단 운영에 대한 의지를 전혀 보여주지 않으면서 프로배구 참여도 거부하다가 문성민 지명을 조건으로 프로배구 참여에 동의한 바 있는 KEPCO45. 문성민 사태의 조연인 두 구단 역시 이번 사태가 자신의 이익만 고려한 구단 이기주의에서 기인한 것이 아닌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

지난 2년간의 드래프트에서 단 1명의 선수만을 선발하며, 드래프트 제도가 구단의 전력 강화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대학 선수의 취업장이 된다는 사실을 망각한 듯한 태도를 보여준 대한항공 역시 구단 이기주의라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지난 해 드래프트에 참가 신청서를 냈던 대학 최고의 거포 박준범(한양대)은 드래프트 장에서 쓸쓸하게 발걸음을 돌려야만 했다. 우선 지명권을 보유하고 있던 신생팀 우리캐피탈의 전력 강화를 우려한 타 구단들이 대학 졸업 예정인 선수 외에는 참가 신청을 거부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단 이기주의는 잇따른 스카우트 파동을 낳았고, 한창 뛰어야 할 젊은 선수들의 조기 은퇴를 불러왔다. 그리고 많은 팬들을 이러한 모습에 실망하여 경기장을 떠났다.

한때 겨울 스포츠의 왕자로 군림하다 바닥까지 떨어지고 말았던 배구의 인기는 최근 들어 다시 회복되고 있는 추세다.

전력 평준화로 인한 치열한 순위 다툼, 꽃미남 스타 선수들의 출현,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신생팀의 등장과 같은 요소들이 배구 인기의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문성민이라는 스타 선수의 국내 복귀는 또 하나의 기폭제가 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배구계 전체에 만연해 왔던 구단 이기주의는 또 다시 고개를 들고, 경기장으로 모여들고 있는 팬들을 집으로 돌려보낼 태세다.

공멸의 길을 걷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면, 프로배구에 참여하고 있는 각 구단들은 지금까지 보여준 바 있는 구단 이기주의에 입각한 자세를 고쳐야 한다. 우리 팀의 이익보다 배구계 전체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더 큰 조각을 얻겠다고 작은 파이에 달려들기보다, 파이 자체를 크게 만드는 방법을 함께 연구하는 것이 모두에게 이익이다. 문성민 사태와 직면한 지금, 바로 그런 현명한 자세가 필요하다.

* 엑츠기자단이란, 엑스포츠뉴스의 시민기자를 의미하며, 엑츠기자단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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