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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링컵 결승] ‘풋볼 휴머니즘’의 두 얼굴

기사입력 2007.02.26 16:09 / 기사수정 2007.02.26 16:09

이학민 기자



[엑스포츠뉴스=이학민 기자] 첼시가 칼링컵 결승전에서 아스날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첼시는 26일 자정(한국 시간) 카디프 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06/07 잉글리쉬 칼링컵 결승전에서 전반 20분과 후반 39분. 혼자 두 골을 기록한 드록바의 활약에 힘입어 전반 12분 월콧이 선취골을 뽑아낸 것이 전부인 아스날에 2대 1로 역전승하며 우승컵을 들었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승부보다도 더 뜨거운 선수들의 부상과 난투극이 발생해, 지켜보는 팬들로 하여금 아쉬움을 선사했다.

실신한 존 테리의 부상 앞에서는 테리의 빠른 치료를 원하는 아군과 적군이 없는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준 아스날과 첼시의 선수들이었지만 과열된 승부욕 앞에서는 난투극도 불사한 또 다른 의미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결국 이번 칼링컵 결승전에서는 승부 보다 더 주목받을 만한 ‘두 사건’이 펼쳐진 것이다.

아찔한 테리의 부상

후반 12분. 경기가 한창 과열되고 있을 즈음에 첼시의 수비수 존 테리가 그라운드에 털썩 누워버렸다. 디아비와의 공중볼 경합 과정에서 디아비의 발이 테리의 앞면을 가격하게 된 것이었다.

의식을 잃고 쓰러진 존 테리의 모습에 양 팀 선수들은 적잖은 충격을 받은 듯, 의료진의 치료를 재촉했다. 비록 상대가 다르고 우승컵을 앞에 둔 ‘전쟁’을 치르는 선수들이었지만 존 테리가 의식을 잃은 순간, 아스날과 첼시의 선수들은 하나 같이 존 테리의 상태를 걱정했다.

이미 첼시는 지난해 10월, 레딩과의 경기에서 스티븐 헌트의 가격으로 체흐 골키퍼가 두개골 골절이라는 치명적인 부상을 당한 바 있기 때문에 존 테리의 의식불명이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아스날도 맘이 편할 수는 없던 상황.

단순히 ‘수비’를 위한 ‘볼 경합 우위’를 목표로 한 디아비의 오른발 킥이 존 테리의 얼굴을 때린 것에 대해 당사자인 디아비는 물론 모든 선수들이 존 테리의 상태에 집중하고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디아비의 얼굴빛에선 존 테리에 대한 미안함이 묻어 있었다.

‘흔한 일’은 아니더라도 축구에선 제법 빈번하게 발생되는 수비수와 공격수의 예상치 못한 충돌일지라도 선수들에겐 동료를 잃을 수도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음이 분명했다.

그리고 역시 냉정한 승부의 세계에서도 사람의 향기는 존재했다. 의료진이 존 테리에게 응급 처치를 하는 동안 양 팀 선수들은 모두 존 테리의 곁을 떠나지 않으며 큰 부상이 아니기를 바라는 눈빛을 보여주었다. 승부도 중요하지만 결코 ‘동료 선수를 잃고자하는 마음’이 없다는 것을 누누이 보여준 장면이었다.

경기장을 빠져 나간 존 테리가 치료를 마치고 의식을 회복했다는 소식이 영국 언론 BBC를 통해 전해졌다. 존 테리의 ‘아찔한 부상’이 동료들의 ‘따뜻한 걱정’ 속에서 회복될 수 있었으리라. 

과열은 난투극을 부르고

하지만 한 경기에서도 선수들은 두 얼굴을 보여주었다. 전보다 더욱 ‘인간적인 모습’으로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인간적인 모습이란 자신들이 얻고자 하는 것 앞에서의 과욕이었다.

후반전 정규 시간이 모두 종료되고 7분의 로스타임이 주어진 상황. 그 중 3분이 마저 흐르고 있던 93분. 양 팀의 선수들은 또 한 번의 ‘사건’을 저지르고 만 것이다.

첼시의 미켈과 아스날의 투레가 볼 경합을 하던 중 난투극을 벌이게 된 것이다. 이어 세스크 파브레가스와 람파드도 이 다툼에 가담하여 사건의 심화를 불러 일으켰다.

이후엔 양 팀의 감독들까지 그라운드로 뛰어나와 말릴 정도로 양 팀의 선수들이 극도로 흥분된 상태에서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이 과정에서 첼시의 미켈과 아스날의 투레, 아데바요르가 퇴장당하고 람파드와 세스크가 경고를 받는 장면이 연출되었다.

그야말로 축구판에서 가장 사라져야 할 ‘폭력’이 그라운드 안에서 펼쳐진 아찔한 광경이었다. 존 테리의 부상 당시 선수의 안위를 걱정하던 양 팀의 선수단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서로에게 거친 몸싸움을 걸며 폭력을 사용하는 등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사건은 선수의 퇴장과 경고로 얼룩지며 일단락되었지만, 아직도 비디오 판독에 의한 ‘범인 색출’이 끝난 것은 아니다. 협회 측에서의 추후 징계가 충분히 예상될 정도로 과열된 폭력 사건이었다. 

승부 보다 중요한 ‘페어플레이’

축구를 비롯한 모든 스포츠에서 항상 논의 되어 온 문제들 가운데 하나가 ‘폭력’이다. 물리적인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낳는 법이고, 그 폭력은 사회적으로도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할 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경기를 지켜보며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도 적잖은 충격을 선사한다.

모든 이의 우상인 슈퍼스타들이 불우한 아이들을 위한 기금 마련 자선 경기를 펼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현대 사회지만 아직도 경기장 안에서의 폭력은 근절되지 않은 ‘익숙한 사건’으로 남아 있다.

팬들은 멋진 경기를 원하고 자신들이 응원하는 팀의 승리를 바란다. 이것은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더군다나 ‘축구로 먹고 사는’ 프로 선수들의 경우엔 그 승패에 따라 얻을 수 있는 것과 잃는 것이 극명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더더욱 치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결코 그 과정에서 폭력이 발생하는 것은 인정될 수 없는 죄악이다. 반드시 축구판에서 사라져야 할 문제들임이 분명하다.

팬들은 첼시와 아스날이 존 테리의 부상 당시 한데 모여 그의 부상 정도를 걱정했던 모습처럼 페어플레이를 보여주길 원한다. 그 당시에는 승리도 패배도 중요하지 않았다. 모든 팬들의 마음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가 진정 원하는 것은 승리가 아닌 ‘축구’다. 폭력의 연속은 단순히 승패로 연관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축구’를 빼앗아 가는 문제다.

축구를 사랑하는 아이들도 지켜보는 이러한 ‘프로의 세계’에서도 욕심에 의한 인간적 본성의 모습이 아닌 선의의 경쟁을 통한 아름다운 ‘풋볼 휴머니즘’을 볼 수 있기를 기원한다.



이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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