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09 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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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츠기자단] 세계를 호령하는 스페인, 전성기는 이제부터

기사입력 2010.08.06 03:02 / 기사수정 2010.08.06 03:07

엑츠기자단 기자

[엑스포츠뉴스=엑츠기자단 김승현] 모든 사람들은 한번쯤 정상에 오르는 상상을 한다. 그리고 그들은 꿈이 있기 때문에 삶의 원동력을 얻는다.

축구를 좋아하는 필자가 보기에 최근에 가장 큰 업적을 세우고 꿈을 이룬 선수는 바로 스페인의 캡틴이자 골리인 '聖Iker' 카시야스이다. 주장으로서, 우승국의 얼굴로서 유로 2008 트로피와 2010 남아공 월드컵을 연이어 들어올린 그는 지금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한 축구 선수일 것이다.

축구 선수라면, 축구를 좋아하는 모든 사람들이라면, 우승컵을 들고 포효하는 것이 분명 로망의 하나일 것이다. 유럽과 세계무대를 연이어 제패한 스페인 대표팀. 우린 그들을 최강이라고 부른다. 상대팀을 항상 언더 독(Under Dog)으로 만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월드 챔피언! 스페인 축구의 무서움

스페인이 국가 대항전을 휩쓸었듯이 클럽 대항전에서도 스페인적인 FC 바르셀로나가 파죽지세를 보이고 있다. 둘의 공통점은 패싱 게임과 지배, 그리고 멤버도 거의 비슷하다는 것이다. 또한, 상대팀을 가차없이 수비 지향적으로 몰아 버린다.

왜 이렇게 비슷한 점이 많은 것일까. 스페인 대표팀에는 바르셀로나 소속 선수 6명이 주전으로 뛰고 있다. 비야, 사비, 이니에스타, 부스케츠, 피케, 푸욜이 소속팀과 스페인의 중추를 맡고 있다. 다들 대단한 선수이지만, 현대 축구의 패러다임을 바꿔 놓은 ‘미드필드의 바이블’ 사비와 ‘하얀 악마’ 이니에스타를 빼놓고는 스페인을 설명할 수 없다.

현대축구는 펠레나 마라도나 같은 슈퍼스타들의 활약만으로 승부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현대축구에서 승패의 향방은 허리에 달렸다고 할 정도로 미드필드는 가장 중요한 포지션이며 특히 중앙 미드필드는 전문가들뿐 아니라 팬들도 가장 많이 관심을 가지는 영역이라 할 수 있다. 미드필더를 앞세운 중원 장악은 공수에서 한층 쉽게 플레이 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고, 상대를 쉽게 요리할 수 있는 근간이 되는 셈이다.

압박이 현대 축구의 키워드가 된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인상 깊은 선수를 꼽자면 단연 프랑스의 비에이라와 마케렐레일 것이다. 이들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물리력'이라 할 수 있다. 기술적인 면보다는 상대를 제압하는 피지컬과 힘, 그리고 상대를 귀찮게 하며 지단을 자유롭게 하는 궂은일을 도맡아 했다. 앙리와 함께 아스날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비에이라와  갈락티코 1기의 희생양이자 레알 마드리드 몰락의 주범(?)이었던 마케렐레는 늙은 수탉의 재건을 지원하며 마지막 불꽃을 화려하게 태웠다.

프랑스가 준우승이라면 우승국은 이탈리아였다. 비록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최악의 모습을 보였지만 4년 전 그들이 보여준 모습엔 감탄할 수밖에 없으며 최고의 중앙 듀오가 있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물론 모두의 관심은 7경기 2실점에 빛났던 야신상 수여자 부폰과 최고의 수비수인 칸나바로를 향해 있지만, 이 역시 피를로와 가투소가 없었다면 이루기 힘든 대업이었을 것이다.

이들의 조합은 '물과 기름' 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그들의 스타일은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 부드러운 피를로와 거친 가투소. 하지만, 이들은 최고의 시너지 효과를 내었다. 2006년 독일 월드컵과 2006-07 UEFA 챔피언스리그를 석권하며 또 하나의 패러다임을 제시하였다. 피를로가 2선에서의 깔끔한 패스와 중거리슛, 그리고 경기 조율로 활약했다면 가투소는 피를로가 공격에 전념할 수 있도록 중원에서 싸움닭처럼 투혼을 불살랐다.

필자가 이들 조합을 거론한 것은 또 한 번 현대 축구에서 중앙미드필드의 패러다임을 바꿔 놓은 사비와 이니에스타를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앞서 거론한 환상의 짝꿍들은 분명 독보적이었고 강력했지만 시간이 흐르면 그 시대에 맞도록 더 좋고 더 적합한 전술과 선수들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최강의 미드필드 듀오 이니에스와 사비

2010년 8월 5일 현재 FIFA 랭킹 1위 스페인과 UEFA 클럽 랭킹 1위인 바르셀로나에는 두 선수가 있다. 스페인에는 토레스와 비야, 바르셀로나에는 메시라는 간판이 있지만, 사비와 이니에스타를 빼놓고는 스페인과 바르셀로나를 얘기할 수 없다.

 2008년부터 세계 축구계를 호령한 스페인의 패싱 축구 스타일은 압도적인 볼 점유율과 중원 장악으로 상대를 더 뛰게 하고 지치게 한다. 2008-09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바르셀로나의 듀오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중원을 후비고 쑤시며 완벽한 중원장악과 경기장악이 무엇인지 보여줬다.

이 시대 최고의 패스 마스터 사비는 90% 이상의 패스 성공률을 구사하며 구석구석을 찌르는 정확한 패스로 상대방의 혼을 빼놓는다. 웨인 루니로부터 세계 최고의 선수라는 극찬을 받은 이니에스타는 동적인 플레이로 드리블을 구사, 직접 기회를 창출해내고 있다.

역동적인 움직임과 정적인 움직임의 완벽한 조화는 아스날이 자랑하는 미드필더 세스크 파브레가스를 스페인 대표팀에서 벤치로 몰아낼 정도다. 이들을 표현하자면 '점유, 그리고 지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스페인 대표팀의 패싱 축구의 무서움은 월드컵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지만 지난 3월 생드니에서 열린 프랑스와의 친선경기를 통해서 그들의 무시무시함을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스페인과 프랑스는 유로 2000과 2006 독일 월드컵,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던 적이 있다. 스페인 입장에서는 애석하게도 지단의 프랑스를 잡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은 역전됐다. 스페인의 미드필드에서의 압박과 최고의 패스는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그들의 지배력은 상대팀을 화나게 하고 시청자들에게는 지루하다 싶은 생각이 들게 한다. 그만큼 일방적이다. 스페인의 중원을 유심히 관찰해보면 어떻게 스페인이 강력한 패싱 게임을 구사할 수 있는지, 어떻게 그들이 게임을 쉽게 지배하고 풀어 가는지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다.

선수들의 스위칭과 적극적인 움직임, 특히 오프 더 볼, 즉 볼 없는 움직임의 상태에서 스페인 선수들은 패스를 받기 위해 적극적으로 공간을 창출하려고 뛰어다녔다. 또한, 느슨하게 패스를 주고받더라도 한방에 이어지는, 허를 찌르는 스루 패스는 완급 조절의 절정을 보여주었다. ‘팀 스페인’의 우월함을 볼 수 있었다.
 
이런 말이 있다. '공격이 강하면 경기에선 이기지만, 수비가 강하면 대회에서 우승한다.'

스페인은 언행 일치의 행보를 보이며 사상 첫 월드컵 우승을 해냈다. 사실 스페인의 수비는 공격에 비해 빛이 가려졌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7경기 2실점으로 저평가된 수비에 대한 시선을 확실히 뒤바꾸어 놓았다.

물론 미드필드의 중원 장악이 수비의 안정화에 대해 기여했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피케와 푸욜의 철통 같은 중앙 수비와 라모스와 카프데빌라의 대인 마크와 활발한 오버래핑은 상대 공격의 예봉을 차단했다. 부스케츠와 사비 알론소는 상대팀의 에이스를 철저하게 막아냈으며 수문장 카시야스는 위기 속에서도 스페인을 구원하는 세이브로 야신상의 위용을 뽐내었다.

스페인 같은 팀은 워낙 공격적인 팀컬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상대팀은 '선 수비, 후 역습' 전술을 취하기 마련이다. 스페인이 월드 챔피언이 된 가장 큰 이유는 시의 적절한 두 번의 패배가 있었기 때문이다.

첫 번째가 09년 컨페드컵 준결승에서의 미국전 패배이다. 최고의 수비형 미드필더인 세나가 없는 스페인을 상대한 미국은 엄청난 피지컬과 스피드, 역습을 바탕으로 스페인의 A매치 35경기 무패 행진을 저지하며 스페인전의 해답을 제시했다. 이후 스페인은 무패 행진을 달렸고 월드컵 우승 후보로 뽑혔다.

그리고 고마운(?) 2번째 패배가 있었다. 바로 스위스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의 패배이다. 스위스도 엄청난 밀집 수비와 피지컬, 역습 한방으로 스페인을 무너뜨렸다. 스페인으로서는 미국전의 재판이었다. 그리고 조별리그 탈락의 위기감까지 조성되었다.

전문가와 팬들은 브라질을 강력한 우승후보로 예상했다. 자존심에 금이 간 스페인은 스위스 전 패배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자신들이 최강은 아니라며 초심으로 돌아가겠다고 다짐했다. 다행히 스페인은 패배로 인해 자만하지 않았다. 그리고 자만한 브라질과 다른 행보를 이어갔다. 그들은 정신적으로 흔들리지도 않았으며 월드컵 징크스를 부수고 세계를 품에 안았다.

세계를 호령하는 스페인 대표팀 

수비를 거론하면서 델 보스케 감독을 등장시키지 않을 수 없다. 미국 전에서 뼈 아픈 패배를 전거복철로 삼아 그는 스페인 같은 팀에도 수비형 미드필드의 중요성을 깨달아 부스케츠를 기용하였다. 사실 유로 2008에서는 세나와 사비만으로도 중원 장악이 가능했지만 세나가 없는 상황에서 그는 부스케츠와 사비 알론소를 내세웠다.

토레스의 부진으로 비야가 원톱으로 나섰고 미드필드가 5명인 바람에 전보다 덜 공격적이었지만 공수 밸런스의 균형을 맞추며 더욱 위대한 성과를 이뤄낼 수 있었다. 델 보스케 하면 레알 마드리드의 대표적인 명장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레알 마드리드 위주가 아닌 바르셀로나 위주의 팀 운영으로 자신의 지연에 얽매이지 않았다. 기량 위주의 선발과 탁월한 용병술, 수비 강화와 안정적인 경기 운영으로 가장 행복한 감독이 되었다.

 앞으로 스페인에 강력한 대항마가 등장할 것이고 거센 도전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스페인의 미래는 창창하다. 바르셀로나를 비롯한 유스팀의 체계적인 시스템은 현대 축구의 기반을 만들고 자원을 양산해내고 있으며 무엇보다 주축 선수들의 전성기는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때문이다. 벤치 자원도 세계적인 선수가 많기에 이들의 세대교체는 유연하게 이루어지리라 본다.

이런 면에서 전임 루이스 아라고네스 감독은 탁월한 선견지명으로 스페인 판 골든 제네레이션을 확립했다고 볼 수 있다. 2006년의 긍정적인 실패를 유로 2008 우승으로 결론지었다. 언론에 휘둘리지 않고 이미 전성기가 지난 라울 대신 비야와 토레스를 중용했으며, 알벨다 바라하로 대표되는 허리를 사비와 세나, 파브레가스, 이니에스타 등을 기용하며 대표팀 개편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

무엇보다 사비를 중심으로 한 스페인 대표팀의 재건은 패싱 게임의 시발점이 되었으며 챔피언 자리를 수성 하게끔 하였다. 스페인 전성기의 초석을 다진 아라고네스와 이를 잘 이어간 델 보스케. 확실한 동기가 부여되고 세대교체가 원활히 진행된다면, 그리고 자만하지 않는다면 스페인 판 골든 제네레이션의 세상을 향한 외침은 이제 시작일 것이다.

[글=엑츠기자단 김승현]

[사진=스페인 전성기의 주축 콤비, 이니에스타와 사비ⓒ유로 2008 공식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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