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5 01:55
사회

[함께 나눠요] 암 투병 남편…장마가 두려운 다섯 식구

기사입력 2010.07.24 01:33 / 기사수정 2011.06.30 01:44

엑스포츠뉴스 기자



광암동에 가면 미군 호비 캠프가 내려다보이는 낡은 아파트에 다섯 식구가 살고 있다.

아버지 김세형(가명, 47세)씨와 언어장애를 가진 어머니 이연숙(가명, 41세)씨, 지적장애를 가진 고교생 큰딸(18세), 중학생 둘째 딸(16살), 막내 영철(가명, 11살)이다. 낡은 아파트는 방 한 칸에 딸린 부엌, 욕실이 전부.

오래된 시설이라 날만 궂으면 위층에서 흘러내려 오는 하수 오물과 냄새로 집은 금방 눅눅해진다. 영철이는 지난해 감기 증세를 시작으로 천식이 도져 목숨이 위험했다. 얼마 전에도 바이러스 감염으로 폐렴 증세를 보여 병원에 입원했다.

김세형씨는 퇴근길에 아이들을 위해 제철 과일을 떨이로 사오는 소소한 행복을 맛보는 평범한 가장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작스런 위암 판정을 받고 집안 사정은 순식간에 나빠졌다. 수술은 무사히 마쳤지만, 그 후 마땅한 벌이가 없어 병원비는 빚으로 쌓였다.

그는 의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미군부대 야간 경비 일을 시작했다. 월급 43만 원 박봉이었지만 아이들에게 아버지 역할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지금은 수술 후유증으로 악성빈혈이 찾아와 평생 일을 할 수 없다. 4개월에 한 번씩 병원에 들러 피 검사를 받고 주사를 맞아야 한다.

  
약 봉투에 의존해야만 하는 생활

평소 조금만 무리하면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고 잔병이 많아 소화기 내과를 자주 다니는 이연숙씨. 언어장애 때문에 일자리를 얻기 힘들고, 무엇보다 어린 아이들을 돌봐줄 사람이 없어 그저 아이들 양육에만 신경 쓰고 있다.

몇 년 전 뺑소니 사고를 겪었지만 어려운 형편에 제때 진료를 받지 못했다. 신경과 의사는 절대 스트레스 받지 말고, 힘든 가사노동도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한다. 한 달 전 김치통을 들다가 팔이 접질려 깁스를 해야 했다.

"하루 일과가 아이들 학교 보내고 약 먹는 일이에요. 시간대별 식 전후에 먹는 약이 달라서 헛갈릴 정도에요. 그래도 먹으면 골이 덜 흔들리고, 가슴 통증 부담과 관절 쑤시는 게 덜하니 감사합니다."

  

습한 환경 탓에 폐렴까지 걸린 아이들

그녀는 15년 전 전세 천만 원에 지금의 보금자리를 얻었다. 셋째가 생겨 방 두 개짜리 방으로 나가려는데, 집주인이 사정이 여의치 않아 그냥 이 집에 남게 된 것이다.

방에 매트리스를 깔고 두 딸아이가 누우면, 바닥에 부모와 막내가 누워 잠든다. 비록 작고 갑갑하지만 가족이 흩어지지 않고 함께 산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정신지체 2급인 큰아이는 초등학교 때 또래들의 집단 시달림으로 대인공포증세와 학습장애를 겪고 있다. 둘째는 호된 사춘기를 겪고 지금 어머니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한다. 크면 용감한 군인이 되겠다는 영철이는 경제상황으로 학습은 물론 문화적으로 다양한 경험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동두천에서 병원이 있는 의정부까지 거리가 멀어서 아이가 아프다고 하면 애가 타요."

감기가 폐렴으로 진행되어 두 번이나 영철이가 위험했던 순간을 떠올리면 지금도 가슴이 서늘해진다는 이연숙씨. 정부지원 90만 원으로 다섯 식구가 생활하는 영철이네는 습기가 차오르는 장판과 비만 오면 곰팡이가 올라오는 벽지 보수가 가장 시급한 상황. 평소 기관지가 약한 아이들이 각종 바이러스에 노출되어 나날이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여름 장마가 멀지 않았다.

[야후! 나누리] 엄진옥 기자 umjo2002@yahoo.co.kr

※ 영철이 가족 (경기 동두천)에게 도움을 주길 원하시는 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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