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9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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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은 지금, 격투기 열풍!

기사입력 2006.12.15 05:02 / 기사수정 2006.12.15 05:02

김종수 기자

    
마니아 층부터 일반 팬들까지 폭넓게 인기상승 중

[엑스포츠뉴스 = 김종수 기자] 7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격투기의 인기는 엄청났다. 축구와 고교야구의 강세도 대단했지만 격투기의 인기 역시 이에 못지않았다. 더욱이 단체운동이 아닌 캐릭터가 빛나는 개인운동의 성격이 강해, 격투기 스타들은 그야말로 만인의 연인이자 영웅이었다. 스포츠에 그다지 관심 없던 노인들조차 홍수환이나 고 김일 같은 이름은 아직도 뇌리에 남아있다.

복싱과 함께 격투계의 양대 산맥으로 군림했던 국민스포츠 프로 레슬링! 일제강점기, 6.25 등 시련을 많이 겪어온 국민들에게 일본이나 서양의 거구들을 속 시원하게 때려눕히는 프로 레슬러는 그야말로 영웅이었다. 레슬링은 딱히 볼거리가 많지 않던 시대상황 속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오락이자 민족스포츠로까지 추앙 받기도 했다.

초창기 프로레슬링 무대를 주름잡던 장영철과 탤런트 천호진의 아버지로도 유명한 ´당수의 달인´ 천규덕을 필두로 ´타이거´ 안명길, ´고릴라´ 이석윤 그리고 ´박치기 왕´ 김일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인기는 그야말로 대단했다.

그러나 만개한 꽃은 언젠가는 시들게 마련인가...

80년대 들어 프로야구, 프로축구, 농구대잔치 등의 체계화된 스포츠가 본격적인 기지개를 켜고, 프로 레슬링은 쇼라는 일명 ´쇼 파동´이 겹치면서 레슬링의 인기는 추락한다. 더불어 복싱 역시 프로 레슬링보다는 생명력이 길었지만 점차 하락세로 접어들고 격투기란 종목은 점차 팬들의 뇌리 속에서 잊혀져갔다.

물론 그 이후에도 오래가지는 않았지만 격투기가 괜찮았던 시기도 있었다. 국내선수들은 아니었지만 토마스 헌즈, 슈거레이 레너드, 마빈 해글러, 로베르토 듀란 등이 펼치는 라이벌 전은 많은 복싱팬을 다시 브라운관으로 끌어들였다. 헐크 호건, 워리어, 마초킹, 미스터 퍼펙트, 빅 보스, 어스퀘이커 등 WWF 프로레슬러들이 청소년들의 우상으로 떠오른 적도 있었다. 하지만 과거처럼 타 스포츠를 압도할 정도는 아니었고 국내에서의 중흥기는 너무 짧았다.

그러던 중 최근 몇 년 전부터 격투기 종목이 유선과 케이블이라는 매체를 등에 업고 꾸준히 인기를 모으고 있다. 잔혹성, 청소년들 정서상의 문제 등으로 많은 지적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계속해서 팬층이 다양하고 폭넓게 늘어나고 있다. 학교, 직장 등 곳곳에서 주된 이야기 소재로 떠오를 만큼 고공비행을 하기에 이르렀다.

K-1, 프라이드, UFC 

태권도 대 복싱, 킥복싱 대 프로 레슬링 등 종목을 불문하고 대결을 펼치는 일명 이종격투기는 일본, 미국을 비롯한 유럽 전역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인기를 끌어왔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심의, 정서문제 등 여러 가지가 걸림돌로 작용하다, 불과 얼마 전부터 각 유선방송과 케이블채널에서 방송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일부 채널에서 시험적으로 방송되는 정도였으나, 현재는 전 스포츠 채널의 야간시간대를 거의 점령하다시피 했으며 영화나 레저 전문 채널에서까지 간간이 종합격투기 경기를 방영하고 있다.

한 케이블방송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비스포츠 채널에서까지 종합격투기 중계를 한다는 것은 그만큼 시청률이 나오기 때문이다"며 "실감나는 격투와 쇼 요소가 잘 결합된지라 그 인기는 계속해서 상승할 전망이며 이런 현상은 수도권이건 지역이건 간에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해외의 ´링스´ ´슈토´ ´아부다비 컴벳´ ´보독파이트´ 등은 물론 국내대회인 ´SPRIT MC´ ´네오파이트 ´스트라이킥´ 등 수없이 많은 경기단체들이 탄생과 몰락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인기나 지명도를 따져봤을 때 가장 유명하고 시청률이 높은 것은 역시 K-1, 프라이드, UFC 이렇게 메이저 3개 대회일 것이다.

씨름 천하장사출신의 최홍만의 선전으로 더욱 유명해진 ´입식타격의 최고봉´ K-1. K-1의 K는 가라데(Karate), 킥복싱(Kickboxing), 쿵후(Kung-Fu), 권법 등 각종 격투기 종목의 첫 문자에서 따온 것이다. 그리고 1은 무차별급을 가리키는 동시에 NO.1을 의미하는 것으로 말하자면 타격계 격투기의 총칭이라고 보면 된다.

극진가라데에서 떨어져나간 정도회관의 이시이 가즈요시 관장에 의해 처음 시작되었으며 ´싸움반장´ 제롬르 밴너, ´플라잉 잰틀맨´ 레미 본야스키, ´미스터 퍼펙트´ 어네스트 후스트, ´거인 무도가´ 세미 슐츠, ´살아있는 전설´ 피터 아츠 그리고 이번 연말 맥스의 슈퍼스타인 마사토와 붙기로 되어있는 복싱 챔피언출신 최용수와 이미 선전을 거듭하고 있는 최홍만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입식타격계의 스타와 유망주들이 뛰고 있다.

K-1이 타격계 종합격투기 경기라면 프라이드와 UFC는 꺾고 던지고 메치는 등의 그라운드 기술이 허용되는 광범위한 의미의 종합격투기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누워서 뒹굴뒹굴 하는(?) 모습이 지루하다고 표현하기도 하지만 이 역시 인기도 면에서는 K-1에 버금간다.

프라이드는 일본 최고의 인기 프로레슬러 중 한 명이었던 다카다 노부히코와 400전 무패의 전설적인 브라질 파이터 힉슨 그레이시의 이종 격투기 전이 근원이 되었으며, UFC는 그레이시가문의 장남인 호리온 그레이시가 미국에 건너와 그곳의 친구 2명과 함께 고국 브라질에서 진행되고 있던 발리투도 경기를 콜로라도 덴버에서 개최한 것이 그 시작이 되었다.

국내에서는 ´불꽃 하이킥´ 미르코 크로캅이나 ´얼음황제´ 에밀리아넨코 효도르, ´도끼살인마´ 반달레이 실바 ´아부다비의 대마왕´ 히카르도 아로나 등 슈퍼스타들이 즐비한 일본통 프라이드가 더 많이 알려졌고 인기도 좋은 편이지만 팬층의 다변화와 잦은 생중계의 영향으로 UFC의 인기 또한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더욱이 UFC가 최근 공격적인 운영과 마케팅으로 나날이 세력을 확장해가고 있는 가운데 프라이드는 중계권문제, 슈퍼스타들의 이적움직임 등으로 골머리를 썩고 있어 앞으로의 추이는 지켜봐야할 것 같다.

격투기 인기상승에도 한몫 

이종격투기에 대한 이런 높은 관심은 특히 청소년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쳐 각 인터넷사이트의 모임·동호회의 확장은 물론 각종 무술도장들, 특히 격투기관련 쪽의 관원이 느는데 단단히 한몫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소폭 상승에 그치고 있는 모습이지만 관원 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문을 닫아야 했던 수년 전의 격투기 도장들에 비하면 훨씬 나아진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전북지역에서 태권도와 킥복싱을 가르치고 있다는 한 사범에 따르면 "침체일로를 겪던 격투기가 각종 종합격투기 중계의 영향으로 하루가 다르게 인기가 되살아나고 있는 것 같다"며 "청소년들은 물론이거니와 성인남녀들의 관심도 깊어졌고 이런 경향은 유치부 및 여학생들이 격투기를 배우는 현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킥복싱 배우는 재미에 한참 빠져있다는 한 여학생 관원 역시 "살도 빼고 몸매관리도 할 겸 킥복싱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이제는 재미까지 붙이게 되었다"며 "흔히 여학생들은 격투기 얘기를 잘 안 할 것 같지만 학교에 가면 미르코 크로캅이나 피터아츠 등 멋진 격투가들에 관한 대화를 친구들 사이에서 많이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격투기가 새로운 인기몰이를 함에 따라 우려의 목소리도 들려오고 있다. 킥복싱 한국미들급챔피언을 지냈던 최창열(63)씨는 격투기를 배우는 사람들 특히 학생들에 대해 "격투기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운동을 시작해 몸과 마음을 튼튼히 하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나 도장에서 배운 실력을 싸움에 응용하거나 하는 행위는 절대적으로 용납될 수 없다"며 "지나친 격투기중계 시청은 자칫 폭력에 대한 면역작용 및 동경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므로 가르치는 도장에서나 부모, 교사 등이 모두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고 말했다.

거침없이 불어 닥치고 있는 격투기 열풍! 쉽사리 사그라지기에는 불길이 너무 거세다.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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