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18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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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유럽 몰락은 '강해진 클럽' 때문?

기사입력 2010.06.30 14:03 / 기사수정 2010.06.30 14:03

전성호 기자

[엑스포츠뉴스=전성호 기자]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유럽의 몰락'이 화제다.



월드컵 본선 최다 출전권(13장)을 확보한 유럽은 그동안 월드컵에서 초강세를 보여왔다. 지금의 본선 토너먼트 제도가 도입된 이후 16강 진출국이 9팀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선 고작 6팀이 16강에 진출했고, 8강에는 3팀밖에 오르지 못했다. 자칫 4강에는 한 팀도 못 오를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런 유럽의 약세 원인을 지나치게 강해진 클럽의 힘에서 찾는 분석이 많다. 지안카를로 아베테 이탈리아 축구협회장은 "클럽들이 각국 축구협회보다 힘이 세다"라고 지적한 뒤, "이번 대회에서 유럽의 강호들은 하나같이 문제가 있다. 클럽들이 선수 육성에 소홀하기 때문"이라며 이번 월드컵에서 유럽이 유독 약세를 보인 이유를 유럽 클럽의 자본 위주 운영 방식에서 찾았다.

유럽프로축구리그는 90년대 들어 TV중계와 맞물리며 전 세계적인 인기 콘텐츠로 발전했다. 이에 미국, 중동, 러시아의 거대 자본이 유입됐고, 구단 운영 방식도 '자본' 위주로 흘러갔다. 잉글랜드 중상위 클럽이었다가 '러시아 석유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에 인수 된 뒤 스타 선수를 싹쓸이하며 우승을 거머쥐었던 첼시가 대표적인 예.

막대한 자본을 투입한 클럽들은 그만큼 좋은 성적을 기대한다. 이를 통해 엄청난 TV중계권, 유니폼 광고, 용품 판매 등으로 큰 수익을 올린 클럽은 다음 시즌 우승을 위해 더 많은 자본을 투입하게 된다.

이러한 악순환은 스타급 선수들의 몸값 폭등뿐 아니라 젊고 어린 선수들의 육성도 소홀해지게 한다. 대표적인 예가 잉글랜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외국인 선수 출전 제한이 없다. 더군다나 대부분 타국리그가 18세부터 선수 등록이 가능하지만 잉글랜드는 16세부터 가능하다.

거대 자본에 의해 운영되는 클럽들은 당장 좋은 성적을 위해 비싼 몸값의 외국인 선수들을 영입하고, 전 세계 어린 선수들을 싹쓸이했다. 자연스럽게 자국 유망주들은 성장의 기회를 잡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 잉글랜드 23명 중 프리미어리그를 완전히 지배한 '빅4 출신'은 겨우 9명이고, 대부분 20대 후반이다. 심지어 외국 선수-유망주 위주로 꾸려지는 아스널은 단 한 명도 없다. 잉글랜드가 슈퍼스타는 많지만 전체적인 전력이 우승후보로 불리기엔 부족한 이유다. 잉글랜드와 더불어 세계 최고의 리그를 보유한 이탈리아도 평균연령 28.3세로 월드컵 32개국 중 가장 나이가 많았다. 스페인도 다음 대회 때는 같은 문제에 빠질 수 있다. 

클럽에서 많은 돈을 받는 선수들이 클럽에서 뛸 때와 같은 충성심을 대표팀에서 보여주지 못한 것도 문제시된다. 그들에게 월드컵은 개인의 명예와 몸값을 올리는 도구일 뿐, 애국심과 단결력과는 무관하다.

일본 전 대표팀 감독인 필립 트루시에 감독도 이런 점을 지적했다. 트루시에는 "보통 사람들은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전술과 시스템을 들지만, 나는 이번 월드컵만큼은 정신적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프랑스, 이탈리아 등 이른바 축구강국들이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한 이유는 바로 정신력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유럽의 축구 강국들이 줄줄이 월드컵 본선에서 낙마하는 이유를 정신력 부족에서 찾았다.

"한국, 일본, 미국, 슬로바키아 등은 결코 축구강국이 아니다. 하지만, 이들의 경기를 보면서 나는 애국심과 단결심, 연대감, 의지, 야심 등을 느꼈다."라며, 그동안 축구 변방으로 알려져 있던 나라들이 선전한 것은 그만큼 열정과 절박함을 가지고 뛰었기 때문이란 의견을 밝혔다.

프랑스도 예선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하고 16강에서 탈락하자, 자국 내에서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팽배하고, 이민자 중심으로 구성된 대표팀의 애국심이 약하기 때문이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6개 본선 출전 국가 중 가나 한 팀만이 16강에 진출한 아프리카팀 선수들이 '대표팀 유니폼'의 가치를 모른 채, 금전적 이득만을 쫒기 때문이란 문제제기는 유럽에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사진=잉글랜드 축구 대표팀 (C) Gettyimages/멀티비츠]
 



전성호 기자 spree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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