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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동전설(海東傳說)5(2) 괴상한 슛대결

기사입력 2006.03.20 13:06 / 기사수정 2006.03.20 13:06

김종수 기자







볼멘소리로 정차룡이 대꾸했다. 좋았던 기분이 박현수라는 노인으로 인해서 방해받기 싫어서였다.

"이런 고얀 녀석을 봤나? 어른이 이름을 얘기했으면 네 녀석도 대답을 하는 것이 예의가 아니었더냐?"

"치…알았어요. 제 이름은…"

"됐다. 어차피 알고있었다. 차룡, 정차룡이잖아."

"어라? 어떻게 아세요?"

"이곳 전주현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어찌 현령님의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이름을 모르겠냐?"

"그런가요, 헤헤…"

박현수의 말에 정차룡이 머쓱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거렸다. 그러나 이어서 나온 박현수의 말은 정차룡의 이맛살을 잔뜩 찡그려지게 하기에 충분했다.

"형편없는 농구실력으로 아버님의 얼굴에 먹칠을 하고있는 못난 아들이라고 알고있지. 끌끌끌…"

정차룡의 얼굴이 붉게 상기되었다. 연무관에서 또래들에게 놀림 당하는 것은 그렇다 쳐도 별반 상관이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이런 말을 듣는 것은 굉장히 불쾌한 일이었다.

"뭐예요? 갑자기 나타나셔서는…남의 일에 상관 마시고 할아버지는 할아버지 일이나 보세요."

"틀린 소리도 아니거늘, 기분이 나쁜가보네. 이 녀석아. 진정한 사내라면 그런 소리에 울컥하지 말고, 그럴수록 이를 악다물고 실력을 키워야되는 것이라고."

"그래서 이렇게 연습하고 있잖아요? 어서 가세요. 할아버지!"

계속적인 놀림에 화가 난 정차룡이 소리를 빽 질렀다.

"어쭈? 순둥이 인줄만 알았더니 성깔도 있었네. 그리고 뭐 연습…? 그까짓 연습 백날 해 봐라. 아무 소용도 없을 것이다."

"그까짓 연습이라니요? 그래도 우리 연무관에서 제가 제일 정확하단 말이에요."

"정확? 지렁이가 날아다니는 소리하고 자빠졌네. 실전에서 그런 연습이 얼마나 통할 것 같으냐? 운 좋게 몇 번은 성공시킬 수 있다손 치더라도, 상대가 제대로 수비를 시작하면 하나도 넣기 힘들걸."

"그렇게 잘 아시면 할아버지가 한번 해보세요. 왜 자신은 할 줄도 모르면서 다른 사람 연습하는 것보고 감 놔라  대추 놔라 그러시는 것이에요?"

제대로 따져서 박현수의 말은 크게 틀린바가 없었으나 흥분한 정차룡의 귀에는 그저 자신을 놀리는 것으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나보고 해보라고?"

"그래요. 해보세요."

"허허헛…하라면 못할 줄 알고, 내가 비록 이렇게 늙었어도 네 녀석보다는 한참 나을 것이다."

"푸웃…말도 안돼."

정차룡은 자신도 모르게 실소를 머금었다.

"웃어? 그래, 이 고얀 녀석아. 지금 당장 해 보자."

"됐어요. 그냥 할아버지는 정원 일이나 보세요. 사람에게는 각자 할 일이 따로 있는 것이라고요."

"헹…이제 와서 꽁무니를 빼려는 것이냐?"

"정말 끝까지 이럴 거예요. 좋아요. 해요. 해!"

"그냥 빳빳이 서서 던지는 것은 재미가 없으니까 약간 변형을 시켜서 시합을 하자."

"변형요? 설마 할아버지가 저하고 몸싸움이라도 하자는 것은 아니겠지요?"

도대체 초라하기 이를 데 없는 행색의 노인이 뭘 믿고 이러는 것인지 정차룡은 도통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자, 일단 여기에 원을 하나 그려놓고."

나뭇가지를 하나 집어든 박현수는 그물주머니에서 약 이장(2丈=20尺=6.4m)정도 떨어진 거리에다가 작은 원을 하나 그렸다. 두발을 모으면 쏙 들어갈 정도의 크기였다.

"……?"

정차룡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박현수가 하는 모습을 쳐다보기만 했다.

"저기 나무숲에서 이곳까지 전력으로 달려와 이 원안에 발을 붙이고 공을 던지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열 개를 쏘아서 많이 넣는 쪽이 이기는 것으로 하자."

"예? 저기에서요?"

박현수의 말에 정차룡은 사뭇 어이가 없었다.

박현수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나무숲은 원이 그려진 곳으로부터 족히 이십 여장은 떨어져있는 거리였다.

"말도 안돼요. 저것은 시합장보다도 훨씬 긴 거리잖아요?"

"말이 안되기는 왜 안돼, 이 녀석아. 마음 같아서는 한 백 개 정도로 겨루고 싶다만 이 몸이 나이를 먹은 관계로 체력이 조금 떨어지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그러니까 저기에서부터 여기까지 전력 질주해 순간적으로 동작을 멈춰서 공을 던지라 이 말인가요?"

"알아들었으면 반복해서 물어보지 마라. 같은 대답 계속 하는 것처럼 귀찮은 것 없다."

"정말 할아버지가 저를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세요?"

시합방식이 조금 낯설기는 했지만 어차피 공을 던지는 것은 매한가지, 적어도 보잘것없어 보이는 정원사노인에게 진다는 생각은 절대 안 드는 정차룡이었다.

"사내녀석이 왜 이렇게 말이 많은 것이야?. 자신 없으면 기권하던지 아니면 어서 시작해."

"허참…그래요. 해요. 어서 시작하자고요."

박현수의 말은 은근히 정차룡을 자극하고 있었다. 때문에 정차룡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잔뜩 흥분하고있는 상태였다.

 


타타탁.
나무숲의 입구에서부터 원이 그려진 곳까지 정차룡은 경쾌하게 달려갔다.

'이까짓 것쯤이야.'

원을 힐끗 바라보며 정차룡은 동작을 멈추었다. 그리고는 거의 동시에 그물주머니를 바라보며 공을 던졌다.

"어엇!"

순간 정차룡의 입에서 다급한 헛바람이 새어나왔다.
원안에 발을 넣는 것에 집중하느라 자세가 엉망으로 흐트러졌고 그 결과 공은 그물주머니하고 전혀 상관없는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고 말았다.

"쯧쯧쯧…새 잡냐? 공을 어디에다 던지는 것이야?"

"시…시끄러워요."

당황한 정차룡이 붉어진 얼굴로 다시 나무숲 쪽으로 걸어갔다.

'이번에는 기필코…'

정차룡은 입술을 질끈 깨물며 걸음을 내달렸다.
어느 정도 마음속으로 대비를 한 다음 원안에 양발을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제자리에서 펄쩍 뛰어오르며 그물주머니를 향해 공을 던졌다.
공중에 떠오른 짧은 순간에도 정차룡의 눈은 부드럽게 회전을 그리며 완만한 곡선을 그려나가는 공을 집중하고있었다.

'이런!'

이번에도 공은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고 말았다.
콰당.
다음순간 정차룡은 뒤로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착지할 때 중심을 제대로 못 잡은 탓이었다.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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